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 집권을 꿈꾸는 녹색 바보들
    [책소개] 『미래가 있다면, 녹색』(최백순/ 이매진)
        2013년 06월 15일 12: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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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독일’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날씨’를 말한다

    2012년 창당한 한국 녹색당은 같은 해 총선에서 지지율 0.48퍼센트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생명권, 칼퇴근법, 동반자 제도 등 기성 정당은 생각할 수 없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했고 핵발전소 폐기를 그 어느 정당보다 강하게 주장했다. 허무맹랑하고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 반대 정당을 기조로 1980년 창당한 독일 녹색당이 세계 최초로 슈타데 원전을 폐기하고 녹색 일자리 창출이라는 녹색 혁명을 앞당긴 사실은 한국 녹색당의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종로에서 진보신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고 서점 레드북스의 공동 대표로 일하는 최백순은 해외 녹색당에 관한 소개나 연구가 거의 없는 지금 세계 녹색당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독일 녹색당의 속사정을 들려준다.

    창당, 원칙주의자와 현실주의자의 분열, 녹색 잔 다르크 페트라 켈리의 삶, 녹색당 대표 주자 요쉬카 피셔의 정치 전술, 위기 때마다 독일 녹색당을 살린 날씨, 성공하고 실패한 적록 연정의 사정들. 《미래가 있다면, 녹색》은 녹색에 머물지 않고 적색을 포섭하는 녹색당의 새로운 도전까지 다루면서 한국의 녹색 나아가 적색이 함께 가야 할 길을 묻고 있다.

    녹색

    정당 반대 정당, 녹색 집권을 향한 힘찬 발걸음

    《미래가 있다면, 녹색》은 당의 탄생부터 당내 원칙주의자와 현실주의자 사이의 대결, 적록 연정의 출범 과정 등 독일 녹색당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평가한다.

    1장 ‘녹색이라는 이름의 반란’에서는 ‘정당 반대 정당’ 독일 녹색당의 창당 배경과 역사를 정리한다. 독일 녹색당은 순환임기제, 당직과 공직 겸직 금지 제도, 여성 강제 할당제, 생태 기금 제도 등 새로운 정당 제도를 제시했고,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권위적인 연방 의회에 문화 충격을 일으키는 문제아였다.

    2장 ‘녹색당의 잔 다르크, 페트라 켈리’에서는 독일 녹색당을 만든 페트라 켈리의 인생 역정을 살펴본다. 페트라 켈리가 평화, 비폭력, 녹색, 여성주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연인인 게르트 바스티안, 유일한 가족인 외할머니 쿠니군데 비옐레의 관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3장 ‘적록 연정을 향한 역사적 전진’에서는 통일 뒤 독일 정치의 변동과 통일을 대비하지 않은 독일 녹색당이 맞이한 위기를 다룬다. 이 위기 국면에서 원칙주의자가 당에서 정리된다. 원전 폐쇄 계획 변경, 유고 파병, 세계 최대 노조 베르디 탄생 등 위기 상황 때마다 녹색당을 살린 것은 날씨였다.

    4장 ‘미래가 있다면, 녹색’에서는 녹색당의 주요 특징인 생활 정치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리하고 독일의 주요 생태 도시의 특징을 알아본다. 독일의 원전 폐기 선언은 유럽의 다른 국가도 탈원전을 선언하게 하는 자극이 됐다.

    5장 ‘녹색 집권을 향한 아주 힘찬 발걸음’에서는 1세대들하고 다르게 현실주의와 자유주의 경향으로 우경화된 독일 녹색당 2세대를 소개한다. 3기 적록 연정에 실패한 뒤 독일 녹색당은 노동자를 향한 좌회전과 녹색 시장 경제로 구체화된 녹색 집권 전략을 세우고 있다. 또한 유럽의 다른 녹색당들의 모습도 살펴본다.

    녹색과 적색의 변증법 ― 자본에 저항하는 노동과 적색의 동맹을 향해

    녹색당의 자르브뤼켄 창당 강령에는 녹색 의제뿐만 아니라 자주 관리, 민주적 계획 경제, 동일노동 동일임금처럼 노동에 관한 급진적인 의제도 포함돼 있었다.

    이런 적색 의제가 사민당과 적록 연정을 구성하면서 사라졌다가 3기 적록 연정이 실패한 2005년 선거 뒤부터 살아났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녹색과 적색이 동맹을 맺지 않으면, 적색은 자본주의의 본성인 성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녹색은 자본주의 안에 녹색으로 머물고 만다는 최백순의 말은 이런 상황을 매우 예리하게 포착한다.

    《미래가 있다면, 녹색》는 독일 녹색당의 역사를 통해 녹색과 적색이 대화를 통해 변증법적으로 동맹을 맺는 게 우리 시대 진보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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