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정규직을 찾아서
    [4회 청소노동자 행진 연속기고②] 간접고용 철폐하고 직접고용으로
        2013년 06월 11일 09: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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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6월 14일 오후 4시 30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는 ‘행복할 권리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4회 청소노동자 행진이 개최된다. 2010년 6월 5일 1회를 시작으로 매해 6월 개최되는 청소노동자 행진은 이 사회의 유령처럼 살아가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존재와 요구를 알리는 장이며, 청소노동자의 밥과 장미의 권리를 위한 행진이다. 노동조합과 여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회 청소노동자 행진 준비위원회는 행복할 권리를 찾아 나선 청소노동자 행진의 의미와 취지를 알리고자 3회에 걸쳐 연속 기고를 진행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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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역이 문제다. 직접고용이 필요하다!

    “용역에게 주는 돈을 우리에게 주면 우리 임금도 많이 오를 수 있다. 사실 장사도 중도매가 많이 떼어가듯이 용역회사가 중간에서 돈을 많이 먹는다. 학교에서는 1인당 140주는데 50-60만원씩 뗀다. 00대는 한 사람당 용역비가 240만원씩 책정되는데 노동자들에게는 50%만 준다고 한다. 100만원 이상을 용역에서 갖고 가는 것이다. 순이익만 30-40만원 정도 가져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전혀 그런 사항을 모른다면 직고용을 하든 말든 우리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노조를 가입하고 임금의 구성을 알고 나니까 정말 이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용역에게 이득이 되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6월 7일 청소노동자 집담회 중)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고들 했지만, 광범위하게 확산된 간접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접근을 하지 못했었다.

    파견법 폐지는 노동자들의 오랜 요구였으나 여전히 건재해 자본이 구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이 위헌이라는 제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며, 파견법의 제도화를 기화로 광범위하게 확산된 간접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그 규모조차 제대로 추정해 내지 못할 정도로 처방이 없는 심각한 상태이다.

    오랫동안 ‘용역’이라는 형태로 굳어온 청소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다. 스스로도 중간에 업체가 끼어든 왜곡된 고용형태가 노동권을 후퇴시키고 권리를 빼앗아 간다는 것을 삶과 투쟁을 통해 느끼지만 어떻게 뚫고 나아가야 할지, 그 투쟁을 어떻게 만들어 내야 할지 길은 잘 보이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여러 갈래로 투쟁을 만들고 길을 열어 가고 있다. 먼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화 하라’는 요구와 투쟁이 그렇다.

    대법원의 불법파견 인정 판결을 딛고, 그 판결의 의미를 온전히 살리기 위해 모든 사내하청은 불법이고,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가지고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또 인천공항 지역지부 동지들의 투쟁이 있다.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위해 원청을 상대로 한 투쟁과 교섭을 전개하고 있으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10년을 넘게 일해도 만년 제자리인 인생을 뛰어 넘고자 투쟁의 힘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를 중심으로 한 집단교섭 투쟁이 또 하나의 길을 열고 있다. 하청으로 갈래갈래 나뉘어져 최저임금이라는 것 외에는 주어지는 것이 없었던 노동자들, 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렸던 노동자들이 집단교섭과 공동투쟁을 통해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을 쟁취하고, 이제 원청을 상대로 생활임금, 고용보장, 노동안전보장 등의 요구안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간접고용 문제의 심각성으로 인해 정부 차원에서도 조금씩 정책의 변화가 있었다.

    간접고용 문제에 대해 이전에는 외주화를 합당한 것으로 포장하는 수준에서 제출되던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었지만, 지난 해 서울시는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나름의 정책을 제출했고,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청소노동자들로부터 그 첫 대책을 마련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벌어지는 양상은 조금 달리 진행되고 있다. ‘정규직화’ 이면에 노동자들에게 다른 것을 내놓을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 내놓아야 할 것은 바로 노동자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고용’이다. 바로 정년을 이유로 한 고용의 해지가 정규직화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임금 상승이라는 것도 현재의 임금 수준보다는 높아지는 것이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 청소노동에 대해 가지고 있는 낮은 가치의 노동이라는 인식을 극복하지 못한 채, 기존 임금보다 얼마가 더 오른다는 식의 선전으로 포장되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기계적 고용형태의 변화가 아닌 노동권의 확장

    “우리가 정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일을 그만 둔 이후에 대책에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봉급을 받는 사람들은 65세에 쉴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아니다. 요즘은 100세라니까 70세까지 해도 힘들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다. 엊그제 텔레비전에서 의사들이 나오는데 손을 놓고 30-40년을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것을 자식에게 어떻게 타 쓰냐고 이야기한다.”

    “수박 한 덩이 만원인데 그것을 사고 싶은데 그것을 못 사먹고 있다. 며칠 전부터 계속 사갈까 말까 망설이기만 했다. 식구들과 맘 놓고 외식한 번 해본 적이 없다.”

