• 올해 6월의 파리는
    포스코 때문에 뜨거웠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도 무시하는 포스코와 한국 정부
        2013년 07월 25일 03:18 오후

    Print Friendly

    안녕하세요. 저는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응하는 국제민주연대(홈페이지 링크)에서 일하는 활동가입니다. 저는 레디앙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께 포스코가 인도에서 추진중인 대규모 제철소 건설 사업을 현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고, 이 사업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 여부를 두고 한국, 노르웨이, 네덜란드 정부가 얽히게 되었는데 한국 정부는 파리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망신스러운 일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이해하기 어렵고 여전히 한국사회에는 낯선 주제라 가능한 글을 이해하시기 쉽게 써보려 합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으시면 국제민주연대 홈페이지 방문 부탁드립니다.<필자>
    ———————

    삽질과 폭력의 연대기

    2005년 6월 22일, 포스코는 인도의 오리사(현재는 오디사로 바뀜)주정부와 1200만톤 규모의 대규모 제철소와 광산 및 전용항구를 포함한 부대시설을 포함하는 역대 최대규모의 투자 계획에 합의하였다.

    아마 포스코로서는 MOU를 맺을 때, 이게 지금까지 삽질 한번 못하고 질질 끌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포스코 입장에선 12조 가까운 돈을 쏟아 부어서 포항같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준다는 것에 반대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농사 지으며 잘 살고 있는 땅에서 쫓겨 날 위기에 처한 주민들은 사전에 말 한마디 없다가 어느 날 신문을 통해 자신들이 사는 동네에 제철소가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분통을 터트렸고 포스코는 바로 찍혀버렸다. 한국에서처럼 포스코가 개발해준다면 환영해줄 거라 착각한 포스코의 삽질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공청회를 연다면서 마을에서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열어서 주민들을 화나게 한 것은 물론이고 환경영향평가도 처음부터 제대로 하지 않아 인도 시민사회를 자극하였다.

    따지고 보면 포스코 입장에서도 분통이 터지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오디사 주정부가 사람이 안 사는 국유지 땅이 대부분이라 별 문제 없다고 해서 덜컥 계약을 맺었는데 맺고 보니 웬 걸, 국유지란 그 땅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나 말이다.

    인도라는 곳은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난 후 지금까지 인구 전수조사를 해서 일일이 다 소유권을 확정할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니다. 조상대대로 거기서 살아온 주민들에게 소유권 등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니 신고가 안되어서 “국유지”로 간주되는 땅에 산다고 해서 우리나라처럼 바로 용역 동원해서 때려 부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뿐인가? 뿔난 주민들과 좌파정당, 시민단체들이 포스코 반대 대책위를 꾸려서 마을에 “포스코와 공무원 출입금지”를 써 붙이고 저항에 나선 후 지금까지 제철소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7년 가까이 주민들이 저항한다고 땅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오디사 주정부에 포스코가 얼마나 답답할까? 도대체 (포스코는) 왜 경찰을 동원해서 국가사업에 반대하는 빨갱이들을 쓸어버리지 못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포스코 반대 현지 주민과 사회단체들의 시위 방송 화면 캡처

    포스코 반대 현지 주민과 사회단체들의 시위 방송 화면 캡처

    그리고 7년 동안, 수많은 폭력들이 계속되었다. 찬성과 반대 주민들 사이의 폭력, 건설회사 용역과 주민과의 폭력, 그리고 경찰에 의한 폭력. 경찰은 반대 주민들에게 1000건이 넘는 형사 고발을 마구잡이로 하였고 그 결과 반대 주민들이 사는 마을은 고립되어 버렸다. 체포될까 두려워서 병원에도 못가고, 시위진압을 위해 출동한 경찰들의 주둔지로 학교가 이용되면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는 적도 있었다.

    많아봐야 고작 2년치 소득을 보상금으로 주면서 살던 곳을 나가라는 개발 사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폭력에 맞서, 7년을 끌어온 반대 주민들의 투쟁은 어느새 개발을 둘러싼 인권문제를 다룰 때 회자되는 국제적 이슈가 되었다.

