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우 탈주사건과 경찰 대응
    [프로파일러의 범죄이야기] 살인,유괴,테러처럼 전문 전담팀이 필요한 탈주사건
        2013년 06월 18일 12: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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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원의 검찰청에서 조사 중 도주한 탈주범 이대우가 도주 25일 만인 6월 14일 부산 해운대역 앞에서 붙잡혔다.

    제2의 신창원 사건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대우의 도주 행적에 대해 거의 추적하지 못했던 한국의 사법당국은 부산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 그렇지만 신고를 접수한 지 7시간이나 늦게 출동한 상태에서 겨우 잡았다고 한다.

    그런데 좀 당황스러운 것은 부산 경찰의 태도이다. 신고에서부터 체포에 이르기까지 과정상의 많은 문제점에 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그러한 이야기는 거의 없고 단지 이대우에게 수갑을 채운 것만을 강조하면서 잡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 언론에 나와도 자랑스럽게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여러 정황상 경찰이 잘해서 잡았다기보다는 이대우가 잡혀주었다고 해야 맞는 얘기일 것이다. 물론 적극적으로 신고를 해준 부산시민들은 칭찬받을 만하다

    이대우1

    탈주범 이대우가 체포된 방송 화면

    이 사건은 말 그대로 단순한 탈주사건이다. 감옥살이가 싫었던 범죄자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한 사건이다. 도망가려고 작정하고 준비한 사람을 철저하게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철저히 감시한다고 해도 충분히 도주할 수 있다고 본다.

    정작 이 사건에서의 핵심은 왜 도망쳤는가? 어떻게 도망쳤는가? 누가 도와주었는가? 등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건의 중요한 핵심은 탈주범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는 경찰 추적시스템의 허술함이다.

    가장 기억되는 사건인 신창원 사건부터 시작해서 몇 건의 탈주사건이 생길 때마다 경찰은 허둥지둥 전담반을 꾸린다. 전국에 검문검색을 한다. 등 부산을 떨지만 그 결과는 부끄러울 정도로 참담하다.

    이대우의 경우도 경찰이 광주 근처에 주목하고 있을 때 이미 서울 근처에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숨어 지내고 있었고 실제 이대우는 서울로 이동하는 동안 검문검색 한번 당한 적이 없는 것이다. 분명 전담반을 꾸려서 추적하고 있고 전국의 경찰들이 터미널이나 기차역 등을 검문하고 있었는데 아무 어려움 없이 도시와 도시를 유유히 이동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제일 첫 번째의 문제는 탈주사건을 전담하는 별도의 전문팀이 없다는 것이다. 군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군부대 탈영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부대에서 가장 먼저 체포팀을 파견한다. 부대 관할을 넘어서기 전에 공간적으로 초기 차단을 통해 체포하기 위해서이다.

    대부분의 경우 탈영병들은 아무리 늦어도 2-3일 안에 잡히거나 돌아온다. 이것은 그들이 대부분 즉흥적이거나 무계획적으로 사건을 벌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실 외부로는 알려지지 않은 소수의 탈영병들은 이와는 달리 아예 사라져버리는 경우(북한으로의 탈출을 포함)도 더러 있는데 이는 이들이 매우 계획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즉흥적인 탈주를 포함해 탈주라는 것도 엄연히 정규적인 범죄행위 중의 하나인 것이다. 물론 그 발생빈도가 매우 낮기는 하기만 한번 발생하면 그 사회적인 파장이 적지 않다. 이는 연쇄살인이 발생빈도는 낮지만 그 파장이 매우 커서 그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이러한 탈주범에 대한 대비로서 탈주전담(수사)팀이 구성되어야 한다. 보통 탈주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관할경찰서나 지방청에서 필요한 인력을 차출해서 전담팀을 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경비부서의 인력이거나 아니면 강력팀 형사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한마디로 말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가 미국 영화에서 보게 되면 탈주사건이 발생하는 즉시 FBI 혹은 연방 관련부서에서 전담팀이 별도로 파견되어 관련된 인력들을 지휘하여 사건을 맡게 된다. 탈주사건은 살인, 유괴, 납치, 테러 등의 강력사건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한 사건인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 한국의 경찰에는 이런 인식은 별로 없고 군대 작전하듯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찾아다니고 검문검색하면 잡을 수 있다는 매우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시 강조하건대 탈주사건은 매우 전문적인 범죄이고 이 범죄를 담당할 전문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다음 문제는 검문검색에 관한 사항이다. 흔히 전국적인 검문검색을 한다고 하면서 터미널이나 기차역, 길거리에서 신분증 확인을 하는 모습을 방송에 보여주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이대우 사건에서도 본 바와 같이 대부분의 강력범죄자들은 이런 방식의 검문검색에 걸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대우도 남원에서 광주로, 그리고 서울로, 부산으로 이동하면서 검문 한번 걸리지 않았다. 이러한 것이 비단 이대우 뿐이겠는가?

    작년엔가 어떤 TV예능 프로그램에서 흥미로운 것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즉 부산에서 시작해서 서울까지 시내버스만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다. 우리는 도시와 도시를 이동할 때 장거리노선(터미널과 기차역을 경유하는)이나 자가용 자동차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 생각도 해보지 않았을 것이지만 실제 이러한 이동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시내버스가 중요한 이유는 알다시피 시내버스는 거의 검문하지 않는다.

    우리는 검문에 대해 착각을 하고 있다. 일단 먼저 그 유효성에 대한 문제인데, 일반적으로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모든 경로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그러한 믿음은 허황된 것이다.

