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 사망 25주기를 마치며
        2013년 07월 05일 09: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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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월요일 ‘한일심포지엄 :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화학물질 노출실태와 대책마련’ 토론회를 거의 마지막으로 문송면/원진 노동자 산재사망 25주기 추모주간 프로그램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7월 13일에 진행될 ‘산업구강보건 이야기 마당’이 마무리 프로그램이다. 25주기라고 하면 흔히 사반세기로 설명하고 있으며 이는 역사적으로 하나의 분수령이 되는 시점으로 이해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노동자 안전보건이 이슈가 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시기였고 이를 기점으로 그간의 오랜 투쟁은 한국사회를 조금씩 바꾸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너무 멀다고 느낀다.

    경제력 수준은 그 사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으나(그것도 OECD 중상위 수준) 여전히 지난 십수년간 산재사망률은 세계 최고이고 자살률 역시 8년째 세계 1위라니, 25년 전의 투쟁이나 25년을 경과하는 시점에서나 무색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양적 팽창이 질적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그래서 올 해는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25주기 추모조직위원회’(32개 단체, 추모위원 약 250명_아직도 늘어나고 있다)를 구성하고 추모주간을 선포하여 안전보건 영역의 연대를 다지고 다시 한 번 세상에 ‘노동자 생명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실천활동을 계획하였다. 약 10일간에 걸쳐 진행되었던 프로그램을 개괄하면 다음과 같다.

    ① 산재노동자·보건의료인 연대한마당

    십 수년간 진행되어 오고 있던 이 행사는 산재를 당한 노동자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의료인이 만나 게임도 하고 운동회도 하면서 두 집단간의 관계의 의미를 새롭게 다지고 친화력을 높이는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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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해는 추모주간 중에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제 갓 보건의료인으로 편입되고 있는 젊은 의료인들이 많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는데 올 해는 (북)유럽의 ‘산재노동자 재활시스템’에 대한 공부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어느 때보다 뜻 깊었다.

    ②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

    25년 전의 역사를 대중적으로 알리고 현재의 노동자 안전보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장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추모조직위원회 참여단위의 대표가 참석한 기자회견에서는 “이제 우리는 노동자·시민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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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여기 현재의 노동자, 시민, 산업보건인, 학자, 법률가, 종교인, 인권운동가가 모였다. 촛불을 들 수 있는 사람은 촛불을 들고,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얘기를 하고자 한다. 분노할 수 있는 사람은 분노하고 항의할 수 있는 사람은 항의할 것이다. 우리에게 안전한 미래를 선물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25년의 세월을 딛고 이제 더욱 안전한 우리의 미래를 얘기할 것이다. 「산재사망처벌 강화특별법 제정!」, 「원청사업주 책임성 강화!」 활동을 전면화하면서 가장 어려운 조건의 노동자가 가장 건강한 세상이 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라고 천명하였다.

    ③ 문송면・원진 노동자 산재사망 25주기 선언운동

    추모조직위원회의 참여 단체와 추모위원 연서명의 일간지 선언운동이 진행되었다. 푼돈이지만 여러 명의 푼돈은 목돈이 된다. 주요일간지에 노동자가 건강한 세상은 모두가 건강한 세상이라는 의미의 염원을 담아 소중한 한 푼 한 푼의 정성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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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낮은 임금, 가장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인 노동자들이 가장 안전하지 않기까지 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산재사망기업 가중처벌고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을 강화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많은 독자들이 읽어주셨길 기대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안전할 테니까.

    ④ 일과건강포럼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과건강포럼이 올 해로 2회째이다. 지난해에는 매년 문송면 기일에 맞춰 모란공원에서 진행되는 산재사망합동추모제에 결합하기 위해 전날 마석 수련관에서 1박2일 포럼을 진행하고 모란공원으로 합류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올 해는 문송면, 원진 투쟁의 거점으로 기능했던 당산동의 ‘성문밖교회’를 찾았다. 예전과 전혀 변함이 없었다.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교회, 영등포산업선교회에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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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⑤ 합동추모제

    6월 30일 마석 모란공원, 향기로왔지만 무더위와 싸워야 했던 추모제였다. 추모사로 시작된 추모제에서 25년 전 당시 보건의료인으로 활동했던 임종철(당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회장) 시인이 가두시위 경험을 얘기하며 추모시와 같은 추모사를 해 주었다.

    이번 추모사에는 해외 추모사도 있었는데 추모제 다음날 열릴 한·일 심포지엄을 위해 방한하였으나 모란공원까지 방문하여 추모사를 진행했다.

