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그 문제점과 파장, 대응방향?
국가의 이익 보다 정권과 정파 이익을 우선 고려한 국정원과 새누리당
    2013년 06월 25일 04: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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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격 공개

국정원은 24일 오후에 낸 보도자료를 통해 “비밀 생산·보관 규정에 따라 2급 비밀인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하여 공개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직후부터 NLL 관련 논란이 제기되면서 지난 6년간 관련 내용 상당 부분이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공개돼 있어 비밀문서로 지속 유지해야 할 가치도 상실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가 지난 20일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했음에도 불구하고, NLL 발언과 관련해 조작·왜곡 논란이 지속 제기돼올 뿐 아니라 여야 공히 전문 공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6년 전 남북정상회담 내용이 현 시점에서 국가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하는 가운데, 오히려 회담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한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국가안보에 심각한 악영향이 초래됨을 깊이 우려했다”고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문서 공개에 대한 여야의 반응

회담록 전문을 24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전달했으나 새누리당은 수령한 반면, 민주당은 그것이 불법행위라며 수령 자체를 거부했다.

새누리당은 당장 문건을 공개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공개할 시 민주당이 이의를 제기할 것이 분명해 이 같은 상황을 일단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화록 공개로 진실을 밝혀 소모적 논란을 종식시키고 국민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정보위원회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은 여야가 전문공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허위”라며 “민주당에서 요구하는 건 조작될 가능성이 있는 국정원 보관 문서가 아니라 대통령기록물 보관소에 있는 원본 공개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원본 공개 대상이 다르고, 공개 방식이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 새누리당은 “그건 사실상 보지 말자는 것”이라며 “국가기록물 원문을 보려면 국회 재적 2/3가 찬성해서 의결해야 하는 것이고, 공개 돼도 의원들 열람만 가능하지 일반 국민이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화록-1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의 문제점

– 남북관계에의 악영향 미치는 것은 분명

북한은 자신들의 ‘최고 존엄’인 김정일의 비공개 회담 석상에서의 발언이 공개된 것 자체에 대해 크게 분노하고 남측을 강하게 비난할 가능성이 높다. 또 남북대화 재개 전망 자체가 더욱 불투명해졌으며,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앞으로 남북 간에 공개회담이든 비공개회담이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데 커다란 난관이 조성될 수 있다.

북한도 최근 정상회담 이외의 남북회담 내용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일방적으로 회담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으나, 최고지도자들이 정상회담에서 나눈 이야기까지 공개해버리면 남북 정상회담을 하지 말자는 거나 거의 다름없기 때문이다.

– 목전의 한중 정상회담 등 타국과의 정상외교에 부정적 영향

정상간 대화 내용이 공개된 것은 외교무대에서의 우리나라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왜냐면 외교 문서 등은 수십 년의 기간이 경과한 후에 신중한 판단을 거쳐 공개되는 것이 상식이며, 특히 국가 정상 간의 회의록이 공개되는 것은 외교적으로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알기 때문에 이것이 타국과의 관계도 해칠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으나, 설사 그렇다고 할지라도 정치적인 논란 속에서 정상간 대화 내용이 공개된 것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상식에서 벗어난 것으로 볼 것이고,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서라면 언제든지 공개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자 국정원의 국기 문란 행위

대통령기록물법에 의해 보호기간을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을 경우나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이 제시된 경우 등으로 한정돼 있다.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기록물의 내용이 현재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정상회담 기록물과 내용이 같거나 유사하다면 국정원의 이번 행위는 대통령기록물법이 정한 보호기간을 국정원에서 해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참고로 문재인 의원은 “국정원에 있다는 정상회담 대화록을 그들(국정원)의 자료로 자체 생산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회담장에 배석한 비서관이 녹음파일이 녹음 상태가 좋지 않아 국정원에 녹취를 맡기게 됐고, 이 과정에서 국정원은 대화록을 1부 더 만들어 보관하고 있는 것이므로 정상회담 기록물과 내용이 같다는 것이다. .

