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알콜중독 치료 병원 폐쇄 이유는?
국세청 퇴직 관료들이 주류협회와 카프재단의 주인 행세
    2013년 07월 15일 03:12 오후

Print Friendly

지난 2007년 생명보험사 상장 결정시 생명보험사들은 보험가입자들에게 상장이익을 배분하지 않는 대신 2026년까지 1조5000억원을 사회공헌사업으로 환원하기로 했다.

그러다 2010년 국정감사 당시 유원일 의원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2007년 도입 때 희귀난치병 치료 지원 등 순수공익사업을 담당하겠다던 금액 263억원(전체 예산의 95.9%)이 2008년에는 120억원(33.4%), 2009년에는 20억원(6.4%)으로 대폭 삭감됐다.

반면 보험문화 확산사업을 담당하는 비중은 2007년 11억원(4.1%)에서 2008년 141억원(39.5%), 2009년에는 224억(69.4%)로 껑충 올랐다.

생명보험사의 상장에 따른 이익을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약속은 결국 업계에 대한 홍보 비용으로 전락한 것이다.

건강증진부담금 대신 설립한 카프병원, 출연금 미납으로 폐쇄 위기

주류업계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1997년 담배에만 부과하던 건강증진부담금을 주류에도 부과하려는 국회 움직임에 롯데칠성, 하이트진로, 오비 맥주 등 주류업체들이 반발하며 건강증진부담금을 납부하는 대신 주류 소비자 보호사업을 자체 추진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당시 주류업계들은 알코올 관련 연구와 예방, 전문병원 설립, 사회복귀시설 설립 등을 약속하며 해마다 5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1997년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KARF, 카프)를 설립했고, 2004년 경기도 고양시에 전국 유일의 알코올중독 치료 전문병원인 카프 병원 병원을 열었다.

하지만 주류업계의 ‘생색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병원까지 개설한 상황에서 2006년 출연금을 납부하지 않는 업체들이 발생한 것. 급기야 2010년에는 하나 둘 눈치를 보던 다른 업체까지 모두 출연금 납부를 중단했다.

카프3

지난 5월 카프병원 퍠쇄 반대 기자회견 자료사진

이 때문에 2012년 10월부터 카프병원에는 재원이 모두 고갈돼, 2013년 2월 여성병동이 문을 닫은데 이어 2013년 6월 10일 폐업해 입원환자 100여명이 뿔뿔히 흩어졌다. 지난 3년간 한국주류산업협회가 미납한 출연금은 155억원이다. 주류업계가 연간 사용하는 마케팅 비용은 5000억원에 이른다.

음주 문화 책임, 마시는 사람 잘못이니 각 부처별로 담당해야?

한국주류산업협회는 2005년부터 카프병원에 시가 600억원 가량의 재단 건물을 매각할 것과 병원 사업을 포기하라고 압박해왔다.

반면 지난 2010년 백원우 의원 등이 다시 주류에 대해 건강증진부담금를 걷으려는 입법 활동을 보이자 같은 해 11월 한국주류연구원 정책연구서를 통해 “주류산업은 이미 연간 50억원씩 출연금을 통해 1997년 동안 알코올 문제 개선을 위한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부담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명백히 표출했다.

특이점은, 이 연구보고서가 발간된 해는 이미 모든 주류업계가 카프병원에 대한 출연금 납부를 중단한 해라는 것이다. 또한 이 연구원은 주류업계가 세운 연구원으로 당시까지만 해도 카프병원은 주류협회의 출연금을 이 연구원을 통해서 받아왔다. 그러니깐 연구원은 출연금 납부현황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던 곳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 연구서는, 기금의 ‘파산’을 들먹이며 주류업체에 대한 부담금은 “일시적, 편의주의적 재원”이라고 반발한다는 것이다. 이들 주장은 주류업계의 부담금이 보건복지 예산으로 사용한다면 알코올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 예산으로 많이 쓰이게 되어 결국 예방활동에는 미약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들이 치료와 재활보다는 예방활동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렇다. “직장인 음주문제나 노동인구의 산재 문제 등을 위해서라도 노동부에서 사용해야 하고, 여성음주 증가와 임산부 음주 문제를 위해 여성부에서도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며 음주로 발생하는 사회문화적 폐해를 각 부처 골고루 나누어야 한다는 것. 그런데 그 예산은 “1차적으로 일반예산에서 사용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결국 주류업계가 부담금을 납부하지 않기 위해 세운 공익재단이 알코올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에 초점을 맞추져 있다는 이유로 매각을 종용했던 그 이면에는 최대한 음주에 대한 폐해를 음주를 소비하는 각계의 사람들에게 돌리기 위한 일종의 ‘근거’였던 셈이다.