    땅덩어리가 작기 때문에 가능하고 크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오히려 한국과 같이 땅덩어리가 작아서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할 때 촘촘하고 다양한 도로망이 만들어진 공간에서는 인간이 그 공간에 대해 쉽게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경로를 확인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미국과 같이 거대한 땅덩어리가 있는 경우는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할 때 다양하고 촘촘한 도로망이 불필요하고 그렇기에 인간이 그 공간에 대해 쉽게 노출되므로 오히려 검문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네바다 주에서 텍사스 주로 이동한다고 할 때 관련된 7-8개 주를 모두 수색해야하므로 너무 힘들 것 같지만 사실 드넓은 사막지대를 통과해야 하므로 인간이 움직이는 경로는 오히려 단순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이러한 검문이라는 것은 전체적인 탈주범 추적 전략에 대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치밀하게 계획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늘 의례적으로 병력을 배치하는 방식은 별 효과가 없는 대표적인 전시행정이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 하나가 검문인력의 비전문성이다. 검문이라는 것도 하나의 경찰행위이다. 그런 검문을 제대로 준비가 되지 못한 인력이 진행한다고 하면 그 결과가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우리 경찰은 과거 일제식민지시대와 권위주의 군사정권 시대를 거치면서 알게 모르게 억압적인 방식의 검문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다르다. 그런 방식의 검문이 통하던 시대는 지났고 보다 현실에 맞는 적절한 방식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탈주범 문제와는 조금 다른 차원이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한국 경찰의 업무 방식에 대한 사항이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이런 얘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한국 경찰은 항상 비상이다.” 주변에 있는 경찰서에서 내거는 프랭카드를 보면, ** 60일 기간, ## 집중단속기간, $$ 자수기간 등등, 다 합치면 1년 365일이 모자랄 정도로 늘 비상근무이다. 말하자면 경찰의 업무방식이 늘 비상상태인 것이다.

    물론 늘 비상상태로 업무를 한다면 그것이 실제 가능하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이러한 항상적인 비상상태 근무는 사실 불가능하다. 그리고 실제로 일하는 경찰관들도 위에서 요구하는 것이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지 실제 그런 방식으로 일하는 경찰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왜 그런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가? 그것은 경찰이 아직도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경찰활동을 정립시키지 못한 것과도 관련되며, 그만큼 전문화되지 못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또한 한국이라는 나라는 분단국가로서 늘 긴장된 상태로 살아야하고 그러한 방식이 체화되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찰은 본질적으로 범죄와 사회 안전 등과 관련된 조직이므로 당연히 그런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진짜 경찰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업무가 그렇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늘 비상상태에서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경찰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무지한 소치이다.

    따라서 이러한 업무방식에 익숙한 경찰로서는 탈주범이 생겨도, 간첩사건이 발생해도, 납치사건이 발생해도 늘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며 마치 관내에서 일제 ‘음주단속’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비상상태’로 근무하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탈주범으로 난리를 쳐도 늘 그런 방식의 ‘비상상태’이므로 실제로는 별로 달리 업무를 하는 것이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경찰이 탈주범 사건을 대하는 방식을 통해 추적시스템의 허술함을 구조적으로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우리가 살펴봐야 할 것이 언론보도와 관련된 사항이다. 경찰은 물론 사건사고에 대해 있는 그대로 사실을 언론에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경우 여러 가지 의도를 가지고 사실에 대해 과장을 하거나 축소 혹은 은폐하기도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사건이 진행되고 종적을 알지 못하게 된 상태에서, 우리 시민들은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조폭 셋을 맨손으로 때려눕힌 괴력의 사나이 이대우”,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으로 제2의 신창원” 등의 자극적인 카피에 한 달 가까이 공포 아닌 공포 속에서 있었다.

    실제 이대우가 괴력의 사나이일 수도 있고 신출귀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보도는 사건의 본질과는 달리 경찰의 무능함을 희석시키고 사건을 자극적이고 희화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의 무능함 때문에 단순한 탈주사건이 사회적으로 무슨 큰 격변이라도 일어난 듯 부산을 떨고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공포를 안겨준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잘못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기에 나는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인 6월 3일 종편채널인 MBN의 시사뉴스 프로그램 ‘아침의 창’에 출연하여 사건을 너무 크게 만드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나의 의도와는 달리 (아니 나 스스로도 일정정도 예측하기는 했지만) 프로파일러가 사건에 개입하게 되는 것 자체가 사건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실 그들 모르게 약간의 조작을 했다. (물론 방송국이 종편이 아니라 공중파였다면 좀 더 효과가 있었을 것인데 그 점이 아쉽지만)

    이 방식은 FBI 같은 곳에서 실제 진행하는 방식이기도 한데, 한 곳을 주목하게 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하는 방식이다.

    숨어사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근하는 곳이 한국에서는 수도권 인근의 ‘도시의 빈 공간’이다. 재개발로 빈 집, 외곽의 허름한 여관, 외국인 노동자 숙소 등, 이러한 곳을 언급함으로써 탈주범에게 약간의 이동에 대한 경각심을 주었던 것인데 효과가 있었는지는 이대우 본인만이 알 것이지만 언론을 역이용하는 것도 프로파일러의 방식이기도 하다.<계속>

     

    필자소개
    2000년대 중후반 경찰청 범죄심리수사관(프로파일러)과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프로파일링 부서) 재직했다. 현재는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이며, 국립중앙경찰학교 (수사) 프로파일링 과목 담당 외래교수이다.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진보정치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임상병리사와 사회복지사를 거쳐 프로파일러의 삶을 살아온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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