즉 국정원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을 둘러싼 상식적인 법 해석도, 여야 합의라는 정치 과정마저 모두 도외시한 채 자기 기관 및 정부, 여당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는 남북관계, 타국과의 외교 등 국가 이익을 침해하는 국내정치 행위를 저지른 국기 문란 사건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난 대선 등에서 노골적인 국내 정치 개입이라는 자신의 국기문란 행위에 대한 국정조사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걸고자 하는 작태로 국정원을 이대로 둘 수 없는 이유를 스스로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대화록의 주요 내용과 해석

– NLL 포기 발언? 전체 맥락상 노 전 대통령은 서해 NLL을 (둘러싼 갈등을) 덮어 서해평화협력지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

노 전 대통령이 “(NLL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현실로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등 자신도 NLL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또 “NLL은 바뀌어야 한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 보수 세력이 보기에 NLL을 영토선으로 보지 않고, 사수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고 비판할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새누리당은 “NLL이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됐다” 등 자극적 발언을 인용하며, “군 통수권자가 영토 주권을 북한에 사실상 상납하는 충격적 발언을 한 것”이라며 “NLL을 지키다 순국한 아들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에 대못을 박았다.”고 비난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정과 관련해 “이제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쌍방이 다 법을 포기한다. 과거에 정해져 있는 것. 그것은 그때 가서 할 문제이고 그러나 이 구상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발표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은 “예, 좋습니다.”라고 답한 대목의 경우, 보수 측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정을 위한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NLL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답변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특유의 화법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설정하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적인 내용은 실무회담에 맡기자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상대방과 토론할 때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우선 “맞습니다, 맞고요”라는 식으로 동의를 표한 뒤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화법을 구사하는데, 발췌본에서는 뒷부분 발언 내용이 빠져있다는 것.

뒤의 발언과 맥락까지 보다 자세히 보자면, 남측이 NLL을, 북측이 군사분계선을 각각 무효화하는 법률적인 조치가 먼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석되는 김정일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일면 수긍한 듯했으나, 뒤의 발언에서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설치하기로 하고 그것을 가지고 평화문제, 공동번영의 문제를 다 일거에 해결하기로 합의하고 거기에 필요한 실무 협의를 계속해 나가면 내가 임기동안에 NLL문제는 다 치유가 됩니다.”라면서 “그건 뭐 그런 평화협력지대가 만들어지면 그 부분은 다 좋아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와 운영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크게 논란이 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우회해 문제를 해결해나가자는 취지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 대통령이 “그러나 이게 현실적으로 자세한 내용도 모르는 사람들이 민감하게, 시끄럽긴 되게 시끄러워요”라고 국내 여론의 높은 반대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래서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안보·군사지도 위에다가 평화·경제지도를 크게 위에 덮어서 그려보자는 것입니다, 전체를 평화체제로 만들어 쌍방의 경찰들만이 관리하자는 겁니다.”라는 발언이 노 대통령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다는 (직접적) 발언이 없는 것은 명백하며, 정상회담 선언문 등에서 나타났듯이 해상경계를 둘러싼 서해의 갈등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을 통해 해결하자는 취지로 발언하고 대화를 이끌어나가며 그런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파장에 대한 예상과 대응

그러나 실체적 진실이 어떻고, 무엇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 무엇이든, NLL을 중심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수구 세력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다.

새누리당의 공세나 박근혜 대통령의 “우리의 NLL, 북방한계선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발언 등은 ‘서해평화협력지대가 아닌 NLL 문제’로 논점을 맞춤으로써 자신들이 유리한 지형에 서 있는 게임의 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작년 대선 정국에서 정문헌 의원이 이 문제를 공개했을 때 통합진보당이 했던 “노 대통령 발언이 옳은 것 아니냐”는 발언은 자책골이라고 할 수 있다.

진보 진영은 지금까지는 대화록을 공개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주로 했다면, 현재는 전문 공개를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상황이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편으로는 국정원의 정상회담 기록 공개 자체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면서 국정원 국정조사와 현 국정원장 파면과 국정원 해체-해외정보처로의 대처의 필요성 등의 주장에 집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논란의 추이를 보면서 ‘NLL 대 서해평화협력지대’의 논쟁이 팽팽하게 형성될 때 서해평화협력지대를 통한 갈등 해결을 주장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것이 분명 국익보다는 정권과 기관의 이익을 앞세운 자들의 문제이고, 상식과 몰상식의 문제이긴 히다. 보통 이런 문제는 일반적으로 진보세력보다는 거대 야당에게 상대적으로 이로운 이슈이고 그들이 싸움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게 상식이나, 촛불 정국이나 희망버스 등에서 보듯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비조직된 대중의 싸움이 반드시 진보세력에게 불리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이른바 ‘영토’의문제가 개입되어 대중들이 냉전적 대결의식을 강화하고 평화 협력을 백안시 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또 논란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여론이 양비론으로 흐르고 거대 여야 모두 부담을 느낀다면, 대통령 방중 이후에 적당히 타협하고 지나갈 지도 모른다. 그 모든 가능성을 대비하면서 국정원의 정략적 행태을 명확히 부각시키고, 남북관계의 파행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발언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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