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보는 북한은?
    [중국과 중국인] 바람직한 북-중 관계는 무엇인가
        2013년 06월 11일 01: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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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행선을 달리던 남북관계가 급반전을 연출하고 있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북한의 갑작스러운 대화제의와 남한의 역제안을 통해 성사된 6월 9일의 만남에서 남북당국회담의 개최를 합의한 후, 11일 현재까지 회담의 내용과 격식에 대한 양측의 협의가 여전히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남북관계의 개선에 대한 장밋빛 전망들이 벌써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

    거듭되던 박근혜 정부의 대화 제의에도 침묵을 지키던 북한은 왜 6월 6일 갑자기 대화를 제의했을까?

    국내에서는 북한의 갑작스런 회담 제의와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반응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북한이 회담을 제의한 바로 다음날인 7일부터 이틀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의 휴양지에서 북한의 가장 큰 후원자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비공식 회담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며, 특히 이 회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바로 한반도 문제였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회담 전부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으며, 실제로 시진핑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되어야하며 중국과 미국 모두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지난 5월말 북한 군부 서열 2위인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가 김정은의 특사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오바마와 회담을 앞둔 시진핑에게 ‘중국의 건의를 받아들여 관련국들과의 대화에 나설 것’임을 표명한 후, 6월 6일 시진핑과 오바마의 회담이 개최되기 하루 전 전격적으로 남측에 대화를 제의함으로서 자신들의 최대 후원자인 중국과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세워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의 이런 행동이 전적으로 중국의 주문을 수용한 것 때문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미 북한은 중국의 지나치게 실용적인 대북정책에 상당히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대로 중국은 자신들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동북아의 절대적인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의 전제 조건으로 안정적인 중-미 관계 발전이 필요하며, 이 때문에 미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개발을 빌미로 미국이 이 지역에서 공공연하게 군사력을 강화하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

    이러한 중국 측의 기류는 최룡해가 중국을 방문하고 있던 기간에도 ‘중-북 관계가 이미 일반적인 국가 간의 관계로 전환하고 있다’는 고위관리들과 학자들의 발언을 통해 공공연하게 북측에 전달되었으며, 9월 중 중국방문을 희망한 김정은의 요청에도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현재 김정은 시대의 중-북 관계는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를 거치면서 혁명적 이념적 그리고 양국 지도부의 인적 유대관계가 점점 약화되면서 이명박 또는 박근혜 정부에서의 남한과 미국과의 동맹관계보다 더 느슨한 상태이며, 이 때문에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 역시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양국의 이런 일반적인 국가관계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의 쌍두마차인 시진핑과 리커챵 모두 ‘공화국세대‘, 즉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출생했으며, 따라서 중국공산당을 ’혁명정당‘보다는 ’집권당‘으로 체험한 이들이다. 북한 지도부와의 인적 관계도 전무하다.

    오히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전방위적으로 가해지는 미국의 봉쇄전략에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동시에 장기적인 경제발전과 G2 또는 CHIMERICA 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있다.

    특히 중국의 지원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서 오히려 미국의 군사개입의 구실을 제공하는 핵개발에 몰두하는 북한 지도부의 행보에도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북한 입장에서는 개혁개방이후 중국의 지나친 탈이데올로기적 행보와 북한에 대한 지나친 실리적 접근 그리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경제적 압박에 대한 어정쩡한 대응이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양국의 이런 상반된 이해와 입장에 변화가 오기는 쉽지 않아 보이며 현재 상황에서 보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물론 다양한 국내외적 변수가 얽혀 있어서 양국 관계의 변화 방향을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려우며 또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중국과 북한,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또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공존에 정치-군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두 나라가 서로의 책임과 역할을 자각하고 이 지역에 대한 국제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상호 협력적 관계로 발전해 가는 것이다.

    필자소개
    중국의 현대정치를 전공한 연구자. 한국 진보정당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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