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프로파일러의 범죄이야기] 용인살인사건...모방과 ‘비사회적 상황의 학습’
        2013년 07월 16일 10: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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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용인에서는 보통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언론을 통해서 대강의 사건 개요가 알려졌지만, 여러 언론보도 등을 취합해서 파악한 간략한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살인 사건의 범인은 19세 남성으로서, (본인의 진술에 의하면) 이전에 아는 사람으로부터 소개받아서 면식이 있는 17세 여성을 모텔로 유인, 성폭행하고 이를 신고하겠다고 뛰쳐나가는 여성을 목 졸라 살해한 후 검거를 회피하기 위해 사체를 잔인하게 손괴한 후, (손괴하면서 중간 중간 친구에게 자신이 하고 있는 광경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면서 친구에게 알렸다고 함) 사체의 일부는 변기에 버리고, 사체의 대부분을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서 장롱 속에 하루 정도를 보관하다가 친구의 권유로 자수한 사건이라고 한다.

    성범죄율 세계 1위 한국에서 강간살인이라는 범죄 발생율은 미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은데 그 이유는 주지하듯이 한국에서 성범죄가 친고죄라는 사실, 그리고 한국의 사법체계는 성범죄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형량을 부과한다는 사실과 깊이 연관된다.

    미국의 경우 초범의 경우에도 높은 형량이 부과되므로 아예 피해자를 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초범의 경우 집행유예가 대부분이거나 아예 그전에 피해자와 합의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므로 굳이 죽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강간 살인이라는 범죄가 비교적 적게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살인사건이야 서울에서만 하루에 10여건 정도로 그리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고 또한 아무리 적게 발생한다고 해도 강간살인사건도 특히 주목받는 경우는 드문 일인데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충격을 던진 이유는 아마도 19세의 청소년(?)이 별다른 감정 변화나 죄책감 없이 사체를 잔혹하게 처리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물론 이보다도 더 처참한 사건과 시체를 일상적으로 접해온 프로파일러로서의 나도 이 사건은 다른 사람들 못지않게 충격적이었다. 그렇지만 이 사건에서 나를 더욱 당황하게 만든 것은 이 사건 자체가 아니라 이 사건을 다루는 일부 언론과 일부 범죄전문가의 행태였다.

    인터넷에서도 일부 문제제기된 바와 같이 D일보와 뉴스전문 모 채널의 사건 보도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종류의 사건을 대하는 언론과 범죄전문가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해준다.

    ‘베르테르 효과’는 대중에게 각인된 유명인의 자살이 일반인에게 주는 모방자살의 영향력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 유명 탤런트나 영화배우가 자살한 이후 일정기간 동안 그 사회의 자살율이 급증한다. 선택을 고민하던 자살예비자들에게 뚜렷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 자살을 실행하는 사람들 중 상당한 비율이 외부적인 선택지에 의해 임계점을 넘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그 임계점을 넘지 않고 자살 결심을 포기하지만 외부적인 자극이 그 임계점을 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살율을 잘 관리하는 서구 사회의 경우 언론들이 자발적으로 유명인의 자살을 보도하는 세심한 지침을 만들고 공유하면서 비교적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살인과 관련된 모방살인은 ‘비사회적 상황의 학습’으로 설명될 수 있다. 범죄를 다루는데 사회학습론은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인간은 그 행동에 있어서 사회에서 학습한다. 이러한 학습은 범죄의 영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특히 대중매체를 통한 학습은 거의 즉각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반적으로 학습은 접촉을 통해 진행된다고 하지만 청소년의 경우 비접촉 즉 비사회적 상황에서의 모방 학습도 매우 유용한 기제이다. 그래서 대중매체가 범죄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를 보도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 지켜야할 데드라인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다루는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범죄의 전개과정을 너무나도 리얼하게 묘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피해자와 관련된 사항이나 범인과 관련된 사항 등에서 과연 무엇을 위해 이런 기사를 쓰며 그 결과에 대해서 기자 본인은 이해하는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의문을 가지게 했다.

    실제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 그 방법을 어디에서 취득했는지를 물어보면 많은 경우 대중매체에서 취득했다고 대답을 한다. 그리고 특히 이러한 경향은 청소년 범죄자의 경우 더 비율이 높다. 청소년들의 경우 뇌의 성장이 완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한 행위를 가치판단이 아닌 상징을 통해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비사회적 상황의 학습’ 기제는 매우 놀라울 정도이다. 즉 그들은 생각이 아닌 바로 그 행동으로 사고를 조직하는 것이다. 이것이 상징을 통한 학습으로서 청소년 범죄가 흉포화되는 기제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외부자극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물론 언론 본연의 의무인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매우 중요한 공동체의 가치이다. 그렇지만 이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인 가치도 사회의 공공성과 양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러한 일부 언론의 행태는 국민의 알권리를 빙자한 자극적인 황색저널리즘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소시오패스에 대한 EBS방송화면 캡처

    소시오패스에 대한 EBS방송화면 캡처

    또 하나, 자극적인 일부 언론의 행태와 더불어 포털 검색어 1위를 차지한 것이, 범인이 사이코패스인가? 소시오패스인가? 에 대한 논란이었다. 이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은 유명 대학의 경찰행정학과 모 교수인데, 뉴스 인터뷰를 통해 몇 가지 이유를 들면서 범인이 ‘소시오패스‘일 가능성을 주장했다.

