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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있는 지구와 생명의 역사
    [책소개] 『세상에서가장 재미있는 진화』(제이 호슬러/ 궁리)
        2013년 07월 20일 01: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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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의 생물은 왜 번거롭게 수컷과 암컷이 나뉘어 있을까? 해삼은 어째서 뇌도 없고 진흙이나 먹고 살까? 인간은 지구의 역사 45억 년에 비해 찰나에 불과한 수백만 년 동안 존재했을 뿐인데, 어떻게 다른 생명을 조작할 만큼 빠르게 발달했을까? 두 생명체가 서로 다른 종인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놀랍도록 다양한 지구의 생물들은 모두 어디에서 왔을까? 등등……

    이 흥미로운 질문들의 답은 바로,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Evolution: The Story of Life on Earth)』에서 고스란히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한 번쯤은 궁금해 했을 법한 생명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생명 진화와 관련해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조목조목 안내하는 이 책은 진화를 다룬 일반 과학 서적과는 달리 한 권의 만화책답게 키득거리며 끝까지 보게 하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지은이 제이 호슬러는 “과학의 경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만화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만화를 활용한 과학 교육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주니아타 대학의 생물학 교수다. 그는 진화, 신경생물학, 만화와 문화 등 여러 과목을 가르쳐오면서 십 년 넘게 과학 만화를 그려온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생물학 교수이자 만화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살려, 과학적으로 정확하면서도 ‘외계 생물의 시선으로 지구 생물을 바라보는 스토리텔링’이라는 흥미로운 구성에, 과학과 유머를 훌륭하게 조화시켜 이 책의 내용을 완성했다.

    특히 진화에 관해서는 이미, 찰스 다윈과 그의 왼쪽 속눈썹에 기생하는 진드기와의 대화를 그린 『눈썹진드기 우상탈출 프로젝트(The Sandwalk Adventures)』와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눈의 진화를 설명하는 만화 교과서 『시각적 암시(Optical Allusions)』라는 두 작품을 쓰고 그리기도 했는데, 이번 책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는 진화와 유전학적 내용까지 충분히 담아낸 그의 십여 년 연구 노하우가 오롯이 담긴 지구 생명 이야기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작가인 케빈 캐넌과 잰더 캐넌은 『해답은 DNA(The Stuff Of Life: A Graphic To Genetics And DNA)』를 비롯하여 유전학과 고생물학에 관한 만화를 그려온 베테랑들로, 이번 책에서는 세포든, 공룡이든, 도도새든, 찰스 다윈이든, 자신들이 묘사해야 하는 모든 생물체를 정확하게 그리고 한편으로는 장난스럽고 재치 있지만 결코 우스꽝스럽지 않게 그려내며 책의 재미와 흥미를 배가시키며 흡입력을 높였다.

    이처럼 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수백만 년 동안 이어져온 지구 생명 진화의 역사와 메커니즘, 그리고 개념 정리까지 명쾌하고 간결하게 담아내며 완성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는 두툼한 진화 생물 서적을 대신하기에 충분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동안 진화에 대한 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이보다 더 나은 학습용 과학 만화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생물 진화란 마냥 어렵기만 한 학생들에게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진화의 큰 틀과 진화만의 재미를 알려주며, 보다 심화된 내용까지 알고 싶게 하는 의욕을 북돋워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비단 중고등학생뿐 아니라 대학생 및 일반인을 포함해 진화에 관한 지식을 흥미진진하게 배우고 깨달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완벽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또한 학생들에게 ‘생물학을 전달할 참신한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는 교사에게는 훌륭한 생물 참고서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제이 호슬러는 진화에 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요소가 “현재 존재하고 과거에 존재했던 특이한 생물체들”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비과학적인 ‘시간여행’을 사용하지 않고도 등장인물들을 그 환경에 데려다놓는 방법을 찾고자 궁리했고, 그 결과 ‘지구 진화 홀로그램 박물관’이라는 가상현실 장치를 이용하여 이 책의 구성을 잡았다.

    덕분에 독자들은 백악기 한가운데로 떨어져 공룡들에게 둘러싸일 수 있고, 바다 밑으로 가서 얼음고기를 지켜볼 수도 있다.

    또한 그 견학의 여정을 통하여 찰스 다윈, 그레고어 멘델, 알렉산더 플레밍, 에른스트 마이어, 알프레드 월리스, 닐 슈빈, 토머스 헉슬리, 스티븐 제이 굴드, 리처드 렌스키에 이르기까지…… 지구 생명 진화 연구의 역사에 크고 작은 전환점 선사한 과학자들과도 만나볼 수 있다.

    진화

    책 속의 큰 배경은 해삼을 닮은 생물인 스퀸치들의 문명, 글라갤이다. 그곳에 ‘지구 진화 홀로그램 박물관’이 문을 열고, 개장에 앞서 글라갤의 왕과 왕자가 책임자 블루트 경의 안내를 받아 방문객용 프로그램을 경험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구의 영롱한 초록 빛깔에 눈길이 끌렸던 스퀸치들이 지구 생물의 놀라운 적응력과 인간의 유전학 지식을 알게 되고, 자신들의 종을 위협하는 유전적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찾기 위해서 지구 생명 진화를 연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이야기 전개로 진화의 역사와 메커니즘, 그리고 관련 개념들을 하나하나 차근히 설명해나간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총 6장의 본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원시 지구의 형성부터 그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그 안에서 탄생한 세 영역의 생명, 즉 세균, 진핵생물, 고세균, 나아가 진핵생물이 식물, 균류, 동물로 나뉘는 진화의 과정을 비롯하여, 진화 이론을 발견하고 연구하게 된 인간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의 네 가지 기본 조건부터 멘델의 유전 법칙, 알렉산더 플레밍의 페니실린까지 예를 들며, 진화의 정의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이어지는 1~3장에서는 생명이 지구에 등장한 후 대폭발과 수차례의 대멸종을 거치며 현재까지 진화한 역사를 이야기하는데, 이를 통해 45억 년 동안 지구에 새로운 종들이 등장하는 광경을 생생히 일목요연하고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다.