정리하자면 주폭, 음주운전 등 음주에 대한 폐해를 알리는 홍보 포스터 한 장 만드는 것이 한 사람의 알코올의존증을 치료하는 것 보다 더 ‘싸다’는 것이 주류업계가 ‘진짜로’ 말하고 싶은 핵심인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한국음주문화센터 정철 분회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예방과 치료를 분리하는 이들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당초 재단을 설립하게 될 당시 연구, 예방, 치료, 재활이라는 4가지 축을 함께 병행하기로 했다. 카프병원이 그 중 치료와 재활을 담당했던 것인데 치료와 재활만 불필요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주류업계가 하는 예방이라는 것은 결국 ‘술은 적당히 마시자’, ‘적당히 마신 술은 백약보다 좋다’는 등의 홍보 밖에 없다”며 “하지만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180만명이고 그 가족들과 합하면 600만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에 대한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이들 피해를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국세청 고위 관료 출신들이 주류협회와 카프재단 안방 주인 행세
한국주류연구원 설립해 재단 출연금 전용하다 내분으로 결국 폐원

한편 한국주류연구원은 현재 폐원한 상태이다. 주류협회가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연구원까지 설립했지만 폐원까지 가게 된 그 이면에는 국세청이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서울지역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노동조합에 따르면, 건강증진부담금을 납부하는 대신 공익재단을 설립하겠다고 공언했던 약속은 국세청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2005년 카프병원 매각 및 치료사업 포기 등을 복지부에 건의한 것도 국세청 주도하에 이루어졌다는 것.

뿐만 아니라 국세청 주도하에 2007년 국세청을 감독관청으로 하는 사단법인 한국주류연구원을 설립해 2011년 6월 폐원 때까지 카프의 재단출연금을 전용하기도 했다. 카프에 쓰여야 할 돈을 연구원이 떼어다 쓰고, 오히려 카프는 이 연구원을 통해 주류협회 출연금을 받아야 했다.

국세청은 주류업계의 ‘뒷배’ 역할을 하며 관련한 사업에 많은 입김을 불어넣었다. 카프가 설립될 당시에도 이사장과 사무총장, 감사 등의 고위 임원직에 모두 국세청 퇴직 관료들이 담당해왔다. 또한 카프의 이사장직을 주류협회장과 겸직까지 하다보니 실제로 주류협회와 카프는 국세청 퇴직 관료들의 안식처로 이용돼왔던 셈이다.

이 때문에 카프의 감독관청인 보건복지부는 주류협회장이 재단의 이사장을 겸직하는 것과, 특수관계 이사(주류협회, 주류회사)가 법에서 허용하는 것보다 더 많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카프병원의 건물 시세가 올라 시가 600억원에 달하자 국세청 출신 관료들은 해당 건물을 팔아 돈 잔치를 벌이고 싶어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한국주류연구원의 보고서가 지나치게 치료와 재활의 기능성보다 예방 활동을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면도 바로 이러한 사정이 있었던 것.

카프2

연구원이 폐원하게 된 이유는 돈방석이나 다름없던 한국주류연구원에 국세청 출신 관료의 낙하산이 노조의 반대로 무산되자, 서울주류업자와 지방주류업자가 서로 임원직을 차지하려 내분을 일어나자 국세청이 진화에 나선 결과이다.

결국 국세청 퇴직 관료들과 주류업계, 주류협회간의 돈과 권력을 둘러싼 다툼 때문에 알코올의존증 환자의 치료와 재활은 커녕 음주문화와 관련한 연구나 예방활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던 실정이다.

주류협회 출신 정철 분회장 “카프병원, 공익 목적으로 유지되야”

카프 병원의 폐원의 피해는 환자와 그 가족들, 카프병원 직원들이 지게 됐다. 또한 6개월 넘게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직원들이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정말 이대로 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그야 말로 그들만의 ‘돈 잔치’로 끝나게 될 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주류협회에서 20년간 근무하다 카프재단 설립 초안을 직접 만들고 주류협회에 사표를 던진 뒤 카프재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철 한국음주문화센터 분회장은 6개월만 지나면 곧 퇴직이다.

주류협회 출신인데다 퇴직까지 코 앞에 두고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카프병원의 공익적 목적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는 좋은 일 해보겠다고 주류협회에 사표를 쓰고 넘어왔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니 음주로 인한 피해 상황이 굉장히 심각했다. 한 명의 알콜의존증 환자로 한 가정이 파괴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치료와 예방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프병원이 유일한 알코올의존증 환자에 대한 치료를 담당해왔다”고 말했다.

카프병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카프병원은 반드시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수 백만원의 치료비가 필요하다면 누가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갖겠느냐. 지금도 가장 치료가 필요하면서도 극빈층에 계신 환자들이 대다수이다. 이들이 어디로 가야 하냐”고 반문했다.

또한 “국내 유일의 알콜의존증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 민간에 맡겨지다보니 국세청과 주류업계, 주류협회 간의 이권 때문에 결국 이 지경에 왔다”며 “정부가 투자해서 이 사업을 공공사업으로 가져가야 한다. 재원이 없다면 목적세(건강증진기금 등)를 통해서라도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