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치'와 결별이냐, 재구성이냐
통합진보 3차토론회 : 노동중심성, 부정의 대상인가 재정립의 과제인가
    2012년 06월 08일 10: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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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2시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 주최로 마지막 연속 쟁점 토론회가 개최됐다. 주제는 ‘통합진보당과 노동정치’였다. 앞선 두 번의 토론회에서 ‘낡은 가치’나 ‘낡은 이념’으로 취급받던 노동정치에 대한 각 노동계 패널들의 입장이 보다 다채로웠다.

이날 토론회는 공계진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원장의 사회로 주 발제는 김승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이 맡았다. 패널로 김호규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노항래 통합진보당 부설 진보정책연구원 원장,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조성주 전 청년유니온 팀장이 참여했다.

진보정치와 노동 중심성

김승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노동중심성에 대해 “가치 측면에서 보면 조직 노동자를 제외한 나머지 노동에 대한 지향과 책임을 어떻게 당에 부여하고 민주노총이 떠안을 것인가 라는 숙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승호 부소장은 “민주노총과 당 모두 각자 조직 내부의 다양성을 포괄하면서 이를 더 넓히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의 입장에서 노동 중심의 가치가 중요하고 정책에 있어 우순 순위에 배치되어야 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그리고 당을 통해 노조 간부가 정치 간부로 성정하고 참여하게 만드는 것과 일상의 정치가 활발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 “민주노총도 자유로울 수 없으며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그 과정에 민주노총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태일 정신 계승이라는 '같은' 이름 속에 서로 '다른' 노동정치의 길이 존재하고 있다. 사진은 2011년 전태일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사진=금속노동자)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노동 중심성은 식상한 화두이기는 하지만, 진정성 있는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노동이 혁신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탈당했다며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서로 삼투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민주노총은 그대로 자기 몫이 있어야 하고 당은 진보정당으로서 자기 몫이 있겠지만 미조직 비정규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자가 거의 공범 수준의 잘못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조성주 전 청년유니온 팀장은 “노동중심성이라는 단어가 오염됐다고 생각”한다며 “노동중심성이라는 말이 다양한 가치의 확장을 막는 것으로 작동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조 전 팀장은 “당은 노동의 가치 확장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기득권 유지를 위해 다양한 가치 확장을 막는 비겁한 모습을 보였다.”며 “노동정치를 말하려면 노동의 가치 확장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호규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근본적으로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국면 당시 심상정 비대위 안이 부결되면서 1기 정치세력화는 없어졌다”며 “다양한 정치/정파 연합이라는 한 축이 무너지고 진보신당이 건설됐지만 민주노총이 개입할 무언가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노동정치가 과연 있는 것인가?” 라며 지난 4.11 총선 당시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 배타적 지지 결정 과정을 두고 “노동정치는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노동자들도 일터에서는 노동자이지만 삶터에서는 사용자집단의 한사람인 경우가 많다. 아파트 경비노동자에 대한 경우를 보자. 자신의 공장에서 임금인상을 말하면서 자신의 삶터에서는 경비 노동자의 임금인상은 아깝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에 대해 조직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면, 최소한 공장이 아닌 삶의 공간에서 노동정치를 할 수 있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가치의 존중과 실현을 위한 조직적 응집과 사회 세력화가 노동중심성”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그는 “노조의 요구가 진보정당의 요구와 반드시 일치할 수 없다. 대중조직과 대중정당 사이에는 연대만큼이나 긴장관계 또한 인정해야 한다.”며 더 많은 노동자와 민중을 위한 정치적, 전략적 선택에 대해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가로막는 행위는 중지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노항래 통합진보당 부설 진보정책연구원 원장은 “민주노총 일부 간부들이 노동중심성 복원d을 주장하는 것이 민주노총 70만 조합원의 민주적 요구인지 간부들의 이너서클의 요구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앞서 비례경선 당시 이영희 후보가 순위 양보를 요구한 것을 두고 “노동 중심성을 위해 앞 순번을 양보해달라고 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노항래 원장은 “노동 중심성은 토론되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을 바로 세우는 것은 민주노총의 역할이고, 청년 운동도 청년 유니온의 일이다. 비정규 노동 문제 역시 그들 노조의 일이다.”라며 당과 노동운동의 역할의 선을 그었다.

조성주 전 청년유니온 팀장은 진보대통합이 국민참여당의 참여로 노동 중심성이 약화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국참당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유주의나 이념적으로 규정하고 노동이 약화되었다고 보는 것도 도식적 관념”이라며 “구체적 플랜이나 활동이 부족해 받는 비판이지 특정 세력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동 중심성의 약화는 외부가 아닌 내부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국참당 때문인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실제로 노동과 관련해 우경화된 모습을 목도했다.”며 “현장정치와도 관련되어 있다. 이랜드 투쟁 당시에는 노회찬 의원 등이 직접 오고 입법과제까지 같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조의 요구와 당의 요구가 다른 것이 정상이지 않느냐”며 “진정한 진보정당이라면 노조의 한계를 넘기 위해 내용을 가다듬고 설득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없었다. 그런 것에서 노동 중심성에 대한 오판이 있었고 지난 10년간 계속되어 왔다.”며 노동중심성에 대한 몰이해를 지적했다.

