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존 떠나는 것이 그리스에게 이익
    [GLOBAL진보 ②]코스타스 라파비사스 글 / 신희영 옮김
        2012년 06월 07일 03: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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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중순으로 다가온 그리스 총선 결과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 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의 긴축 조치를 수용해야 한다는 신민주당(New Democracy)이 과반 의석을 얻어 집권을 하느냐, 아니면 트로이카가 강요해온 긴축 위주의 구조 개혁 노선을 전면 비판하며 재협상을 주장하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가 집권을 하느냐에 따라 그리스와 유로존의 장래가 요동칠 것이기 때문이다.  레디앙은 유럽 지식인들과 사회운동가들의 목소리를 한국의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는 새로운 코너를 만들 예정이고 첫 번째로 지젝의 글을 게재하였다. 그 두번째 글로 런던대 아시아 아프리카 학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코스타스 라파비사스 교수의 칼럼을 게재한다. 라파비사스 교수는 그리스인들의 생존을 위해 고통스럽더라도 유로존을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편집자)

    이 글의 원문을 보려면 여기를
    “유로존을 떠나는 것이 그리스에게는 이익이다(It is in Greece’s interest to leave the euro)”라는 제목으로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 2012년 5월 23일자 칼럼란에 실렸다. 글쓴이의 양해를 얻어 레디앙에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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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그리스는 6월 중순으로 예정된 선거를 앞두고 신민주당이라는 우익 정당과 시리자로 대표되는 좌익 정당이 이끄는 두 진영으로 양분되고 있다.

    신민주당이 트로이카가 강요하고 있는 긴축 조치들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리자는 그것을 거부해야 한다고 대립하고 있지만 양 당 모두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엄혹한 현실이 그리스를 기다리고 있다. 만약 그리스가 유로존 안에 남아 있는다면, 그리스는 서서히 죽어가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벗어난다면, 그리스인들은 심각한 위기를 경험하게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제를 부흥시키고 사회를 재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유로존의 위기는 그리스나 남부 유럽 국가들이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결코 아니다. 현재와 같은 유로존의 위기가 일어나게 된 궁극적인 원인은 남부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노동 비용이 유로존 중심부 국가들의 그것에 비해서 지속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경쟁력을 누적적으로 상실했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 후 지지자들과 있는 치프라스 급진좌파연합 대표

    이 나라들은 막대한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중심부 국가들이 마치 동면의 양면처럼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국이 된 것과 괘를 같이 하는 것이다.

    남부 유럽의 경상수지 적자국들은 불가피하게 해외에서 돈을 빌어오기 시작했고, 자국 은행들도 앞다투어 대출을 해주기 시작하면서 부채 문제가 불거지기 사작했다. 이 모든 과정의 근저에는 주변부 국가들이 계속해서 빚을 내는 한편 독일과 같은 중심부 국가들이 자국의 노동 비용을 인위적으로 낮추거나 동결시켜온 연관고리가 존재한다.

    트로이카는 긴축과 구조 개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트로이카는 주변부 국가들이 임금을 삭감하는 조치를 취하면 노동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 조치가 사회적으로 어떤 함의를 지니는가 하는 문제를 잠시 차치한다고 하더라도, 트로이카가 강요하는 일련의 조치들은 독일의 노동 비용이 상승하지 않는 한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과제이다.

