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마니 경찰'을 아십니까
    [프로파일러의 범죄이야기] '경찰은 무엇인가'를 가르치지 않는 경찰 교육
        2013년 06월 10일 03: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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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경찰학과 학생들에게 전공과목을 강의할 때마다 늘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과연 경찰이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해 대부분은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러한 점은 비단 이들만이 아니다. 현직 경찰관이거나 혹은 경찰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심지어 경찰학 관련 교수나 연구자도 포함)도 역시 이 질문에 대해 그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몰이해는 사실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과 그 맥을 같이 하는데, 실제 우리 사회에서 진지하게 과연 경찰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니 이들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이해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나는 작년까지 몇 년 동안 입경 면접관으로서 경찰관 채용과정을 함께 해왔다. 또한 수년 동안 중앙경찰학교에서 신임 경찰관 교육생들에게 수사관련 과목을 교육하고 있다.

    말하자면 내가 뽑고 내가 교육하면서 신임 경찰관을 만드는데 일정 정도 같이 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면접이나 교육을 진행하면서 앞서 한 대로 경찰학과 학생들과 비슷하게 같은 의도의 질문을 하곤 했는데, 역시 그들도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매 한가지이다. 과연 경찰이 무엇일까?

    일반 시민들은 물론 요새 입경하는 젊은 경찰들도 잘 알지 못하는 말로서, ‘가마니 경찰’이라는 말이 있다. 아마 지금 같은 시대에는 상상도 못할 개념일 것이다. 그래서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경찰이 어떻게 채용되었는지에 대한 역사를 고찰해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얘기부터 해보자. 얼마 전까지 아니 요즘도 술자리 안주 삼아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한국의 형사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 중에 하나가 깡패와 형사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시골 고등학교에 같이 다녔던 두 친구가 나중에 서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하나는 형사였고 하나는 깡패였다. 물론 이런 일은 흔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형사가 된 친구가 실제 고등학교 생활할 때는 더 문제학생이었다는 것이고 오히려 깡패가 된 친구가 상대적으로 더 착실하게 생활했던 학생이었다는 점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해보자면 형사가 된 친구는 원래 경찰이 되고자 했던 것이 아니고 다른 직업을 가져보려고 했으나 학교 성적도 좋지 않고 거친 성격 때문에 사회생활 적응이 어려워서, 부모가 보기에 이러다가는 사고치고 전과자가 되겠다는 생각에 약간의 ‘빽’을 동원해서 억지로 경찰에 집어넣어서 경찰이 된 것이다.

    결국 경찰이 된 친구는 사실 어쩌다 보니 경찰이 된 것이지 만약 경찰이 되지 않았다면 여러 여건 상 동네 깡패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를 영화 같은 이야기이고 가공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2000년대 중반까지는 아주 허구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주지하듯이 IMF 이전의 경찰 봉급은 대기업의 반 정도, 중소기업의 70-80% 정도였고 일제 식민지 시대와 군사정권 시절의 부정적인 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굳이 ‘순사’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

    또한 지금에야 경찰청이나 지방경찰청 단위로 정기적인 공채와 특채를 매년 수회 실시하고 한 회 실시할 경우에도 많게는 수백 명씩 적게는 수십 명씩을 엄격한 기준에 의해 공개된 절차에 걸쳐서 실시하지만,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매년 실시하는 공채라는 것은 형식적으로 지금과 비교해서 매우 적은 인원만을 선발했고 더 큰 문제는 선발기준이나 절차에 있어서 지금과 비교할 때 많은 부분 미흡한 점이 많았다.

    공채보다 더 중요한 비중으로서, 당시의 시대적인 특성상 군사정권의 필요에 따라 대부분의 경우 관련된 분야의 특채로서 많아야 수십 명을 뽑거나 자연 감소분 정도만을 충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서 80년대에는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보안사나 정보사, 특수부대 출신중에서 보안경찰을 수십 명 특채한다거나 권투와 같은 운동선수 출신들을 수십 명 특채하곤 했다. 그래서 이들 특채 기수가 특정 연령대에서 다수를 점하기도 하고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서 좀 특이한 존재가 경찰대 출신들이다. 주지하듯이 경찰대는 81년 전두환 신군부세력이 정권보위를 위해 만든 집단이다.

