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와 정보기관의 권력화
[프로파일러의 범죄이야기] 스노든과 NSA, ‘해리슨 마약법’과 미국 마약국
    2013년 06월 28일 04: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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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PRISM)’은 인터넷상에서, 광범위하고도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NSA의 정보수집프로그램이다.

이 프리즘의 작동양태는, 주로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은 다국적 회사의 서버에 접속,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방식이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특정 검색 조건을 통한 무차별적인 감청과 정보 수집을 하는 도구이다.

주지하듯이 이 프리즘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주체가 특정한 ‘불량국가(?)’나 혹은 범죄 집단이 아니라 세계적인 지도적 국가의 공식적인 정보 조직이라는 점이다.

이전부터도 논란이 되어 왔던 “거대권력에 의한 시민감시통제”라는 패러다임이, “인터넷 네트워크 환경의 발전과 그 네트워크를 감시하는 권력, 그리고 그로 인한 개인 사생활(인권)의 광범위한 침해”라는 패러다임으로 형태만 바뀐 격이 되어 이른바 ‘빅 브라더’ 논쟁의 재판이 되고 있다.

이 프리즘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CIA를 거쳐) NSA의 외주업체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영국의 진보적 잡지 ‘가디언’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면서부터이다.

가디언의 기사에 의하면, NSA는 지난 6년간 10억여 명 이상의 전 세계인들이 남긴 유무선 통화기록, 이메일 기록, 문자메시지 등을 샅샅이 들여다봤다고 한다. 아울러 스노든에 의하면, 미국은 이미 수십만 건의 온라인 통신내용을 볼 수 있는 특정한 통신망을 갖고 있고, 특히 구체적으로 NSA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벌이는 해킹 작전만 6만여 건이 넘는다고 한다.

NSA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로고

주지하듯이 이미 전 세계는 일상적인 고밀도 네트워크 사회이다. 특히 정보와 통신, 방송 영역이 하나의 망으로 융합되었고, 각 단위의 내부망과 외부망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망의 한 쪽 지점에서의 일방적인 정보검색만으로도 다양6한 정보수집이 가능하다.

더욱이 그 망의 한 부분에서는, 정부의 다양한 자료들(행정 및 대국민 자료 포함)이 컴퓨터 서버에 축적되어 실시간으로 외부에 제공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산업 활동의 결과로서의 사용자 관련 데이터가 수많은 기업에 광범위하게 축적/이용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특정 글로벌 온라인 서비스기업들이 고도로 발달한 메타 데이터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그들의 사용자 정보와 그와 연결된 관련 정보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하여 무한의 자산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국가기관도 역시 상업적인 이익 창출 대신 사회통제/감시라는 생산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만약 이런 정보수집/가공이 범죄집단에 의해 저질러지거나, 프리즘처럼 전 세계 상당수 국가에서 동시에 광범위하게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앞으로의 위험은 상상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보기관이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즉 국가와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라는 명분이 그것이다. 최고의 목적을 위한 방법의 불가피성!!!

NSA도 역시, 이러한 ‘업무’가 ‘테러 방지를 위한 정보수집’의 한 가지 방법이고, 이러한 통신감청 감시망이 (안보)예측력을 높이고 테러리스트의 활동을 실제로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그 정보수집의 방법으로, “테러 의심세력이 전화를 할 경우 누구와 통화하는지를 파악”하며, 이러한 방식의 “국가안보를 위해 관련된 의심이 가는 인물이 어디에 전화를 했고 얼마나 통화했는지 등의 데이터 수집은 수사상 불가피한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한국에서도 정보기관이나 사법기관이 늘 애용하는 ‘국가안보’라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공동체 보호를 위해 부분적인 공동체 구성원을 불가피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주장 이면에는 일반 국민은 차마 알고 싶지 않고 외면하고 싶은, 범죄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두 가지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그 중 하나가 사법기관(수사, 정보기관 포함)의 무능화 경향이고, 다른 하나가 사법기관이 범죄수사(그와 관련된 정보수집 업무)를 자신들의 권력 강화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사실 동일한 맥락으로 연결된다. 정보기관, 경찰, 검찰 등의 권력기관에서는 유능한 사람을 원하지만 생각 있는 똑똑한 사람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암묵적 진실이다. 즉 숙달된 기능을 가진 기술관료는 원하지만 생각하는 리더는 원하지 않는다.

사법기관은 무엇을 만들어 내는 기업과는 달리 관리, 감시, 균형 등을 목적으로 한다. 생각하는 사법기관과 그 구성원을 국민들은 환호하겠지만 정치인, 관료 등은 별로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할 것이다.

이번 국정원 댓글 사건의 예를 보더라도 사법고시 특채 출신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권은희씨는 유능하기도 하지만 생각하는 똑똑한 사람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그런 경찰간부가 우리나라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권력자들이나 경찰수뇌부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사람은 사실 기피대상 0 순위일 것이다.

이런 경우는 사법기관 내에 사법 권력기관의 견제와 감시, 민간통제의 전통이 약한 사회에서 종종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결국 이런 경향은 사법기관을 기능적 도구로 만들게 되어 그 내부에는 출세지향 정치지향적인 사람들만 남고 그나마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조직에서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여러 방법으로 떨려나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이 사라지게 되면서 조직은 경직되고 업무 자체는 비효율적이게 되어, 조직이기주의가 팽배한 집단으로 변질되는 경향을 띤다. 이런 현상이 10여년 그 이상에 걸쳐 누적되면 이러한 비효율성과 무능함을 만회하기 위해 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인력을 최소화하는 자동화와 생산물을 외부에서 생산하는 외주화 등을 취하게 된다.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사법기관(정보기관)을 살펴보면 답은 확실하다. 특히 미국의 예를 봐라. 그래서 프리즘과 같은 자동화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다수의 안보(안전)관련 외주 기업이 급증하는 이유인 것이다.