    주변부 국가들이 그나마 독일 수준에 근접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쩌면 임금 수준을 거의 무한대로 깍아내리지 않으면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야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결과물은 아마도 사회적인 불안과 소요 그리고 유로존의 궁극적인 붕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심부 국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주변부 국가들에게 재정을 지원해주는 방안(transfer union)도, 단기적으로는 바람직할지도 모르지만, 결코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조치들은 주변부 국가들이 절실하게 요구하는 다급한 요구 사항들을 들어주는 것이겠지만, 유로존에서 현재와 같은 위기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방안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변부 국가들에게 재정을 지원해주는 것은 그들을 더욱 더 중심부 국가들에게 구걸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는 주변부 국가들이 중심부 국가들에게 영원히 종속되게끔 만들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우선 주변부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고, 두번째로 독일 노동자들의 임금을 실질적으로 높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은 유럽 전역에 새로운 형태의 마샬 플랜(Marshall Plan;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중심이 되어 서유럽 경제를 복구하기 위해 취했던 일련의 무역, 금융 및 기술 이전 등의 부흥 정책-옮긴이)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하고, 독일 내부에서 정치적 세력관계의 변동이 일어나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는 조치이다. 따라서 현재 국면에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만약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 내부에서 지금까지 강요된 긴축 정책을 계속 취한다면 그리스 경제는 성장을 멈추고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그리스 경제는 더욱 궁핍해질 것이고, 노쇄할 뿐만 아니라 지독히도 불평등한 유럽의 변방에서 중심부 국가들에게 철저하게 종속된 사실상의 신식민지(new colony) 국가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에게 강요되는 이와 같은 숙명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아마도 일차적으로는 정부 부채에 대해 지급불능 선언(디폴트)을 하려고 할 것이다. 이것 이외에 가까운 장래에 그리스가 누적시켜 온 부채를 관리할 수 있는 다른 현실적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트로이카가 강요한 일련의 구제 금융 지원 조건들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켜왔다: 그리스의 해외 부채 비율은 폭증했고, 민간 부채는 정부 부채로 전이되었으며, 이 부채를 관리하는 법도 그리스 국내법에서 영국식 법으로 바뀌었다. 그리스 정부가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이 그 이전보다 더욱 어렵게 된 것이 사실이지만, 그리스는 궁극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리스 정부가 디폴트를 선언하는 순간 그리스는 유로존이라는 통화 동맹의 덫에서 풀려나 유로존을 이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유로존 이탈은 불가피하게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더우기 지난 2년 동안 그리스에 강요된 어리석은 긴축 정책들 때문에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야기할 급격한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까지 그리스가 수용해온 긴축 정책들은 그리스 경제를 불구로 만들었다. 일단 그리스가 유로존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리스의 경제 주체들은 국내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에 대한 수출을 늘려 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회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그리스 경제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은, 초반의 충격에서 벗어나, 점차 그리스 내부에서 고용을 늘리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트로이카가 강요해온 일련의 긴축 조치들의 폐해를 중단시키고, 자국의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꼭 필요한 정책 공간(breathing space)을 그리스인에게 열어줄 것이다.

    물론 유로존에서 이탈하는 댓가로 그리스가 치뤄야 할 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설사 채권국 은행들이 사태를 과장하기 위해서 추정하는 막대한 비용에는 미치지 않을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하면 그리스에는 새로 도입될 드라크마(Drachma: 그리스가 2001년 유로존에 가입하기 이전에 사용하던 화폐의 이름-옮긴이)나 유로화 또는 제3의 지폐가 통용될 것이다.

    이전에 체결된 민형사상의 모든 거래가 새로 도입될 화폐로 재환산될 것이고, 이를 둘러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법률적 분쟁이 터져나올 것이다. 그리스 은행들의 채무 관계는 유로화로 정산된 자산과 부채 때문에 더이상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실물 경제 차원에서는 그리스가 수입을 해야만 하는 원유와 의약품 그리고 심지어 기초 생필품 등이 부족한 상태가 한동안 지속될 지 모르고, 그리스 기업들이 파산하는 사태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이행기의 비용 (transitional costs)이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서 서서히 죽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유로존 이탈 이후 그리스가 직면하게 될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리스 정부는 은행을 국유화하거나 자본을 통제하며 일시적인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련의 행정 수단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이후 그리스 경제는 서서히 회복되는 과정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는 고도로 훈련되고 응집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몇몇 분야에서는 천혜의 잇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리스인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리스를 운영해왔던 부패하고 타락한 정치경제 엘리트들을 권좌에서 몰아내고 대안적인 정치체를 수립한다면, 그리스의 성장 전망은 매우 밝을 것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촉발시킬 요인이 무엇인지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것은 정치적인 긴장이 고조되면서 나타나게 될 뱅크런 (bank run; 은행예금의 대량인출 사태)이 될 것이다.

    만약 그리스가 이렇게 유로존을 이탈하게 되면, 남부 유럽 국가들은 삽시간에 그리스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면 독일은-처음부터 잘못 세워졌고 제대로 운영되지도 않은-유럽 통화 동맹의 해체에 따르는 파괴적인 결과를 수습해야만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것은 그리스인들이 상관할 바도 아니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글을 쓴 코스타스 라파비사스(Costas Lapavitsas)는 런던대학(University of London) 아시아 아프리카 연구(SOAS)의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금융화된 자본주의] (2009), [시장, 화폐 및 신용의 사회적 기초] (2003), [화폐와 금융의 정치경제학](1999) 등의 책을 썼으며, 경제 성장과 금융 시장, 금융화와 위기 등에 관한 일련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글을 옮긴 신희영은 정치학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현재 뉴욕 소재 재정정책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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