    먼저 1장 “뭉근하게 부글거리는 생명: 최초의 40억 년”에서는 선캄브리아 시대 생명의 구성단위들이 자연적으로 생겨나게 된 연유를 스탠리 밀러와 해럴드 유리의 실험을 통해 설명한다.

    또한 생명의 기본단위인 세포의 지지 구조를 만드는 단백질의 기능을 비롯하여 지구 진화에서 눈여겨볼 두 종의 생물에 대해, 그리고 프롤로그에서 간단히 언급했던 세균, 진핵생물, 고세균 각각을 좀 더 깊이 있게 이야기하며, 진핵세포와 원핵세포 구별법, 돌연변이, 유전자 교환, 머리 있는 동물과 머리 없는 동물의 적응 차이까지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2장 “생명의 흥망성쇠”에서는 오파비니아, 아노말로카리스, 피카이아의 화석 기록을 통한 캄브리아 시대의 대폭발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척삭동물과 절지동물의 등장, 오르도비스 시대 전성기를 누렸던 삼엽충을 비롯해 초기의 척추동물과 극비동물에 대해, 더하여 실루리아기, 데본기 어류의 진화, 석탄기의 파충류와 페름기의 양서류 및 겉씨식물의 진화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어지는 3장 “대멸종의 시대”에서는 지구에서 해양종과 양서류, 파충류, 곤충의 많은 수가 사라지게 된 페름기 대멸종에 관해 이야기한 후, 그다음 트라이아스기의 고시류와 신시류의 삶, 쥐라기와 백악기의 공룡과 거대 파충류의 방산과 멸종, 신생대 포유류와 조류의 진화, 그리고 인간의 조상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짚어나간다.

    4~6장에서는 진화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벌어지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며 종 분화, 자연선택, 성 선택, 수렴진화, 진화의 방향성 등 주요 개념들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4장 “낡은 것을 새롭게”에서 가상의 종 ‘오비’를 내세워 격리와 종 분화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부분은 신선하고 인상적이다. 동시에 에른스트 마이어의 생물학적 종 개념,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의 지리적 격리, 찰스 다윈의 성 선택 등의 이론을 바탕으로 짝짓기(생식)와 진화의 상관관계를 재미있고 명쾌하고 풀어내고 있다.

    5장 “완벽한 불완전성”에서는 수많은 종들이 다양한 조건에서 생존하려고 진화시킨 여러 적응들에 대해 살펴보는 동시에,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연선택의 원리를 이용하여 다른 종(동식물)의 품종을 개량한 인위선택의 사례들, 즉 원시 양배추에서 방울다다기양배추, 케일, 콜리플라워, 순무, 루타바가, 콜라비를 길러낸 것, 멧돼지에서 돼지를, 늑대에서 개를, 붉은멧닭에서 닭을 길러낸 것 등을 소개한다.

    나아가 가자미의 눈과 꽃의 생식 등 여러 사례를 통해 적응의 정의, 다형질 발현 효과, 변이, 기능 전환, 흔적 구조 등의 개념을 명확히 설명하면서 진화의 불완전성이 가지는 의미를 유추할 수 있도록 한다.

    6장 “진화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다”에서는 최초의 척추동물이 뭍에서 기어나온 시점부터 시작해 인간의 진화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다룬다. 과학자 닐 슈빈이 발견한 틱타알릭 화석 발견의 중요성, 그리고 개구리, 도마뱀, 고양이, 돌고래, 코끼리, 인간 등 척추동물의 다리뼈 구조의 상동성, 해부학적 공통 속성들을 사용하여 유인원들의 진화적 계통수를 그려낸 토머스 헉슬리의 이론이 펼쳐진다.

    나아가 직립보행 혁명, 손을 이용한 도구의 사용, 인두의 진화, 젖당을 소화하는 유전자의 진화, 농업의 발명에 따른 인슐린 호르몬 조절 유전자의 진화, 헤모글로빈 분자의 돌연변이 진화 등 인간이 가지는 흥미롭고 다양한 진화 사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는 해삼과 스퀸치, 그리고 어룡과 돌고래의 생김을 통해 수렴진화의 개념부터 시작해 스티븐 제이 굴드의 진화 이론, 리처드 렌스키의 진화 실험 등을 설명하고, 앞으로 좀 더 살펴보면 좋을 진화에 관한 이야기를 제안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나아가, 권말 부록에 있는 용어 설명은 진화를 공부하는 데 꼭 알아야 하는 핵심 용어들을 모아 다시금 정리해주고 있어 더욱 포괄적이고 효과적으로 진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진화에 대한 기본 개념과 원리 및 응용 사례, 태초의 생명부터 현생 인류까지의 장대한 역사와 다양한 배경 지식까지 쉽고 재미있게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진화 하면 왠지 모를 거리감과 전문적인 내용이라는 선입견이 한방에 날아가는 유쾌한 경험을 선사하는 동시에 진화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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