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완 포수 리드, 과연 존재할까
    [야구 좋아]포수의 리드와 포수의 역량, 구분해서 봐야
        2013년 06월 13일 03: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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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완이 없어 팀이 가라앉는다, 여기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SK팬들이 동의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실제적으로는 팀 전력 자체가 약할 것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박경완 이야기는 빠지지 않습니다.

    김성근 감독이 ‘박경완은 SK 전력의 절반이다’고 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실질적으로 김성근 감독과 박경완 선수의 돈독한 관계. 여기에 김감독 경질 후 부임하게 된 이만수 감독의 스토리. 이 모든 것이 맞물리면서 포수 리드에 대한 이야기는 김성근 감독 시절 1라운드를 거쳐 2라운드로 접어들었습니다.

    개인 역량으로서의 포수 리드. 사실 그것이 경기 내적으로 얼마나 유의미한가 부분을 밝혀내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투수들의 볼 배합에 있어 포수가 주도적으로 리드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결과로서 명확히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큰 의미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경완(SK와이번스 홈페이지)

    박경완(출처는 SK 와이번스 홈페이지)

    포수 리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만, 적어도 포수 개인 역량을 평가함에 있어 포수 리드라는 항목이 타격이나 수비, 송구보다 상위에 놓일 수 있는 항목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포수 개인의 수첩 경기 메모, 그것이 전력분석팀의 역할까지 하던 시기에는, 포수로서의 개인 역량으로서도 제법 유의미했을 거라고는 봅니다. 다만 이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거시적 의미에서라면 작전이 존재할 수 있는가와 비슷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선수를 장기 말 다루듯 하나하나 직접 감독이 컨트로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 감독과 포수의 궁합은 실질적으로 상당히 존재할 수 있을 것이며, 여기서 이야기하는 포수 리드가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김성근 감독 때의 SK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또한 그랬을 경우 선수의 창의적인 플레이는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도 됩니다.

    포수 리드는 여러모로 애매합니다. 다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넣어야 할지 여전히 모호합니다. 몇몇 지도자들께서 송구와 수비를 리드의 범주에 넣는 경우도 봤습니다만, 그것은 리드가 아니라 필드플레이어 포수로서의 능력이라 불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야수만 해도 수비와 송구를 분리해서 보고 있습니다. 툴 좋은 경험 부족한 포수의 경우엔 어깨는 좋아도 리드는 나쁘다는 소리도 많이 듣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론과 간접경험이 교차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거기에서 필요한 것은 용어의 명확한 정의입니다. 당연히 현장 경험 역시 여기에서 필요합니다. 투수 리드라는 용어에 의해 기존 포수의 드러난 데이터가 무가치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잘 축적되고 체계화된 데이터가 구단 내에 갖춰져 있으면, 포수는 일정 경험이 쌓인 이후엔 그렇지 못한 구단과 차이가 난다고 봅니다. 같은 팀 내의 경험이 아주 많은 베테랑과, 일정 경험 정도를 쌓은 선수와의 갭은 줄어들 것은 자명합니다.

    투수의 구종과 탄착점을 결정하는 행위를 포수의 리드라고 한다면, 그건 전력분석, 투수, 포수, 코칭 스태프의 의견이 종합되어 기본적인 마스터 플랜 하에 이루어지는 행위일 겁니다. 그게 시스템상 포수란 사람을 통해 표출되고 전달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행위에 있어 포수 개인의 완전독립적인 역량, 판단력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할지 의문입니다.

    MLB처럼 상대하는 팀이 많지 않은 리그일수록 이러한 분석은 나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는 봅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을 표출, 전달하는 주체가 포수라고 해서, 그것이 꼭 포수의 개인 역량임을 의미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포수의 리드라는 메타포가 주는 이미지상, 그리고 거기에 과거 전력분석팀이란 게 없을 시절 포수의 경기 메모가 전력분석팀의 역할까지 하던 시절의 기억이 맞물리며, 마치 그것이 포수의 개인 ‘역량’인 것처럼, 얘기되는 부분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적어도 포수 개인 역량으로서의 포수 리드는 매우 많은 부분이 허상이라 봅니다.

    때문에 결국 리드와 그 외의 부분은 분리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좋은 블로킹 기술이 있으면 떨어지는 변화구를 요구하기 쉽고, 송구가 좋으면 주자 있을 때 리드 선택지의 폭이 더 넓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건 말하자면 주어진 환경이죠. 수비가 엉망인 3루수와 유격수가 그라운드에 서 있으면, 아무리 뛰어난 싱커볼러라도 해도 싱커를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싱커 볼 투수에게 어떤 구종을 어떤 탄착점에 던지게 하여, 최소 실점을 유도하는가가 리드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리드를 지시, 표시하는 행위자가 포수라는 자이고, 블로킹-송구-미트질을 하는 자 역시 같은 포수이기 때문에 이를 뭉뚱그려 보기 쉽지만, 리드라는 행위에 대한 얘기를 하는 자리라면, 이건 당연히 분리해서 봐야 하는 부분은 아닐까 싶습니다.

    필드 플레이어로서의 포수의 능력. 그것이 포구-송구-미트질 능력인 거고, 선수로서의 능력은 리드라고 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특정 포수를 그냥 좋은 포수라고 부를 거라면 리드, 미트질, 송구 이런 것들을 뭉뚱그려 얘기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리드가 좋은 포수라고 칭찬하거나 리드가 별로라고 비판하고, 그걸 이유로 연봉을 더 주거나 깎을 거면 이건 분명히 구별해 줘야 할 문제입니다.

    PS. 현장 스태프의 코멘트를 해석하는데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다들 일정 패턴, 그러니까 지금까지 업계인들이 줄곧 사용해오던 용어에 따라 이야기할 것입니다. 실제로는 떠오를 수 없는, 떠오르는 직구 같은 표현이 그럴 수 있겠네요. 그들 뇌리에 각인된 궤적보다 아주 약간 높은 궤적을 그릴 뿐인데 말이죠.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표현하죠. 야구 잘 안 해본 동체시력 좋은 타종목 운동선수에게 궤적이 다른 두 직구를 보여줬을 때, 아마 그들은 떠오른다고 안 할 겁니다. 궤적이 다르다고 하겠죠.

    필자소개
    '야구 좋아'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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