물론 외적으로 볼 때 그럴듯하게 사법기관의 기능화 전문화 수사의 과학화 등으로 표현되지만 결국 유능하지만 똑똑하지 않은 사람이 필요한데 이런 경우는 그리 많고 논리적으로도 무리한 요구이므로, 단순히 많은 기능을 할 수 있는 전산화와 외주화 등과 같은 원리가 작동되는 것이다.

다음 두 번째로, 사법기관의 권력화 경향이다. 1914년 미국 의회는 해리슨 마약법을 제정했다. 주지하듯이 19세기 미국에서 마약은 범죄의 대상이 아니라 규제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단순히 판매와 유통 과정의 과세를 위해 해리슨 법을 제정했고 국세청에 이를 등록하고 세금을 징수할 부서, 마약국을 신설했다.

DEA

미국 마약수사국(DEA)의 기자회견 장면

초기 단순한 등록과 과세 부세였던 이 부서는 이후 괴물 같은 자생력을 발휘했는데 마약사용반대 캠페인, 불법을 옹호하는 소송에 대한 후원 등을 통해 자신들이 관할권을 가질 수 있는 대규모의 범죄집단이라는 가상의 ‘공공의 적’을 만들어 내게 되었고 자동적으로 그런 범죄집단을 상대할 정의로운 사법기관으로 마약국은 FBI에 필적할만한 사법권을 가진 독립부서, DEA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마약이 좋다거나 합법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법으로 규제되고 차단되어야 한다. 핵심은 ‘호미’ 정도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공포 마케팅’을 통해 스스로 ‘가래’가 되었다는 것이다.

범죄수사에 있어서 관련 정보의 수집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국가안보와 결부된 테러와 같은 범죄의 경우 더욱 중요성이 크다.

그러나 핵심은 범죄수사의 범주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보 수집을 위해 범죄가 이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물론 사법 영역은 목적과 수단이 전치되기 매우 용이한 영역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보 수집의 결과물에 의해 의도하지 못한 다양한 문제(인권침해, 다른 범죄 등)가 발생하기 쉽다.

그러기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프리즘처럼, 감청 프로그램에 의한 무차별한 정보의 수집은 상대적으로 쉬운 수사방법이다. 그렇지만 쉬운 만큼 복잡한 범죄사실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에는 많은 오류가 생길 수 있는 방법이다.

일단 결국 무차별한 대상으로부터 취득한 무차별한 정보는 다시 한 번 재가공되어야 하고 그 가공과정에서 불필요한 권력이 작동될 개연성이 큰 것이다.

일반적으로 범죄수사가 귀찮고 복잡한 사법절차를 통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개연성을 차단하고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고도의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감청을 통해 몇 가지 조각난 사실을 탐지했다고 해도 이 단편적인 사실들이 곧바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지는 못한다.

물론 테러와 같은 범죄의 특수성으로 인해 무차별한 정보의 수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것은 수사/정보기관의 논리이고 수단에 대한 논란이지 본질적인 부분도 아니고 실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능력 있는 수사관, 다른 수단 등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다.

바로 그 논리가 ‘해리슨 마약법’ 시대의 미국 마약국, 금주법 시대의 FBI, 911 테러 이후의 국토안보부/NSA, 8-90년대 한국의 안기부 등에서 작동된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우리사회는 항상적인 테러와의 전쟁, 범죄와의 전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전근대시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조선 조정의 가장 큰 변화는 ‘비변사’라는 상시적 계엄사령부의 등장이다. 고위 문무관료로 구성된 이 기구는 초기에는 전쟁 수행이 주목적이었으나 전쟁 이후 전쟁을 대비한다는 이유로 상시적인 언로차단과 풍속검열 등을 통해 권력을 강화했다.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주장했듯이 우리 모두는 헌법과 헌법 이전에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즉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대상 설정과 엄격한 절차에 의해 특정한 권한이 있는 법원의 영장에 의해 집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헌법상의 시민의 권리에 대한 사항으로서 포괄적인 일반론이다. 실제로는 미국의 해외정보감시법이나 우리나라의 통신비밀보호법 등과 같은 실무적인 운용 단계에서는 수시로 무시되거나 간과된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헌법상의 권리 등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보다 실제 범죄와 그 수사에 관련된 심각히 고려해봐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진실에 대해서는 말하려 한다.

첫 번째,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범죄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는 점이다.

두 번째, 범죄와 그 수사의 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아무리 수사 기법이 발달해도 그것은 범죄수법을 앞설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 범죄예방과 예비검속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법기관(정보기관 포함)은 범죄예방을 해야지 예비검속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빈번히 권력의 유지나 강화 등을 위해 이러한 사례는 발생한다.

네 번째, 범죄수사의 과정이 과학적으로 유지되어야지, 결과가 과학적으로 포장되어서는 안 된다. 범죄수사라는 것은 사회적인 행위이지 과학적인 결과물은 아닌 것이다.

다섯 번째, 911테러와 같은 경우라도 그것도 역시 범죄는 범죄라는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필자소개
배상훈
2000년대 중후반 경찰청 범죄심리수사관(프로파일러)과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프로파일링 부서) 재직했다. 현재는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이며, 국립중앙경찰학교 (수사) 프로파일링 과목 담당 외래교수이다.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진보정치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임상병리사와 사회복지사를 거쳐 프로파일러의 삶을 살아온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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