    경찰대의 입구 모습

    경찰대의 입구 모습

    박정희 시대에는 중앙정보부와 같은 은밀한 집단을 통해 국민들을 억압, 통치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부마항쟁, 80년 민주화의 봄과 같이 대규모의 대중운동을 목격한 신군부 집단은, 비록 광주에서는 심복들 휘하의 소수 군사력 동원을 통한 무력진압방식이 가능했지만 일상적인 통치에 있어서 전입자들과 같은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동물적으로 직감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만과 같이 비상계엄을 일상적으로 동원하기에는 그들 소수만의 통치력으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엘리트 경찰간부 양성이라는 명분을 가지지만 실제로는 충실한 정권보위 테크노크라트로서 경찰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들은 경찰대 졸업 후 기동대 소대장으로 병역을 대신한 후 대부분 중간 간부로 일한다. 물론 그들 자신이 이야기 하듯이 이전과 다르게 똑똑한 사람들 일부가 경찰이 되는데 일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외에 그들이 들어온 숫자만큼 경찰이 발전했는가? 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저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경찰이 아니라 정권을 보위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서 자신들의 빠른 출세를 보장받은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나의 주장에 반감을 가질 경찰대 출신 교수들과 현직 경찰 간부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그들에게 단 한마디로 이야기 한다. 지금 경찰의 현실을 직시하라고…….

    ‘가마니 경찰’이라는 것은, 경찰을 채용할 때 가마니를 지고 운동장 한 바퀴를 돌아오면 경찰로 합격해주었던 시대의 경찰들을 말한다. 요즘 구청에서 환경미화원(청소원)을 채용할 때 쓰는 방식으로 채용한 것이다.

    경찰에 대한 관련분야의 전문성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의미가 없었고 다만 국가관, 윤리관 등에 대한 검증은 그 동안 경찰이 축적했던 개인에 대한 정보를 이용했다. 전문성이 없었기에 그들의 수단은 공포밖에는 없었다. 큰 소리 치고 폭력을 쓰고 윽박지르고 무시한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선발된 사람들을 실무에 쓰는 방식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현재 경찰에는 교육기관이 3-4개 정도 있다.

    가장 먼저 4년제 경찰대학이 있는데, 이곳은 군대에서의 사관학교와 같이 한 해 120명씩 초급 경찰 간부인 경위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그 다음으로 경찰교육원이 있는데, 이곳은 일반기업체와 비교하면 보수교육(승진한 사람들에 대한 교육 포함)을 담당하는 연수원과 같은 곳이기도 하지만 한 해 45명 정도 선발하는 경찰간부후보생 교육(1년)도 역시 담당한다. 다양한 연수과정이 짧게는 2-3주에서 길게는 3개월 정도 진행된다.

    세 번째가 중앙경찰학교로서, 신임 경찰관(순경) 교육생을 교육하는 기관으로 기간은 8개월에서 1년 정도 이다. 여기서는 법 관련 과목은 물론 수사, 감식, 교통, 경비, 외사 등 다양한 실무분야에 대해 교육한다.

    마지막 네 번째가 경찰수사연수원이 있는데, 이곳은 말 그대로 연수과정 중에서도 경찰 수사와 관련된 분야를 담당하는데 짧게는 1주에서 부터 길게는 4주 까지 진행된다.

    그런데 이런 교육 및 연수기관들을 두고 내가 왜 문제가 있다고 했을까? 그것은 이 기관들이 만들어지거나 제대로 기능했던 시기와 현재 운용되고 있는 교육 컨텐츠, 그리고 그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일단 경찰대학은 제외하자. 그곳은 특수한 집단을 위한 곳이고 그들이 가는 길은 보통 경찰들이 가는 길과는 전혀 다르므로 현장 경찰들의 실무 투입과는 일정 정도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가장 핵심적인 기관은 아무래도 순경을 만드는 중앙경찰학교일 것이다. 중앙경찰학교의 현재 교육기간은 8개월이지만 다음 달에 입교하는 기수부터는 1년으로 늘어난다. 반면 내가 교육받았던 2005년에는 6개월이었고 그 이전에는 이보다 더 짧았다. 정규로 선발된 수백 명의 일반 순경 기수가 있는 반면 달랑 3명 정도의 항공특채 기수도 있는 것이다.

    중앙경찰학교

    중앙경찰학교의 모습

    이들이 같은 시기에 5-6개 기수가 같이, 많을 때는 천여 명 정도 동시에 교육받는다. 현재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중인 기수가 278기 쯤 되므로 꽤 오래 전부터 이 학교가 운영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실제 이런 정규 교육이 시작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숫자만으로는 90년대 후반 시작이지만 실제 제대로 된 내용과 형식을 갖춘 때는 2000년대 중반이다.

    그렇다면 일정정도 형식이 갖추어진 2000년대 후반부터는 어느 정도 발전이 있었을까?

    대답은 글쎄!!! 아직은 좀!!!

