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현실이 된 영화 '파업전야'
        2012년 06월 10일 10: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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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운수노조 경기지부 장혜진 사무국장이 레디앙에 보내온 투고 글이다.(편집자)

    대학시절 영화 <파업전야>를 본 기억이 있다.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인 총학생회 건물에는 전경의 침탈을 대비해 사수대가 경계를 서고 있었다. 분위기가 삼엄했기 때문인지 정작 그 당시 보았던 영화의 줄거리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20년이 더 흐르고, 며칠 전 나는 다시 영화 <파업전야>를 보게 되었다. 양평에서 길게는 30여년을 청소를 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전면 파업 20일차 되던 날 영화 <파업전야>를 보았다.

    양평은 대표적인 청정지역이다. 물이 많고 맑아 연중 축제가 벌어지는 축제의 도시이기도 하다.

    양평환경 노동자 노조결성 기자회견

    지난 5월 양평에서 ‘DJ페스티벌’이라는 세계적인 축제가 열리고 있을 때 우리는 상복을 입고 축제의 한 켠에서 상복시위를 벌였다. 청정양평을 만든 주역이 사망 선고와 같은 해고가 된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양평읍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은 총 16명으로 양평군에서 위탁을 준 양평환경에 간접고용되어 일해 왔다. 그런데 업무량이 너무 많았다. 양평은 면적으로 보면 서울의 1.4배이다. 양평읍은 12개의 면 가운데 하나이다. 환경미화원 한 사람당 1,769명의 쓰레기를 치워 왔다.

    인접한 여주의 경우, 한 사람당 835명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양평읍이 여주읍에 비해 단순 인구 대비로 봤을 때에도 두 배가 넘는 양의 일을 해온 것이다.

    그뿐 아니라 양평읍 환경미화원은 양평군의 위수탁 범위외의 업무도 추가적으로 일해 왔다. 즉, 양평군은 양평군민들의 생활쓰레기 수거 및 가로청소 업무를 위탁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대행료를 지급했으나, 양평환경은 양평군이 지급한 대행료만을 지급하면서 환경미화원들에게 위수탁 계약과 무관한 상업용 쓰레기 수거 업무를 지시하여 부당이득을 취해 왔다.

    뿐만 아니라, 양평군 생활폐기물 매립장에 강원도 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몰래 갖다 버렸고, 의료폐기물, 석면등 유해물질, 건축폐기물을 마구잡이로 매립했다

    환경미화원들은 행안부 지침상 환경미화원 지급 인건비의 73%를 받는 여주군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았고, 야간근무를 하고도 야간수당을 받지 못했고, 폐기물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주사기에 찔려 피가 나고, 일이 많아 연차휴가를 하루를 쓰지 못하게 했기에 한마디로 골병이 들도록 일을 해야만 했다.

    물론 피해당사자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것은 아니다. 양평군의회는 여러 차례 폐기물법을 위반해서 폐기물이 관리되고 있는 것과 환경미화원이 초과노동을 하고 있음을 지적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양평군은 양평환경과 13년간이나 수의계약을 체결해 모든 잘못을 용인해 주었다

    결국 환경미화원이 노조를 만들면서 이 문제는 양평지역의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연일 노조가 제기하는 폐기물법 위반행위가 언론에 보도가 되었고, 양평환경은 위수탁 계약범위외의 업무를 지시하지 못하게 되었고, 체불임금 위반으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그러자 노조를 건설한지 두 달 가량 되는 날 사용자는 폐업을 하기에 이르렀다. 양평군수는 2차례나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현재는 그 약속을 전면 부인하더니 급기야 공채 공고를 실시한 상태이다.

    양평군과 양평환경이 손잡고 ‘사업장 폐업 후 공채공고’ 방식을 통해 노조를 와해한 것이다. 16명의 조합원은 공채 공고에 응하는 것은 군수의 전원 고용승계 약속을 부인하는 것이며, 우리 중 일부는 반드시 탈락될 것이고, 이것은 우리를 분열하고 경쟁하는 것이기에 공채 공고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양평경찰서가 24시간 감시하며 체포, 연행, 불법 운운하는 행위,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의 수수방관, 군수로부터 임용된 읍장과 면장 등의 악선전이 함께 노동자들을 위협하여, 결국 절반의 조합원을 투쟁의 현장에서 떠나게 만들었다

    6월 22일이면 공채 공고를 통해 환경미화원 전원이 선발된 예정이다. 양평군수는 아마도 환경미화원 전원이 선발 완료되면 이 투쟁도 함께 사그라들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시간이 가면서 쌓인 피로도가, 절반의 동지가 떠나면서 남긴 배신감이, 해고로 인한 경제적인 궁핍함이 우리를 노예로 만들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그렇지만 또 다른 변화가 있다. 투쟁하는 다른 노동자들이 우리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한다. 이 투쟁의 본질이 무엇인지, 무엇이 우리를 분열시키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가 탄압 받고 있는 것은 가진 자의 탐욕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고, 이 투쟁만이 탐욕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살길이 연대와 단결이라는 것. 이 모든 것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또렷하게 보이고 있다.

    영화 <파업전야>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분열을 조장하는 자, 분열에 맞서는 자, 분열에 좌절하는 자, 분열로 이익을 챙기는 자, 자본가를 돕는 노동부, 자본가의 주먹과 발길질이 되어주는 경찰..

    20년전 영화 <파업전야>는 감동적인 영화였다. 20년이 흐른 지금 영화 <파업전야>는 완전한 나의 현실이다. 양평군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부디 인간해방을 향한 투쟁에서 승리할수 있도록 연대와 지지를 부탁한다.

    (한동희 분회장 011-285-6131, 투쟁기금 모금 농협 231017-52-047666, 예금주: 한동희)

    필자소개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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