    흙 길바닥에 누워 온몸으로 토지강제수용에 저항하는 여성들과 아이들의 사진은 악당이 누군지를 알게 해주었다. 한국에서 제일 호감 받는 기업이 악당으로 찍힌 것도 모르고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대통령들은 인도의 정상들과 회담을 할 때마다 “조속한 포스코 제철소 사업의 진행에 대한 협조”를 거론하였다.

    포스코가 정부 소유는 아니지만 포스코 회장 자리가 대통령 심기를 거스르고 할 수 없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니 대통령까지 언급한 사업을 어떻게든 추진해야한다는 압박감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포스코 사업에는 정치적 의미도 담겨져 버렸다.

    일례로 이명박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실제로 포스코 제철소 부지 방문이 추진된 적이 있었다. 문제는 이런 소문 때문에 주민들이 연좌농성을 몇 개월 동안 하는 생고생을 하다가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해산당했다는 것이다.(역시 그분의 민폐는 수준이 다르다). 정부 사업이 아니지만 정부 사업 같은 포스코 프로젝트는 이렇게 인도 주민들에게 싸우쓰 코리아를 잘 알려가고 있는 중이다.

    창피 따윈 몰라. 난 한국정부니까

    OECD의 안 좋은 통계들은 왠지 한국이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한국은 OECD 회원국이다. 대통령님도 아버님의 경제개발로 한국이 빈국에서 OECD회원국이 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시리라 믿는다.

    그런데 OECD 회원국이라면 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건 바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부가 주도하는 연락사무소를 설치해서 시민단체나 노조가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기업이 가이드라인 위반했다고 진정하면, 이에 대해 조사하고 양측을 중재하고 기업의 가이드라인 위반 여부를 결정해야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내에 있는 기업들도 보호하기 바쁜데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들까지 시민단체와 노조의 공격에서 보호해줘야 하는 귀찮은 절차이기는 하지만 OECD 회원국으로서 쪽팔리기는 싫어서 2001년부터 지금까지 꾸역꾸역 연락사무소를 유지는 해오고 있다.

    정부가 OECD 국가라는 위엄에 걸맞게 연락사무소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오고 있는데도 ‘필자가 꾸역꾸역 유지는 해오고 있다’고 표현하면 내가 죽일 놈이지만 연락사무소가 개판 오분전이라는 건 이미 여러 차례 국제사회에서 지적되어 왔고 급기야는 2011년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증을 해버렸다.

    현병철 위원장님의 국가인권위원회(마저)도 “한국 연락사무소가 자쳬 운영규정에 따르지 않고 진정사건을 처리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니 정부로서는 할 말이 없는 게 당연하다. 더군다나 2011년도부터 이 가이드라인이 업데이트 되어서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다국적기업의 인권 및 환경침해 문제 등을 다룰 수 있는 유력한 메커니즘으로 이 가이드라인을 평가하고 있다.

    2012년 10월, 인도와 한국 NGO는 물론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NGO까지 힘을 모아서 포스코의 인도 제철소 사업이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면서 한국과 네덜란드, 노르웨이 연락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가 낀 것은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연기금이 포스코에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국의 연기금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각국의 연락사무소가 가이드라인 위반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의미 있는 진정이었다.

    한국에서는 정부도 새로 출범하고 했고 다른 나라 연락사무소와도 얽혀 있는 진정이니 만큼 적어도 과거에 비해서는 상식적인 판단을 해줄 거라 기대하였다.

    그러나 한국 연락사무소의 클라스는 어디 가는 것이 아니었다. 올해 6월에 한국 연락사무소는 이 사안은 인도 당국이 판단할 문제로 한국연락사무소가 다룰 문제가 아니라며 진정을 종결시켜버렸다. 이에 반해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연락사무소는 한국의 그것과는 다른 수준의 클라스를 보여주었다.

    네덜란드 연락사무소의 경우는 네덜란드 NGO와 네덜란드 연기금과의 대화를 주선하였고 이들은 공동으로 각국 연락사무소에 국제공동조사단을 구성해서 사태 해결에 나서자고 제안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네덜란드 연락사무소가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정부에 국제공동조사단 수용을 적극 요청한 것은 감동스러울 지경이었다.