대중정당의 노동중심성이란 무엇인가

노항래 통합진보당 부설 진보정책연구원 원장은 “시민 대다수가 노동자라는 것 부정하지 않고, 조직된 일부가 아니라 노조 밖에 있는 청년, 취약 근로계층 등 모두를 포괄하는 책임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 원장은 “조직 노동자들의 지도부나 간부층의 의견이 과대 대표되었다는 것은 성찰하고 짚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며 “노동 중심성은 토론 되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을 바로 세우는 것은 민주노총의 역할이고, 청년 노동도 청년 유니온의 일이며 비정규 노동 역시 그들 노조의 일”이라며 진보정당의 역할에서 노동 중심성이라는 문제와는 선을 그었다.

김승호 부소장은 민주노총이 4.11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배타적 지지 결정한 것을 두고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 절차에 따라 총선 방침을 결저이했다”며 비판했다. “특정 숫자를 셀 수 있는 세력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겠다고 했다면 이것을 수용할 수 있는 조직적 역량이 내부에 있어야 한다”고 민주노총 내부 역량 문제를 짚었다.

이남신 소장은 통합진보당 공천에 대해 “비정규 당사자를 전략 공천하는 것보다 관련 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예 고려가 없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상호 연구위원도 민주노총 내부의 이른 바 ‘떼쓰기’ 행태를 지적하며 “민주노총이 해달라고 하면 다 해주겠다고 말한 이도 있다. 그것이 노동 중심성인가?” 라고 비판하며 “진정한 진보정당이라면 노조의 한계를 넘기 위해 내용을 가다듬고 설득했어야 하는 그런 사람 없었다. 그런 것이 노동중심성에 대한 오판이었고 지난 10년간 계속되어왔다.”며 그간 선거 때마다 발생한 당과 민주노총간의 공천 잡음에 대해 지적했다.

진보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

노항래 원장은 구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 방침에 대해 “조합원 사이에 민주적이고 충분한 토론이 있었느냐”며 “현재 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은 실효성도 없고, 당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성윤 부위원장은 “배타적 지지에 대해 값싸게 이야기되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며 “당이 갈 곳을 못 찾고 있다. 민주노총이 신경을 안 쓰게 해 달라. 지지 선언이나 선거방침에서 자유롭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민노당 시절의 배타적 지지에도 문제가 없던 건 아니다. 당시에도 비슷한 부정과 담합구조 있었던 것 알지 않느냐”며 “현재 조합원 중 당원이 2만5천명이다. 1%의 대표성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당과 노조의 관계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질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관계를 위한 과정이며 새로운 관계를 위한 안을 가지고 만나야 된다.”며 미래의 상호협력관계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신 소장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안으로 배타적 지지 방침은 한시적이지만 큰 의미가 있었다. 그 조건은 단일 진보정당이었다.”며 2008년 민노당 분당 이후 배타적 지지의 근본적 조건 변화를 지적했다. 또한 그는 “진보대통합의 좌절 이후 현장은 무력화 됐다. 사전에 철저하게 내부 논의를 했어야 하지만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승호 부원장은 “우리 세대는 개발 독재의 영향을 (무의식적으로라도) 받은 세대”라며 민주노총 내 성급함과 성과주의를 지적했다. 김 부원장은 “정치활동 능력이 부족하다. 사업장 내부에 갇혀 지역 활동을 하지 못한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지역 활동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기에 그래서 더욱 정치적 감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과거에는 ‘국회의원 1명만 있었어도’라고 했지만 지금은 20석을 말한다.”며 “민주노총이 자체 정치 활동 역량을 키우기 보다는 대리인을 내세워 정당으로 진출하려는 경향이 강했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송태경, “제대로 된 노동정치를 할 때는 아무도 욕하거나 문제제기 하지 않았다”

 구 민주노동당의 민생정책 담당자였던 송태경 실장이 방청석에 있다가 발언을 했다. 송 전 실장은 “저는 노동의 정치라는 화두를 가지고 노력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며 “노동의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뚜렷한 의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정치의 정의를 “자본의 정치에 저항하는 대항운동”이라고 설명하며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더 바람직하게 해결하고, 더 나은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것이 진보정치운동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제대로 된 노동정치를 위해 사심 없이 일 할 때에는 아무도 욕하지 않고 문제제기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노동정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배타적 지지에 대한 문제나 노동중심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지, 그런 전제 없이 노동정치 자체를 훼손하거나 배타적 지지의 철회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여러 패널들 중 노항래 원장의 입장이 다른 참석자들과 비교적 분명히 다른 편이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대로 진보정당은 진보정당대로의 각자 갈 길이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배타적 지지 방침은 조직 노동자들에게도 비민주적 방침이며 당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다.

반면 노동계의 의견은 달랐다. 통합진보당과 관련한 사태들을 진보정당의 문제로 탓하는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민주노총 내 자기 역량 문제와 지역활동 등으로 혁신할 것을 주문했다.

서로 맥락은 달랐지만 노동 중심성을 위한 자기혁신이 필요할 때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 혁신의 결과가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의 결별이 되거나 간극이 더 벌어지는 방향으로 나타날지, 아니면 당과 노조운동 속에서 새로운 혁신의 비전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다시 결합하는 방향으로 나타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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