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 미래는 그리스에 달려있다.
    [GLOBAL진보] 에띠엔 발리바르, 미카엘 로위, 엘레니 바리카스 글 / 엄형식 옮김
        2012년 06월 10일 01: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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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프랑스의 진보적 지식인들인 에띠엔 발리바르, 미카엘 로위, 엘레니 바리카스가 온라인 매체인 Mediapart 5월 23일에 게재한 글이다. 5월 6일 동시에 진행된 그리스 총선과 프랑스 대선결선은 각각 급진좌파의 약진과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의 당선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경제위기에 대한 유일한 대책으로서 공공서비스와 민중들의 삶을 희생시키는 긴축정책을 밀어붙였던 유럽연합과 메르켈-사르코지 이니셔티브에 제동을 걸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세 명의 저자들은 이 글을 통해 6월 17일로 예정된 그리스의 2차 총선에서, 급진좌파를 통해 표출되는 그리스 민중들의 목소리를 통해 전 유럽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긴축정책을 멈추고 새로운 유럽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계기로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글의 원본을 보려면 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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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는 1944년 독일점령에서 벗어난 이후 처음으로, 유례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임금과 퇴직연금의 급격한 감소, 5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 기업 영세상인 언론 출판사들의 도산, 수천 명의 걸인과 노숙인들, 기상천외하고 임의적인 세금부과, 반복적인 임금과 퇴직연금의 삭감, 일련의 민영화, 공공서비스(보건, 교육) 및 사회보장 서비스의 사보타쥬, 자살의 증가…

    에띠엔 발리바르의 모습

    그리스 재정지원에 따른 유럽연합 및 IMF와의 각서로 인한 폐해는 이루 열거할 수 없다.

    반대로 은행가들, 선주들(그리스는 세계적인 선박강국으로 선주들은 주요한 경제적 기득권층 : 역자) 그리고 가장 큰 지주인 교회는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모든 사회 관련 예산은 삭감되지만 어마어마한 규모의 국방비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리스는 채권국(독일 프랑스)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수십억 유로의 무기를 구입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리스는 유럽의 실험실이 되었다. 앞으로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등에 적용될 정책수단이 인간 모르모트들에게 실험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실험의 책임자들인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IMF)와 그리스 정부 내에 있는 이들의 동맹자들은 걱정이 없다. 실험실의 돼지와 생쥐들이 과학실험에 반하여 저항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인간 모르모트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채용된 신나찌주의자들이 광범위하게 포진해 있는 경찰의 무시무시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동안 총파업, 광장 점거, 집회와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불손함의 극치로서 그리스 인들은 집권연립여당(우파와 자신의 정책을 거슬러서 각서에 사인을 한 중도좌파)에 대한 지지를 절반으로 줄이고 급진좌파동맹인 ‘시리자’에 대한 지지를 4배나 올리면서 ‘실험’의 지속에 대해 거부를 표시하였다.

    트로이카가 제시한 신자유주의 해법이 얼마나 해악적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급진좌파까지 될 필요도 없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이를 늘 지적해왔다. ‘만약 그리스를 무릎 꿇려서 수입을 줄이고 예산불균형을 초래할 것이 분명한 경기퇴행으로 밀어 넣는다면, 어떻게 재정을 안정화시키라는 이야기인가?’

    유럽연합과 IMF의 ‘자비로운’ 대출은 어디에 사용하라는 말인가? 은행들의 빚을 갚으면, 또 새로운 빚이 남겨질 뿐이다. 트로이카의 ‘전문가들’은 자본주의를 종교처럼 숭배하고 있다. 즉 예측할 수 없고, 임의적이며 비합리적인 의지를 가진 금융시장이라는 신을 모시면서 인간 희생물을 요구하는 종교…

    임의성, 비밀주의, 공포를 통치방식으로 삼는 이러한 난폭한 노예화 정책은 분노와 혼란의 반작용만을 불러 일으킬 뿐이다. 이러한 분노의 일부는 인종주의, 반유대주의, 외국인혐오증의 불길한 힘과 신나찌 그룹인 ‘황금새벽’으로 쏠리고 있다.

    그러나 분노한 민중들은 1958년 이후 처음으로 급진좌파에게 큰 힘을 실어주었다. 이 좌파는 근본적으로 유럽적이다. 이 좌파는 유로존을 떠나고자 하는 어떠한 의도도 없지만, 트로이카에 의해 강제되고, 지난 몇 년간 이어져온 그리스 정부들 (사회당 신민주당 극우파를 포함한 대연정)에 의해 받아들여진 각서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이들은 부채에 대한 모라토리움과 그 정당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국제적인 감사, 은행에 대한 사회적 통제, 각서에 서명한 기존 정부들에 의해 취해진 반사회적인 정책들의 제거 등과 같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즉각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민주적인 좌파, 사회운동, 분노한 사람들(indignés), 투쟁하는 노동자들, 이민자 방어 네트워크, 여성주의 그룹, 동성애자, 생태주의자 등 광범위한 스팩트럼에 기반하여, 급진좌파는 제2의 정치세력이 되는데 성공했다. 마크 트웨인이 이야기했듯이 ‘그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몰랐고, 그래서 그것을 해내었다’

    두 번째 선거가 6월에 진행될 것이다. 몇몇 여론조사들은 급진좌파가 1당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는 유럽의 미래가 그리스에 달려있다고 확신한다.

    금융자본의 대변인들로서, 모든 수단을 다해 보복하겠다며 그리스인들을 협박해온 호세 마뉴엘 바로소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볼프강 쇼블 독일 재무장관도 이제 그리스인들이 은행들과 IMF에 의해 지지 받는 후보들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신중한 침묵에 잠겨있는 새로운 프랑스 정부는 분명하고 강경한 목소리로, 자신들은 그리스 민중들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며, 그리스를 유럽과 유로존에서 배척하려는 모든 시도를 거부할 것임을 천명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 급진좌파와 그들이 가진 민주적이고 반파시즘적이며 단결된 열정을 지원하는 것이 긴요하다. 그리스 급진좌파는 지금 그리스, 더 나아가 유럽을 신자유주의 긴축정책의 악몽으로부터 구해내는 전투의 정점에 서 있다.

    유럽의 미래는 지금 그리스에 달려있다.

    옮긴이 엄형식은 리에쥬대학 사회적경제센터 박사과정 연구원이고 주요 연구주제는 사회적 경제, 사회적기업, 사회운동이고 현재 진보신당 유럽당원협의회 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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