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도 '민중의 집' 만든다?
진보쪽 '민중의 집'은 더디게 가는데, 민주당은 선거용으로 급조할 듯
    2013년 06월 25일 11: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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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연구소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지난 19일 당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그 중 ‘민주당식 민중의 집’을 설립할 것을 밝혀, ‘진보’라는 이름과 더불어 진보진영 나름의 고유한 사업모델인 ‘민중의 집’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슬쩍 한 발 걸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변재일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연구원을 민주당의 싱크탱크이자 진보진영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진보진영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 등 민간연구소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대학교수 등을 정책자문단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역정책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5가지 방안을 제시하며 그 중 “지역사회에서의 지역정책 전문가들의 네트워크 형성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네트워크 형성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며 민주당식의 ‘민중의 집’ 설립 의견을 피력했다.

민주당식 ‘민중의 집’, 진보진영의 ‘민중의 집’과 어떤 차이 있나

민주정책연구원에서 이러한 민주당식 ‘민중의 집’을 담당하고 있는 문병주 수석연구위원은 24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그 형태에 대해 “현재까지 기획 단계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없다”면서도 “교육이나 토론, 경연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지역사회에 있어 시민과 풀뿌리 커뮤니티와 함께 하는 민주당의 상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웨덴 사민당의 ‘민중의 집’을 주요 모델로 하고 있다. 다만 ‘민중’이라는 단어가 좀 그래서 ‘시민 커뮤니티 센터’로 할 생각”이라며 “국내에는 마포 민중의 집이 있는데 그런 곳의 프로그램을 정당 차원으로 전환시켜서 해보자는 것이 아이디어”이라고 제시했다.

민중의 집은 스웨덴,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에서 일어났던 운동으로 지역에서 노동조합과 협동조합, 진보정당, 그리고 지역시민단체들이 공동으로 만들고 운영한 일종의 지역 공동체이다.

마포 ‘민중의 집’ 대표 정경섭씨의 말에 따르면 100여년 전 유럽에서 민중의 집이 만들어질 당시 노동자들이 까페에 출입할 수도 없어서, 노동자들과 지역 서민들이 함께 먹고 마시고, 교육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고 그러한 공간과 공동체에 대한 욕구가 민중의 집을 탄생시킨 배경이 됐다.

2008년 처음 문을 연 마포 민중의 집 모습. 지금은 이사를 했다.

2008년 처음 문을 연 마포 민중의 집 모습. 지금은 이사를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기획 자체는 지방선거에서 선거용 지역거점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도구로써의 의미가 강하다는 점에서 ‘민중의 집’ 탄생의 취지와 차이가 있다.

문 연구위원은 민중의 집 개소 시기에 대해 “기획중이라 정확하지 않지만, 늦어도 올해 9월 중, 빠르면 8월안으로 가동할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니깐 그런 차원이라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간 민중의 집이 노동조합, 지역단체 등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위해 1~2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 것과 비교해 다소 성급해 보이는 대목이다.

설립 주체와 형태에 대해서도 그는 “아무래도 정당이다 보니 지역위원회 차원은 어려우니 일단은 시도당 중심으로 가동시킬 것이다. 얼마만큼 잘 가공하고 홍보하고 시민들과 소규모 커뮤니티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만약 전국적으로 동시 발전할 수 없다면 민주당 취약 지역부터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민주당식 민중의 집이라는 공간에서 “시민들 참여로 실생활 의제를 갖고 자유롭게 토론해 그 결과물을 지방의회 분야는 조례로 처리할 수 있도록, 중앙의제라면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입법화 제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연구위원의 말을 종합하자면 지방선거를 대비하기 위해 시도당 중심으로 시민들과 지역의 커뮤니티들이 참여하는 민주당 중심의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역 사안과 관련한 아이디어나 기획을 민주당에 집중시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식 민중의 집, 선거용 관변단체 전락 우려

하지만 한국에 최초로 민중의 집을 설립하고, 유럽 여러나라의 민중의 집 사례를 한국에 소개한 <민중의 집>의 저자이기도 한 정경섭 대표는 민주당의 이러한 기획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그는 “지역에 그러한 커뮤니티 센터를 선거를 겨냥해 만들겠다는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 네트워크 센터를 만들기 이전에 지역에 수많은 삶의 현장에 민주당이 나서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것을 바탕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가면서 지역 고민을 풀어나가야 하는데 지역에서 민주당 현안 과제는 보이지 않는데 센터를 먼저 만든다는 것은 앞서나가는 것 아니냐”고 제기했다.

설립 형태에 대해서도 그는 “스웨덴의 민중의 집이나 마포 민중의 집은 해당 주체들이 자발적인 회비로 재정을 마련하고 운영되고 있는데, 정당이 설립 주체가 된다면 재정 독립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정당이 출자하는 것 자체가 기존의 권위주의적 국가 시절에 했던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 뿐”이라며 “이는 시민자치운동이나 지방자치운동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선거법에서 유사 선거사무소 설치 등에 대한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특정 정당이 선거를 겨냥해서 센터를 설립한다면 그에 대한 시비가 반드시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하며 “근본적으로 민주당이 지역 활동에 대한 철학을 달리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진보진영의 ‘민중의 집’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서울 마포, 구로, 중랑 뿐 아니라 광주, 대전, 서울 강서, 울산 등에서도 지역시민단체와 노동조합 등에서 조직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이들은 서로 협의를 통해 전국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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