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치마 승무원의 구조 투혼
    2013년 07월 09일 01: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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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여객기의 아찔한 착륙사고에서 승무원들의 헌신적인 구조활동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 속의 여성 승무원들은 쪽진 머리의 짧은 치마를 입은 채 맨발로 뛰어다니며 승객을 직접 업어 구조 활동을 했다. 당시 이윤혜 승무원은 꼬리뼈가 골절당한 사실도 모른 채 이곳 저곳을 뛰어다녔다.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창립 이후 25년 동안 여성 승무원들에게 바지 유니폼을 허락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 2월 이러한 아시아나 항공의 복장 규정이 성차별이라고 바지 유니폼을 선택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나서야 바지 유니폼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대외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여성 승무원이 바지 유니폼을 선택하는 비율은 2.3% 선에 불과했다. 지난 4월 19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바지 유니폼을 신청한 승무원들에게 취소 요청을 했다.

또한 바지 유니폼을 신청할 경우 인사고과에 반영되고 신청자 명단도 임원에게 통보된다는 이야기까지 퍼지면서 자의반 타의반 결국 치마 유니폼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 당시 권수정 지부장의 설명이었다.

의자에 편히 누워 잘 수 없는 쪽진 머리, 긴박한 상황에서 치마자락을 걷어 올리고 맨발로 뛰어다녀야 했던 승무원들의 투혼 이면에는 ‘사소한’ 불편을 감내해야 했던 것.

이 때문에 사고 직후 승무원들의 투혼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은 “사고를 수습하는 아시아나 승무원들의 불편한 스커트 차림이 너무 애처롭게 보였다”, “그 난리통에 치마 유니폼에 구두 신고 얼마나 불편했을지…”, “회사가 치마만 입기를 강요한 것은 비상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아시아나 항공에 대한 비판을 이어 나갔다.

승무원

아시아나항공 착륙사고 구조활동 방송화면 캡처

그런데 7일(현지시간)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던 이윤혜 승무원이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시 긴박했던 사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승무원이 전한 내용은 곧바로 영웅적인 승무원의 훈훈한 미담으로 기사화됐다.

하지만 본인조차 꼬리뼈 골절이라는 부상을 입은 이윤혜 승무원이 병원이 아닌 호텔에서, 환자복이 아닌 유니폼을 입고, 1시간 가량 서서 당시 간담회를 진행해야 했다. 이같은 비상식적인 상황을 눈치챈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트위터 @worry***는 당시 기자회견을 두고 “아시아나 항공 진짜 글러먹었다. 승객을 구조하다 꼬리뼈를 다친 승무원을 기자회견장에 불러 세웠다고???!!! 올해 들어서야 정장바지를 ‘허락’하고 그나마 치마를 강요하더니, 얼마나 승무원 알기를 평소에 거지같이 했는지 짐작이 간다”고 비난했다.

신속한 대처로 대형 참사를 막았다는 점에서 승무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아시아나측이 사고 직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큰 일을 겪은 승무원 조차 대외홍보수단으로 이용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건 이 때문이다.

이근원 공공운수노조 대협국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해당 기자회견을 보고 아시아나측이 정말 악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상으로 앉을 수도 없는 승무원을 기자회견장에 불러내어 유니폼까지 입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이소희 활동가는 아시아나측의 치마 규정과 관련해 “아시아나측은 항공사 기업 이미지를 승무원의 복장을 통해 전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치마정장이 승객의 안전이나 위급한 상황 발생시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실제로 승무원들은 치마정장을 강요받으면서 하이힐과 압박스타킹을 신어야 하는데 이 때문에 겨울에는 감기에 시달리고, 장시간 착용하다보니 하지정맥 등의 건강상의 문제점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부터 바지 착용을 허용했으나 실질적으로 승무원이 자유롭게 바지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업무 수행에 원활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보다 아시아나측에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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