    물론 전문가로서 당해 사건에 대한 주장이야 여러 가지로 가능하지만, 문제는 실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구분은 물론이거니와 그 의미 자체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는 국민들이 많지 않고 그 개념 자체를 연쇄살인범으로 생각하고, 특정한 하나의 사회적인 공포의 상징으로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현학이요 말장난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주장하는 바를 유추해 보건대, 아마도 사이크패스는 “유전적, 생물학적 기질에 따른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의미하며, 소시오패스는 “사회적 문화적인 반사회적 사회성 장애”라고 이해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개념 구분에 대해서 다른 주장을 하는 학자들도 많고 아직 학문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에 대중의 상식에 기대어 자신의 주장을 펴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일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의 해당 범인을 사이코패스가 아닌 소시오패스로 판단하는 것 자체의 근거가 너무 피상적일 뿐 아니라 그러한 접근은 상당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 연쇄살인범, 연쇄강간범, 연쇄방화범들을 다수 수사하고 면담해본 프로파일러들도 이러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단지 몇 가지 상황 즉 자수를 했으며 범죄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는 범죄자 본인의 주장을 근거로 이런 판단을 한다면 그것 자체가 넌센스이다. 또한 그의 주장대로, 유전적 생물학적인 이상이 없이 정상적으로 성장한 보통 사람이 사회문화적인 요인에 의해 무차별하게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한다면(즉 소시오패스라고 한다면) 과연 그 기제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치밀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미쳐서 살인을 했다고 한다면 그 자체가 밑도 끝도 없는 공포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범죄를 다루는 사람들은 그 결과에 대해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왜냐하면 범죄에 대한 접근은 다른 사회적 실재와는 달리 비가역적이기 때문이다.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그리고 범죄를 다룸에 있어서 사회적 공포를 생산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 공포 자체가 사회에 다시 한 번의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용인 사건에 대한 접근

    이 사건의 핵심은, 우선 다른 무엇보다 시체훼손 행위가, 본인 진술대로 성폭행 후 신고할 것이 두려워 살인 후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였는가? 아니면 처음부터 시체훼손을 생각하고 살해했는가? 에 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살인 후 시체를 훼손하는 경우는 범행 후 사체를 숨겨서 검거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부피를 작게 해서 산이나 저수지 같은 곳에 유기를 할 때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사람을 죽인 후에 모든 살인자들이 시신을 훼손하지는 않고, 훼손한다고 해도 이른바 토막살인 정도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 경우와 같이 16시간에 이르도록 엽기적으로 훼손하는 경우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 즉 용이한 사체유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그것은 분노의 표현, 수행욕구, 지배욕 등과 관련 있다.

    이렇게 사체를 엽기적으로 훼손하는 이런 범죄는 범죄자가 아무런 외부적인 영향 없이 창의적으로는 절대 할 수 없다. 어디에서든 보고 배운 것으로서, 이번 사건의 범인의 경우와 같이, 잔혹한 영화나 동영상, 게임 등에서 배운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잔인하고 잔혹한 동영상과 게임에 여과 없이 접할 수 있는 우리의 사회 환경 이것이 문제이다.

    또한 불안한 현실과 현실에서의 낮아진 존재감에 대한 보상으로 보다 자극적이고 잔혹한 동영상과 게임에 탐닉하는 것이다. 이 결과는 현실과 게임 속의 차이가 없어지며, 게임에서 좀비들을 죽이는 것처럼 현실에서 사람을 잔인하게 죽인다. 지금 이 사건이 바로 이것이다.

    -질문: 주검 훼손하는 방법은 어디서 배웠나?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며 봤다. 유튜브 같은 데서.”

    -질문: 피해 여성 불렀을 때 검색한 내용을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도 했나?

    “처음엔 아닌데 나중에 그런 생각 들었다.”

    -질문: 훼손한 주검을 장롱 속에 넣은 이유는?

    “그땐 너무 피곤해서 잠깐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었다.”

    -질문: 영화를 보거나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은 없나?

    “옛날부터 잔인한 영화 많이 봤다.” (다음 회에 계속)

    필자소개
    2000년대 중후반 경찰청 범죄심리수사관(프로파일러)과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프로파일링 부서) 재직했다. 현재는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이며, 국립중앙경찰학교 (수사) 프로파일링 과목 담당 외래교수이다.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진보정치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임상병리사와 사회복지사를 거쳐 프로파일러의 삶을 살아온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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