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 대리투표, "하고 싶어서"
        2013년 06월 27일 06: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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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열린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2명의 당원이 참석하지 않은 대의원의 비표를 들고 해당 대의원인 척 표결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진보신당 대표단은 사건이 알려지자 즉시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사 하루만인 27일 오후 조사 결과와 그에 따른 조치를 발표했다.

    사태를 정리하면 이렇다. 원모, 남모 당원은 23일 당대회 당일 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2명의 대의원의 비표를 수령 받아 당대회장에서 당당히 표결에 참석했다.

    300명이 넘는 대의원이 모인 자리인 만큼 해당 지역 대의원이나 당원이 아닌 경우 실제 그 대의원이 맞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대의원이 아니라고는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부정투표를 한 두 명의 당원이 간과했던 것은 바로 ‘실명’ 투표였다는 점이다.

    진보신당은 25일 밤 15개의 표결 결과를 대의원 실명과 함께 공개했고, 충북도당의 한 대의원은 당일 참석하지 않은 대의원 2명이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난 것을 발견하고 대리투표 의혹을 제기했다.

    뻔히 같은 도당 대의원들에게 발각될 우려가 있는 행위를 당대회 장소에서 직접 벌인 이들은 여러 사진 속에서 나란히 앉아 비표를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대리투표를 한 이유에 대해 ‘그냥 당대회에 참여하고 싶어서’라고 진술했다. 참석하지 않은 실제 대의원들은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상황이다.

    23일 당 대회 모습(사진=진보신당)

    23일 당 대회 모습(사진=진보신당)

    비표, 어떻게 수령받았나

    대부분의 진보정당은 비표를 수령받을 때 별도의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어차피 실명 투표이고 공개된 회의이며, 동영상으로 생중계하는 등 사실상 대리투표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비표를 건네받는 것까지 성공할 수 있어도 대회 장소에서 얼마든지 발각될 우려도 있으며 특히 표결 결과가 공지된 시점에서 100% 발각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나 이들은 당당히 비표를 수령해 당당히 당직자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자리에 앉아 표결을 진행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접수대에서 싸인은 하지 않은 채 비표를 수령받았다. 즉 정상적인 경우라면 당대회 장소 입구에 설치된 접수대에서 자신의 지역과 이름을 말한 뒤 자신의 이름 옆에 싸인을 하고 비표를 받는 과정을 밟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모 당원의 경우 접수대 위에 있는 비표를 직접 가져갔다고  답했으며, 남모 당원의 경우 누구에게 받았는지 기억나지만 밝힐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런데 같은 도당 조연희 대의원은 비표를 수령받기 위해 접수대에 갔을 때 이미 누군가 자신의 이름 옆에 싸인을 했었다고 증언해,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연희 대의원과 이모 대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대의원들은 본인이 직접 서명하고 표찰을 수령했다고 진술해, 두 명의 대리투표 당사자나 비표 수령을 대리한 자가 비표 수령과정에서 실수로 조연희 대의원 이름 옆에 싸인했을 가능성도 있다.

    현장에 있던 충북도당, 대리투표 사실 몰랐나?

    처음 대리투표를 제기한 배형찬 대의원과 조연희 대의원은 도승근 충북도당 사무처장이 비표를 일괄 수령해 다시 대의원들에게 나누어주었다고 주장했으며, 즉 사무처장이 개입된 부정투표라고 제기했다.

    하지만 사무처장은 그같은 주장에 일괄 수령해 배포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으며, 조사단 진술에서도 부정투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충북도당 위원장의 경우 당대회 중간에 2명의 당원이 부정투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나 강제 퇴장 등의 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한편 배형찬 대의원은 도승근 사무처장이 일괄 비표 수령했다는 주장에 대해 도 사무처장에게 사과하고 최초 게시판 대리투표 폭로글 또한 수정했다.

    대리투표 당사자, 위원장 당기위 제소, 조직실장도 징계위 회부

    진보신당은 조사 결과에 따라 당대회에 부정하게 출석하고 투표한 남모, 원모 당원을 당기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하고, 또한 당대회 당일 모범당원상을 받은 원모 당원에게는 시상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부정투표를 인지했음에도 적극적으로 중단시키지 않은 충북도당 위원장도 당기위에 제소하는 한편, 대의원 본인확인 절차를 부실하게 관리한 책임을 물어 중앙당 조직실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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