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집트 무르시 대통령 축출
        2013년 07월 04일 12: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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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권좌에서 축출됐다. 2011년의 이집트 혁명으로 30년 독재를 했던 무바라크가 축출된 데 이어 2013년 무르시 대통령도 집권 1년만에 시민들의 저항과 시위, 군부의 압력으로 쫓겨났다. 지난 6월 30일 100만명의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 4일만의 일이다.

    알 시시 국방장관은 3일(현지시간) 군부의 행동을 무르시의 독재에 대한 광범위한 민중들의 저항 의지에 따른 것으로 의미 부여를 하면서 “우리는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강력하고 안정된 이집트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시시 장관의 발표 회견장에는 범야권 그룹 구국전선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이집트 최고 종교 기관 알 아즈하르의 수장인 아흐메드 알 타이예브 대(大) 이맘, 이집트 콥트교의 교황 타와드로스 2세 등 다양한 이집트 계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참석했고, 시시 장관은 군부의 “역사적 책임감”에 대해 말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측에서는 축출되기 직전 대통령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군부의 행동을 ‘완전한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이른 저녁까지는 무르시가 구금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무슬림형제단의 대변인은 무르시가 군 병력에 의해 모처에 구금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보안 관계자에 의하면 무슬림형제단 정당의 대표자와 형제단의 부대표가 체포되었다고 말했다. 언론에서는 무슬림형제단 300여명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고 보도했다.

    무르시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이집트 시위 모습

    무르시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이집트 시위 모습

    시시 국방장관의 성명은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수십만영의 반 무르시 시위대로부터 격렬한 환영 축포와 환호를 받았다. 카이로 시내에서도 축제와 깃발, 축하의 경적이 울렸다.

    하지만 카이로 동쪽으로 5마일 떨어진 곳에서의 분위기를 전혀 달랐다. 무르시 지지자들은 시시의 텔레비전 연설에 야유를 보내며 ‘군부 통치 반대’를 외쳤다. 이집트의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세속적 이집트인들은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지 못하고 독재를 행사했던 무르시에 대해 비난하는 반면, 이슬람신자들은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1년만에 퇴출당하는 것을 보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거리의 많은 사람들이 무르시의 퇴출을 2011년 이집트혁명의 지속으로 생각하는 반면, 무르시의 동맹세력들은 이를 쿠데타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배반으로 생각하고 있다. 무르시 지지자들이 그를 지지하기 위해 거리에 나왔는데, 이들은 무르시의 축출이 무바라크 시대처럼 이슬람신자들을 가혹하게 취급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시시의 입장 발표는 무르시가 48시간 안에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라는 군부의 1일 최후통첩에 대해 거부하고 야권과의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한 지 몇시간 뒤에 이뤄졌다.

    무르시의 국가안보보좌관 에삼 하다드는 지금 군부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것의 정확한 이름은 “군사쿠데타”라고 비판했다.

    군부는 5개의 이슬람 TV채널을 폐쇄했고 경찰도 범아랍 TV네트워크인 카이로의 ‘알 자지라’ 사무실도 급습했다.

    시위대의 저항과 군부의 압력이 계속되는 동안 무르시는 야권과의 정치적 합의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르시는 반대파들과 권력을 공유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또 군부의 48시간 최후통첩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는 퇴진을 거부하고 통합적인 정부를 구성하고 수개월안에 새로운 총선을 치르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화살은 떠난 뒤였다.

    군부는 무르시에게 시위대 및 야권과 정치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고, 무르시가 퇴진을 거부하자 군부는 사태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행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마침내 무르시를 축출하고 과도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군부의 조심스럽고 점진적인 행동은 그들의 행동이 일방적인 쿠데타가 아니라 민중들의 의지에 응답하는 것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 15개월(2011년 2월에서 2012년 6월)의 집권이 군부에 대한 전례없는 대중적 비난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이언>에 따르면 무르시의 최측근이자 국가안보 보좌관이 에삼 하다드는 집무실에서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에 쿠데타를 비난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군사쿠데타는 끔찍한 유혈사태 없이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 사태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이집트에는 민주주의 선택할 권리를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수십만명이 민주주의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모일 것이다. 어떤 공격에 직면해도 그들은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저지하려면 폭력이 필요할 것이고, 그 폭력은 군부나 경찰 또는 고용된 용병들에 의해 나타날 것이다. 어떤 선택이든 유혈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세계의 무슬림 사회에 분명하게 퍼져나갈 것이다. 민주주의는 무슬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한편 <가디언>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이집트 사태에 대해 절제되고 조심스러운 표현으로 무르시의 축출과 헌법 중지 사태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그는 미국 정부가 군부의 행동이 년 15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이집트 군사, 경제 원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평가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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