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축덕후의 정치직관] 유소년팀에서 키운 선수들로, 최약체팀에서 우승팀이 된 몽펠리에
    By 시망
        2012년 06월 09일 04: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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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본주의의 시스템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기 하지만, ‘넥센의 선전이 반가운 이유’(http://www.redian.org/archive/4610)라는 레디앙의 다른 기고 글처럼 언더독들이 리그판도를 뒤흔드는 것들을 반가워하는 하는 사람들은 꽤나 많을 것이다.

    하지만, 유럽의 축구리그는 점점 “우승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말과는 반대로 움직여 온 것이 사실이다. 챔피언스 리그에 엄청난 돈이 걸리면서 챔스 진출을 통한 엄청난 상금 및 중계권료를 바탕으로 팀을 재조직하고, 재조직된 클럽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유리한 구조가 되는 그런 모습들이 근래의 모습이었다.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리그에서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는 클럽이 바뀌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라. 과거에는 리그 우승이나 FA컵에 목을 매달았다면, 이제는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더 목을 매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이에 더해 아랍과 러시아의 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선수들의 이적료와 주급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지고 있다.(물론 레알 마드리드의 갈라티코 1기의 이적료 정책으로 시작된 엄청난 거품들을 이미 학습했기 때문에 그 정도 미친 이적료의 시기를 볼 수는 없겠지만,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사실.)

    결국 유럽축구연맹은 FFP룰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많은 가난한 클럽을 응원하는 팬들은 이 룰이 정착돼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도 우승에 도전하거나 유럽대항전에 나가기를 바랄 것이다.

    * FFP Rule이란? ‘Financial Fair Play Rule’의 약자이다. 이 룰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시점은 2013/14시즌이다. 이 규정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자면 “버는 만큼만 써라”이다. 지금까지 러시아나 아랍의 부호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현질을 해대는 것에 대한 방어책으로 플라티니가 내세운 제도이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이에 대한 것은 다음에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점점 유럽리그에서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없다”는 말은 그저 철지난 낭만주의자들의 한탄 섞인 푸념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한 경제학자는 주급을 많이 줄수록 우승에 가까워 진다는 연구결과를 낼 정도이니;;;)

    르 샹피오 우승을 일궈낸 몽펠리에HSC (사진= 몽펠리에 홈페이지)

    그렇다면 과연 가난한 클럽들에게는 기회가 없을까?? 가난한 클럽을 응원하는 팬들은 부자클럽들의 현질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일까?? 올 시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 클럽이 여기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넥센은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 클럽은 심지어 우승을 해냈다.

    프랑스 르 샹피오나의 몽펠리에 HSC라는 중소규모 클럽의 이야기이다. 2011/12 시즌 시작 전 르 샹피오나의 관심은 온통 아랍계 자본을 받아들이면서 이적료로만 1억 유로 이상의 현질을 해댄 파리 생제르망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었다. 기존의 강자였던 리옹, 릴을 한 번에 넘어서 르 샹피오나의 우승컵을 드는 것은 어린 애 손모가지 비트는 것보다 쉬울 듯이 보였다.

    이에 비해 몽펠리에가 이적에 투자한 돈은 고작 200만 유로… 구단주의 목표도 소박했다. 전 시즌이 14위였으니 7위면 훌륭한 시즌을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몽펠리에의 예산은 르 샹피오나 클럽 20개 중 13번째에 불과하다. 심지어 시즌 중에는 “몽펠리에가 우승하면 이러저러한 팀들은 다 코박고 죽어야…”(이보다 수위가 조금 더 높았으나 자체 블라인드 처리했다.)라고 할 정도로 우승은 전혀 생각지도 않은 것.

    본론으로 들어가서 몽펠리에가 이런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우승을 차지하게 된 힘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몽펠리에의 올 시즌 주전 라인업을 보면 11명 중 7명이 몽펠리에의 유소년 프로그램의 작품이다. 유소년에서 올린 선수들의 포텐이 한꺼번에 터졌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팀의 철학을 유지하면서 성적도 같이 올리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르샤다.

    대박은 여기서만 터진 것이 아니다. 르 샹피오나의 득점왕을 쳐묵쳐묵한 올리비에 지루는 이전 시즌 2부 리그에서 뛰던 공격수였다.

    이런 식으로 유스에서 터지고, 이적선수가 터지면서 몽펠리에는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은 동화의 마지막처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내년에도 저 인파들이 다시 모일 수 있을까?(사진= 몽펠리에 홈페이지)

    안타깝게도 동화는 동화일 뿐이다. 쉽게 우승을 차지할 줄 알았다가 좌초한 파리 생제르맹의 현질은 이번 여름에도 계속 될 것이다. 그리고 벌써 지루의 이적설이 흘러나오고 있고, 클럽 내 주요한 선수들은 더 큰 리그와 더 많은 주급을 찾아서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몽펠리에의 올 시즌 우승이 다음 시즌에는 일장춘몽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아니 그럴 개연성이 대단히 높다.

    어쩌면 몽펠리에는 2004년의 민주노동당, 2012년의 통합진보당의 모습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실력과 관계없이 길바닥에서 주운 지갑이 장기적인 집권을 위한 시드머니가 될지, 흥청망청 한방에 지르고 말게 되는 것인지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할까??

    이적선수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 그리고 이적하는 선수들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네 개 대회에 참여하면서 리그에서의 성적은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 등.. 결국 몽펠리에에게 중요한 것은 올 시즌 우승한 것이 아니라 내년 성적을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이다.

    이러저러한 어두운 미래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몽펠리에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샴페인을 터뜨릴 자격은 충분히 된다고 본다. 그들이야말로 우승에 필요한 것이 반드시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낭만을 현실에서 우리에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은 시궁창일지라도..

    필자소개
    지역 공동체 라디오에서 기생하고 있으며, 축구와 야동을 좋아하는 20대라고 우기고 있는 30대 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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