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 해고자들의 희망 자동차는
    희망의 노래 '꽃다지'에게로
        2013년 06월 07일 07: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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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시민들의 지원을 받아 희망의 자동차를 만드는 프로젝트 H-20000의 완성된 자동차를 기증받는 곳이 ‘희망의 노래 꽃다지’로 결정되었다.  H-20000 기증 대상자 선정위원회에서 그 과정과 사연들을 정리하여 글로 보내왔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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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기증받을 곳 사연공모와 심사과정

    ○ 지난 5월 13일부터 31일까지 자동차를 기증받을 단체나 개인의 사연을 희망지킴이 이메일(hopegardians@gmail.com)로 신청을 받았음.

    ○ 사연공모 자격은 다음과 같았음.

    – 쌍용차 해고자들의 복직,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를 위해서 노력한 단체나 개인

    – 우리 시대의 불의에 대해서 저항하고 차별에 반대해온 단체나 개인

    – 이 자동차를 자랑스럽게 운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단체나 개인

    – 자동차가 필요하나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었던 단체나 개인

    ○ 단체 5곳, 개인 12명이 사연을 보내주어서 총 17편의 사연이 접수되었음.

    ○ 6월 1일부터 5일까지 선정위원들의 엄정한 심사를 통해 자동차를 기증받을 대상자를 결정했음.

    ○ 선정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총 9명으로 구성되었음.

    위원장은 박재동 화백, 위원으로는 김금옥(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김정욱(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 나승구(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박래군(희망지킴이 기획단) 이강택(전 언론노조 위원장) 이도흠(한양대 교수, 민주사회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이태호(참여연대 사무처장) 장주영(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심사결과

    ○ 사연에 응모해주신 분들이나 단체는 모두 자동차가 절실하게 필요하였음. 사정을 들어보면 모두 자동차를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했음. 그렇지만 우리가 준비한 자동차는 1대뿐이었기에 안타까웠음.

    ○ 총점 45점(심사위원 1인당 5점) 중 5위는 이○○(28점) 님(밀양의 송전탑 투쟁을 하는 주민들의 인터뷰를 르포와 단편소설로 소개하고 있고 앞으로 만화와 르포로 투쟁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다는 현직 교사.),

    4위는 경산이주노동자센터(31.5점) 님(경북 경산 지역 공단에서 이주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사업을 하고 있으나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음), 3위는 현○○(31.8점) 님(의료사고로 동생 부부를 잃고 의료분쟁 중으로 가산이 파탄 난 안타까운 일을 겪고 있음), 2위는 칼라TV(34.5점) 님(2008년 촛불시위 때 시민들 성금으로 구입한 승합차가 거의 폐차 직전, 전국의 투쟁현장을 다니면서 취재하기 위해서는 꼭 차가 필요함)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음. 송전탑 건설 반대투쟁을 하는 밀양주민대책위원회도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기증할 차종이 코란도 밴이라는 점이 감안되어 순위에서 밀렸음.

    쌍용차 해고자들과 완성된 희망의 자동차(사진=김인성님 페이스북)

    쌍용차 해고자들과 완성된 희망의 자동차(사진=김인종님 페이스북)

    ○ 세상에 한 대 뿐인 자동차를 기증받을 곳으로 선정된 ‘희망의 노래 꽃다지’(38.3점)는 22년째 노동현장을 찾아가면서 노래로 연대한다는 점, 꽃다지의 재정상황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노동현장에서 MR이 아닌 직접 연주를 하고 싶다고 한 점, 비정규직 투쟁에 소극적인 노조가 차를 기증하겠다고 했음에도 이를 거부한 점 등이 선정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음.(자세한 사연은 첨부함)

    ○ 이로써 ‘H-20000 프로젝트’ 자동차를 기증받을 대상자로 22년 간 노동현장을 찾아가 노래로 연대해온 ‘희망의 노래 꽃다지’가 선정되었음.

    ○ 선정위원회는 꽃다지가 이 자동차가 만들어진 과정을 어느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전국을 돌면서 쌍용차 문제를 알리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의 의지를 노래로 연대해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 이에 가장 이 차를 운행하기에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하였음. 아울러 꽃다지가 그동안 노동문화운동에 기여해왔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하고 이를 시민들이 지지, 격려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음.

