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사의 또 하나의 뿌리
    [책소개] 『연변학의 선구자들』(인하대한국학연구소/ 소명출판)
        2013년 06월 22일 04: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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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조선족의 걸출한 학자 14명의 생애와 학문업적을 수집.정리한 연구서가 한 권의 책으로 발간되었다. 바로 <연변학의 선구자들>(소명출판, 2013)이다.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서 엮은 이 책은 중국 조선족사회 문화학술발전사에 거룩한 발자취들을 남기신 분들의 인생과 학문업적들을 정리하였다.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우리 민족사회의 소중한 정신재부와 문화유산으로 남기는 것은 뜻깊은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현실적 의미도 지닌다.

    연변조선족 학술계 선구자들의 거룩한 모습

    연변조선족은 19세기 중엽부터 조선반도에서 월경천입으로 이 땅에 새롭게 형성된 한 개 과경민족(跨境民族)이다.

    조선봉건왕조의 잔혹한 압박, 착취에 의한 빈궁과 일제침략의 생존핍박으로 부득불 조선반도에서 월경하여 중국에 천입해온 조선인 대부분은 중조국경인 압록강과 두만강의 북안지역에서 자리 잡았다.

    월경민의 불안하고 고달픈 노정에서 어린애를 낳은 강가의 버드나무 숲이 바로 이주보따리를 풀어놓은 보금자리가 되기도 하였고, 유랑의 눈물겨운 고생길에서 친인이 죽어 시체를 묻은 그 양지바른 언덕이 바로 새로운 집터가 되기도 하였다.

    길 없는 심산벽지에서 구슬픈 아리랑 노랫소리를 찾아 낯선 동포의 투박한 두 손을 서로 뜨겁게 맞잡을 수 있었고 저 멀리 벌판의 한 가닥 저녁연기를 보고도 천입민들이 모여들어 한 개 마을을 이루는 것이 진정 그 당시의 고달프고도 눈물겨운 정형들이었다.

    연변 수전지역에서 역사가 비교적 긴 농촌마을 대부분은 천입한 조선농민들이 친히 개척한 것이며 이런 마을마다 조선농민들의 피눈물어린 개척사가 무겁게 깃들어 있다.

    19세기 중엽부터 월경 천입으로 형성된 중국조선족은 과경민족으로서 150여 년의 역사과정을 거쳐 이미 중국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렸으며, 중국의 한 개 새로운 소수민족으로서의 민족공동체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연변의 조선민족문화는 빈궁과 일제 침략에 쫓겨 들어온 불행한 조선 이주민들의 쪽지게에 실려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왔고, 아낙네들의 머리 위에 올린 놋그릇에 담겨 장백산 줄기줄기를 넘어왔으며, 부득불 타국살이에 나선 망국민의 멍든 가슴 속에 안겨오고 유랑민의 고달픈 몸속에 새겨져 왔다고 할 수 있다.

    민족문화를 이주민들의 피땀이 스며든 개척지에 감자, 옥수수 씨앗과 함께 첫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고 민족사회의 형성과 더불어 새롭게 성장하였으며 민족지식인들의 숭고한 사명감과 피나는 노력으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연변학

    이 책에는 총 14명의 존경스러운 학자들이 소개된다.

    일찍부터 피 어린 항일무장투쟁에 직접 참가한 김학철.주홍성 두 분의 혁명투사.

    조선반도 외의 유일한 조선민족 특색의 종합대학인 연변대학에서 장기간 영도자로 지내며 민족학의 탄탄한 연구기반을 마련하고 수많은 학술인재들을 직접 배양한 박문일 전임 총장과 정판룡 전임 부총장.

    민족 역사의 험난한 길과 희미해진 발자취를 장기간 더듬으며 외로운 학문의 고봉을 톱아오른 박진석. 박창욱. 방학봉. 권립. 강맹산 등 저명한 교수들, 그리고 민족 언어, 민족음악, 민족문학, 조선민속 등 영역의 학문연구에서 돌출한 업적을 남긴 최윤갑. 김남호. 리상각. 조성일. 천수산이 그들이다.

    이들 14명의 개인 이력에는 대부분 지난 세기 50년대 반우파투쟁과 6~70년대 문화대혁명의 정치풍파 속에서 비판과 투쟁, 그리고 ‘노동개조’와 같은 피해의 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들의 생애는 연변조선족 역사의 한 생동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들 개개인의 인생 발자취에서 이미 흘러간 민족역사의 흔적들을 역역하게 더듬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이룩한 학문성과들은 연변 조선민족 사회문화와 학문 발전의 빛나는 역사적 기록이며 동시에 연변조선족 사회 발전의 한개 축도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이들 14명이 연변조선족 학계의 모든 영역과 성과들을 전부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14명 학자들의 학문 생애에서 조선족 학자들의 숭고한 인생철학과 고상한 학문 자세 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연변조선족 역사의 생동한 기록

    우리 조선족의 지난날 역사는 그야말로 피와 눈물로 기록된 민족수난의 역사이고, 지역개발과 반침략 반봉건의 반항투쟁으로 충만한 비장한 역사이며, 또한 승리와 발전으로 빛나는 역사이기도 하다.

    그들은 특히 이 땅의 당당한 개척자, 보위자와 건설자라는 크나큰 역사적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현실의 드높은 민족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선배들이 피땀으로 개척하고 보위한 신성한 연변땅을, 그리고 증조부와 조부 혹은 부친의 뼈가 고이 묻힌 고향땅을 더없이 사랑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민족문화 생활권은 중화문화의 거대한 포용력, 융합력과 응집력 속에서도 나름대로 자기의 민족문화 특색을 끈질기게 보존하고 건실하게 발전시킬 수 있었다.

    연변조선족 문화는 중국 연변 땅에서 탄생하고 성장하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기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연변의 돌배나무에 조선의 사과나무를 접목하여 생성한 사과배처럼 연변조선족 문화는 조선 전통문화와 중화문화가 서로 조화와 융합을 이룬 독특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모종의 의미에서 말하면, 연변 조선족 문화는 고국의 민족문화가 두만강 너머로 뻗어 나온 한 줄기의 새싹으로서, 중화문화의 거대한 품속에서 새롭게 성장한 독특한 민족문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훌륭한 분들이 계시고 그들이 자랑스러운 학문전통을 확고하게 수립하셨기 때문에 연변조선족 사회문화가 면면히 이어지고 민족학연구가 건실하게 발전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발전을 이룬 분들의 성과들은 연변 조선민족 사회문화와 학문 발전의 빛나는 역사적 기록이며 동시에 연변조선족 사회 발전의 한 개 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성과와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연변학의 선구자들>이 국내 연변학 연구 발전에 디딤돌이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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