    “왜 청소는 돈을 조금 받아야 하나 생각하니,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일찍 끝난다는 말만 듣고서 연세 드신 분들이어서 나이도 들고 일하는 시간도 짧으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청소의 노동 강도도 세고 일하는 시간도 길다. 일찍 끝나는 것 같지만 다른 사람들 잘 때 우리는 새벽같이 출근한다. 이것을 못보고 일찍 끝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6월 7일 청소노동자 집담회 중)

    노동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 것일까? 청소라는 노동은 사회를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노동이다. 그렇다면 그만큼 소중한 가치가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노동이 그렇다.

    자본에게 얼마나 많은 이윤을 직접 안겨 주느냐와 무관하게 반드시 필요한 노동이라면 그만큼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용역으로 외주화되면서 청소, 경비 등 시설관리 노동의 가치는 급격히 저하되기 시작했고, 그에 더해 여성, 고령 노동자가 대부분이라는 이유까지 저임금을 합리화하는 논리로 작용했다. 그러한 인식은 청소노동자들을 직영으로 전환하는 가운데에도 그대로 작용해 노동자들의 임금은 여전히 고만 고만한 수준에 묶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년’ 문제이다. 지난해 서울지하철에서의 직영화 과정에서도 그랬지만 최근 시립대에서 진행되는 경과를 보면 노동자들에게 ‘정규직으로 짧게 일 할거냐, 비정규직으로 길게 일 할거냐’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마치 그것만이 답이고, 노동자들의 요구가 바로 그것이었던 것처럼.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자. 이것이 과연 노동자들이 선택해야 하는 문제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시간 동안 끊임없이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쟁취를 외쳐왔다. 이는 기계적으로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정규직으로 변경하라는 요구가 아니었다. ‘정규직화’라는 요구 안에 우리가 담았던 것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고용의 단절과 불안정화 속에서 박탈당해야 했던 우리의 정당한 권리의 회복이었다.

    자본은 노동자들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고, 또 그에 더해 무기계약직, 계약직, 임시직, 간접고용으로 분할하며 단결을 가로막는다. 단결을 가로막는 것만이 아니라, 고용형태에 따라 직무를 나누고 임금체계를 달리하며 차별을 합리적인 것으로 포장한다.

    최근 이마트에서 대규모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면서 승진 및 임금차별이 존재하는 분리 직군으로 전환하면서 여전히 낮은 노동조건으로 노동자들을 묶어 둔 것처럼, 자본은 계속해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게 책정하기 위해, 또 그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다.

    우리가 요구한 정규직화는 기계적인 고용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바로 노동권의 확장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빼앗겨왔던 권리를 되찾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탄압받았던 굴레를 걷어 내고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받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한 것이었다.

    그래서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쟁취라는 것은 끊임없이 지속되는 운동적 요구이고, 권리 확장을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부와 자본은 이를 마치 정규직 “시켜주면”, 다른 것은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마치 정규직이라는 것이 그런 굴레 속에 있는 것처럼. 정규직이 되면 8시간 풀타임 노동을 해야 하고, 관리자의 업무 지시에 직접적으로 종속되어 시달리며, 이러 저리 전환 배치가 되면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것처럼. 그런 정규직이 되면 대신 임금은 조금 더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정규직’의 개념 자체를 왜곡시켜 버린다.

    청소노동자들에게 역시 마찬가지다. 임금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일 때보다 조금 더 받을 수 있지만, 일할 수 있는 기간이 그만큼 짧아지고, 그것은 정규직의 이름을 얻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이러한 왜곡을 걷어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왜 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는 자본에게 얽매이는 것인가. 사실 따지고 보면 비정규직일 때에는 다른 방식으로, 즉 바로 ‘해고’해 버리는 방식으로 똑같이 통제가 작동했었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노동자의 권리가 박탈되고 있는 지점을 정확히 보고, 그 권리 쟁취를 위해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노동자행진2

    4회 청소노동자 행진 선포 기자회견 모습(사진=공공운수노조)

    진짜 정규직을 찾아서, 4회 청소노동자 행진

    그래서 청소노동자들은 진짜 정규직을 요구한다.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 안정된 고용, 비정규직 시절을 걷어내고 억압과 차별 없는 노동으로의 권리의 확장. 그래서 당연하게 기존에 해당 직종에서 일해 왔던 만큼의 고용기간을 보장하라는 것은 정당한 요구이다.

    자본은 노동자들이 자기 좋은 것만 얻으려 한다고 말하지만, 권리를 확장해가는 과정으로서의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노동자를 더 구속시키는 정규직이라면 그것은 정규직도 아니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책은 더더욱 아니다. 적어도 지금 시행되는 대책이나, 정책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고 최소한의 포장을 하겠다면, 그런 말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분명히 말한다. 정규직은 당신들이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이다. 가짜 정규직을 시혜처럼 베푸는 것으로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싸워온 진짜 이유는 바로 노동자로서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과정이었기 때문이고, 이후에도 우리는 더 많은 노동자들의 권리 확장을 위해 투쟁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저 멀리 울산 철탑에 올라있는 두 동지와, 혜화동 종탑에 올라있는 두 동지와, 양재동에서, 대한문에서, 시청에서, 전국 곳곳에서 싸우는 동지들과 함께 발맞추어 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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