    문제의 핵심은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서, 본질적으로 경찰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기관이 경찰연수원과 경찰수사연수원인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들 기관에서의 연수라는 것은 자기 업무 분야에 대한 실무적인 업무능력 개선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경찰에는 바로 그 연수라는 것이 문제이다.

    그런 연수가 되기 위해서의 전제는 매우 간단하지만 해당 업무 분야에 적절한 업무능력과 의욕을 가진 자원이 배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해당 업무에 대해 잘 모르거나 별로 의욕이 없는 사람이 그 자리에 와서 배우면서 업무를 하다가 손에 익을 즈음에 다른 곳으로 전환 배치된다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연수가 아니라 다시 재교육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찰에는 연수가 필요한 사람보다는 재교육이 필요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해당 업무에 대해 잘 모르고 의욕도 없는 상태에서 배치되었기에 늘 배우면서 업무를 한다.

    우스개 소리로, 한국의 경찰에는 안 되는 것도 없지만 제대로 되는 것도 없다는 말이 바로 이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일반적으로 도제 시스템의 장점은 안정적으로 선임자의 경험을 후임자에게 전달해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장점은 같은 맥락에서 단점이기도 한데, 만약 선임자의 경험이 타당하기 않거나 적응력이 부족할 경우 물론 퇴보되지는 않겠지만 답답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

    그럼 그 이전에는 어떻게 교육해서 실무에 투입했는가? 정확히 표현하지면 ‘안 했다.’ 즉 그 이전에는 현재와 같은 교육 시스템이 없었다.

    흔히 알듯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사수-부사수’라는 도제 시스템으로, 살인사건 수사관도 됐고 뺑소니사건 수사관도 됐고 교통 경찰관도 됐다. 그러다가 간간히 2-3주짜리 직무연수를 받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업무가 가능했던 것은 인권에 대한 인식도, 전문적인 수사에 대한 인식도 낮았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때문이다.

    올해와 내년을 기점으로 경찰시험제도가 급변할 예정이다. 일단 특채에만 적용되었던 나이 제한 만 40세가 일반 공채에 까지 확대되며, 입시과목도 경찰학개론, 형법, 형사소송법, 국사, 영어 등 5개 필수과목에서, 국사와 영어만이 필수과목으로 남고 나머지 3과목과 함께 고등학교 사회, 국어, 과학, 수학 등 4과목 등 전체 7과목이 선택과목으로 바뀐다.

    이렇게 입시과목을 변경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고졸자에 대한 문호개방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전환에는 사실 좀 더 깊은 의도가 있는데, 인구 감소로 인해 현역 자원으로 (전의경)기동부대 구성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현직 경찰관들로 기동부대를 구성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신임순경들에게 기동부대 의무복무기간을 부여해야 하므로 굳이 대학을 다녀서 나이가 많은 사람들보다는 한 살이라도 젊은 자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전제는 중앙경찰학교 등과 같은 신임 교육기관에서 이전보다 늘어난 기간 동안 법과 같은 분야를 교육한다는 것이다.

    면접을 하면서 왜 경찰이 되려고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국민에 대해 봉사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라는 선택했다.”는 대답이다. 그러면 다시 되묻는다. “그럴 생각이면 경찰이 아니라 사회복지사가 되어야하지 않느냐? 고 하면 순간 당황하면서 앞의 말을 생각 없이 다시 반복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의미는, 이들은 경찰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단지 다른 직업처럼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물론 경찰학이나 범죄학을 대학에서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사실 경찰행정학과 교수들도 자기 학생들에게 경찰이 무엇인지를 말해주지 못한다.

    더 정확하게는 (과도한 표현일지 모르고 실례되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그들도 경찰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것은 공무원으로서의 당연한 기본 마인드이지 경찰만이 고유하게 해야 하는 일은 아닌 것이다.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범죄 수사라는 범주도, 범죄 수사관이 별도로 있는 것이다.

    모든 경찰이 범죄 수사관은 아니며 모든 범죄 수사관이 경찰은 아닌 것이다. 검찰 수사관이나 국정원 수사관도 있는 것이다. 정확한 표현으로서, 경찰은 사법집행관인 것이다. 이 표현은 단순하지만 대단히 많은 것을 내포하는 것이다. <계속>

     

    필자소개
    2000년대 중후반 경찰청 범죄심리수사관(프로파일러)과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프로파일링 부서) 재직했다. 현재는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이며, 국립중앙경찰학교 (수사) 프로파일링 과목 담당 외래교수이다.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진보정치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임상병리사와 사회복지사를 거쳐 프로파일러의 삶을 살아온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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