    대표 발언은 나카무라 다케시((간사이 노동자안전센터 사무차장)가 진행하였고 같은 조직에서 여러 명의 참여자가 함께 했다. 현재 아베 내각이 노동자 안전보건뿐만 아니라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거품만 존재한다는 비판을 하였고 한국노동자와의 연대를 다짐했다.

    추모사 이후에 고문송면 유가족인사가 있었고 올 해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셔 참석하시지 못했다. 안타까웠다. 형인 문근면은 “항상 이렇게 송면이를 찾아주시는 많은 분들게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연거푸 쏟아냈다.

    다음으로 추모 공연이 진행되었다. 송경동 시인의 추모시, 노래를찾는사람들의 멤버쉽이었던 문진오/김가영 듀엣의 감미롭고 힘찬 노래, 그리고 한국무용을 전공한 서정숙의 ‘비원’ 공연은 많은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추모공연 마지막에는 참여단위 전체가 25주기에 즈음하여 향후의 안전보건 단위의 과제에 대한 선언문을 채택하였다. 선언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요 의제를 채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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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사회적 약자·소수자 노동자의 보호활동을 조직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으로 인한 고통이 집중되고 있는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 여성, 이주, 장애노동자 등 사회적 노동약자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을 위한 활동에 집중하여야 한다.

    하나, 산업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

    산재직업병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안전·보건상 책임과 의무를 원청사업주에게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산재사망 등 중대재해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업주의 처벌 강화이다. 원청사업주의 책임성 강화와 산재 사망 등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투쟁을 전개하여야 한다.

    하나, 노동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노동의 가치를 달리하여야 한다. 임금을 넘어 건강으로, 장시간 노동이 아닌 적정노동을 통한 인간다운 삶으로, 야간근무가 아닌 밤에도 잠잘 수 있는 노동으로 우리 노동의 기준과 가치를 바꾸어야 한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일하는 것”을 넘어 서서 이제는 “건강하게, 여유롭게, 즐겁게 일하는 것”으로 그 의제를 확장해야 한다.

    하나,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사회보험/보장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산재보험 적용대상의 전면적 확대와 각종 진입장벽의 철폐, 그리고 적절한 재활서비스를 통한 직업복귀와 사회복귀의 활성화 등 산재보험과 사회보험/보장의 ‘근본적’ 제도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나, 굳건한 연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노동자와 전문가, 다양한 활동가들의 굳건한 연대는 노동자의 존엄성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확보해줄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또 노동자의 건강문제는 시민의 안전과 지역의 환경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와 환경운동과의 상시적 연대가 필요하다.

    곧이어 제사가 이어졌고 참여자들은 헌화했다. 문송면/원진 산재사망 노동자들이 묻혀있는 묘소를 참배했다.

    200명에 가까운 참배객들은 우리가 가야할 미래가 노동자와 시민이 안전한 사회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미소를 나누었다.

    ⑥ 한·일 심포지엄 :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 화학물질 노출실태와 대책(인쇄, 제화업종을 중심으로)

    7월 1일 국회에서 진행된 심포지엄에서는 일본 오사카지역에서 최초로 인쇄노동자 담관암 집단 발병 사실을 중심으로 설명되었다.

    일본 발표에 따르면, 2012년 3월 첫 담관암 산업재해 피해자 상담을 한 이후 2013년 5월 현재까지 SANYO-CYP사 1개사업장에서만 교정인쇄부문 70명의 노동자 중 17명이 발병하여 7명이 사망하였고 미야기현과 후쿠오카현 사업장 각 2명 등 현재까지 일본 전체에서 72명의 발명자가 산재신청하고 계속해서 피해자접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원흉은 세척제와 세정제 속의 디클로로메탄, 1,2 디클로로프로판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당연히 이런 성분의 세척제와 세정제를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최근 2006년까지 유통된 것으로 확인된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는 더 유독한 벤젠(1급 발암물질), 톨루엔/노말헥산(신경독성물질)이 함유된 제품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향후 행보가 빨라져야 한다. 전면적인 조사와 물질대체 작업이 이루어져야하면 피해자 찾기와 보상 논의가 필요하다.

    이제 열흘간의 추모주간이 마무리되었다. 각 조직에서 열심히 준비한 행사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시민과 소통했길 바란다.

    곧 30주기가 될 것이고 또 40주기, 50주기가 될 것이다. 이 때는 “우리 많이 좋아졌어요”,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으니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에게도 건강하게 작용해요”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올 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해서 ‘원청사업주 책임성 강화’와 관련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산재사망 가중처벌 특별법’을 입법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이 두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는 한발자국 큰 미래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안전한 미래를 선물하자. 우리에게.

    필자소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일과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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