    노르웨이 연락사무소는 자국의 연기금이 포스코에 대해 고작 1%의 지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국의 연기금이 가이드라인을 위반하고 있다는 결정을 내리는 패기를 보여주었다. 이유는 연기금이 연락사무소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았고 포스코 사업의 인권침해가 드러났을 때에 대한 대책 마련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 나라 연락사무소의 결정은 올해 6월 24일부터 27일까지 파리에서 각국의 연락사무소가 모이는 총회와 연이어 개최된 기업의 책임경영에 대한 국제 포럼에서 중요한 사례로 계속 언급되었다.

    특히, 프로젝트 시행사가 아닌 투자사(그것도 1%)에 대해서도 인권침해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는 것은 (비록 법적 구속력이 없다 해도) 이후 국제사회가 기업의 인권존중 책임을 확대해 나갈 것이란 것을 보여주는 좋은 신호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여기에 정부(네덜란드 연락사무소)와 기업(네덜란드 연기금인 ABP와 운용사인 APG), 네덜란드 시민사회가 역시 자국의 연기금이 1%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의 개발프로젝트에 대해 적극적으로 인권침해 여부를 확인하는 국제공동조사단을 제안한 것도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보기 힘든 일이었다.

    이에 반해 한국정부의 국제사회와 동떨어진 결정이 어떻게 회의 참가자들에게 받아들여졌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정도 되면, 아무리 우리 정부가 기업만 예뻐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조사해보겠다는 수준에서 시간끌기를 시도할 법도 했다. 그러나 바로 우리 문제 아니라고 종결 결정을 해버리자 솔직히 필자를 비롯한 관련 한국 단체들은 좀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뻔뻔함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정 귀찮으면 OECD를 탈퇴해보아요

    솔직히, 한국 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감히 포스코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결정을 내려 줄거라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저 국제공동조사단 제안을 좀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랬을 뿐이었다. 만약 예산이 없어서 못 간다고 하면 모금까지도 할 생각이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벌이는 사업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에 정부가 좀 나서서 왜 그런지 들여다보고 관련 이해당사자들 모아다가 협의도 해보는 게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 OECD 가이드라인은 회원국들에게 바로 그런 일을 좀 하라고 만든 것인데 말이다.

    이번 파리 회의에 포스코 진정건을 종결한 연락사무소 담당자가 올 줄 알고 인도를 포함한 각국 NGO들은 단단히 벼르고 파리에 갔다. 그런데 파리회의에는 정작 이 결정을 주도한 공무원이 아닌 엉뚱한 분이 참석하였다. 정부는 연락사무소에 대한상사중재원을 끌어들여서 상당수의 기능을 넘기려 하고 있는데 바로 파리회의에 대한상사중재원 담당자를 보낸 것이다.

    기업간의 중재를 해왔던 민간기구인 대한상사중재원에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할 연락사무소 기능을 이관한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관련 업무를 맡은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대한상사중재원 담당자를 파리회의에 보낸 것도 충격이었다.

    인도에서 참석한 활동가는 “한국 연락사무소에서 온 사람에게 포스코 건에 대해 질문하자 전혀 알아듣지 못하였다. 도대체 한국 연락사무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이냐?”라고 질문했을 때, “응 한국정부는 아무래도 귀찮고 욕만 먹는 연락사무소를 민간기관으로 옮기려는 것 같아”라고 답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왜냐하면 한국단체들로서는 이러한 정부의 연락사무소 개편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보고 하라는 일을 민간에 떠넘기는 그 속셈이 너무나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더 이상 외국 사람들에게 한국 연락사무소가 얼마나 개판인지를 설명하고 싶지 않다. 정부는 나름대로 이번에 대한상사중재원을 끌어들이는 게 한국 연락사무소를 제대로 운영해보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의지를 보이고 싶었다면 포스코 건에서부터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국제적 망신은 망신대로 당해 놓고 이제 와서 의지 운운해봤자 민망할 따름이다.

    그러하기에 정 OECD 가이드라인이 불편하고 연락사무소를 운영하는 게 귀찮으면 이참에 OECD를 탈퇴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OECD 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이라던가, OECD 국가 중 최고 자살률이라는 뉴스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되니 여러모로 고려해볼만한 것 같다. 잘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기본만 해달라는 건데도 어렵다면 안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래저래 올해 6월의 파리는 포스코 때문에 뜨거웠다. 그리고 정부의 삽질이 계속되는 한 매년 6월의 파리는 한국기업들 때문에 뜨거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필자소개
    국제민주연대 활동가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