    ○ 오늘 선정된 꽃다지에게 모터쇼-문화제에 자동차 키를 전달하게 되며, 다음주초 모든 서류를 구비하여 소유권을 꽃다지에게 넘기게 됨.

    ○ 다만 선정위원회는 아직 이 자동차의 이름을 정하지 못한 상태임. 오늘 모터쇼-문화제 과정을 통해 자동차의 이름을 정할 수 있기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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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 ‘희망의 노래 꽃다지’의 사연

    H-20000프로젝트 자동차를 받고 싶습니다.

    노래하는 꽃다지입니다.

    인간이 인간으로 아름다운 세상, 사람답게 사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꿈을 놓지 않고 노래한 세월이 벌써 22년째입니다. 따뜻한 공간보다는 주로 길거리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해온 세월입니다.

    22년간 노래하며 좌절하고 포기하려 한 적도 있었습니다. 더 좋은 노래로 소통하면서 우리 싸움에 함께 하자고 설득하고 싶은데 귀기울여주지 않는 것 같아 좌절했던 순간, 싸우고 싸워도 만날 지기만 하는 우리 싸움에 대한 좌절과 무기력감에 빠져 허우적대던 순간, 우리의 노래가 진정 힘이 되는지 의구심 들었던 순간이 있었지요. 포기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나 고민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꽃다지는 길거리에서 노래합니다.

    우리가 노동자들에게 노래로 준 힘보다 한뎃잠 자며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받은 위로가 더 큰 세월인데 그 위로를 뒤로 하고 노래할 수 있는 더 좋은 곳이나 방법이 있을리 만무했던 거지요. 길거리에서 싸우던 노동자들이 모두 일터로 돌아가는 그 날, 그래서 노동자를 만날 길거리가 없는 그날까지는 노래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꽃다지에는 현장에 공연가기 위해 필요한 공연차량이 없습니다.

    공연차량이 없다고 하면 ‘그 유명한 꽃다지에게 차가 없을 리가…….’라면서 믿지 않는 분들이 있지만 없는 게 사실입니다.

    추석을 며칠 앞둔 2005년 어느 가을 날, 차량 할부금과 유지비 감당은커녕 30여만 원의 활동비조차 가져가기 힘든 재정 상황임에도 차만은 갖고 있어야 한다고 버티고 버티다 차를 팔수밖에 없었습니다. ‘꽃별이’라는 애칭을 붙일 정도로 애지중지하던 꽃다지의 승합차를 팔고 오던 날, 이런 재정형편이면 앞으로 얼마나 더 꽃다지라는 팀을 유지할 수 있을까 좌절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아직은 젊으니까 버스 타고 기차 타고 다니면 되지. 그리고 더 알뜰하게 재정 운영해서 돈 모아 다시 사자. 미안하다 꽃별이.’

    그때는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하면 다시 차량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희망사항에 불과했나봅니다. 다행히 나아지지 않는 재정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꽃다지는 노동자가 싸우는 현장에서 노래하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새로 차를 살만한 돈을 모으지 못했습니다.

    좀 더 소통하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 옛날처럼 MR에 맞춰 노래하지 않고 기타치고 피아니카와 플롯을 불면서 노래하는 요즘, 공연차량의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지만 차를 사는 건 엄두도 못 낼 형편입니다.

    사실은 몇 년 전에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분이 어느 노동조합을 연결하여 차량을 기증하거나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게 주선하겠다는 제안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순간 그 제안을 덥석 잡을까 흔들린 적이 있습니다만 그 노조에서 차를 받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비정규직 싸움에 더 적극적으로 싸워야한다고 생각했는데 꽃다지가 보기엔 너무 미온적으로 연대하고 있다는 분노와 실망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없는 형편에 별 걸 다 따진다는 지청구를 듣기도 했습니다만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쌍차 해고노동자들이 만든 자동차라면 기꺼이 자랑스럽게 탈 수 있을 겁니다.

    그 차를 타고 가서 ‘이 차는 보통차가 아니에요. 2만 개의 마음을 모아서 쌍차 해고노동자들이 직접 만든 차량이에요.’ 라고 자랑도 하고 싶습니다.

    이 신청서를 쓰는 순간까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우리보다 더 유익한 일을 하는 곳, 더 가난한 곳이 많을 텐데 우리가 신청해도 되는 걸까? 욕심이 아닐까? 많이 망설였지만 양손에 악기 들고 사무실을 나서는 꽃다지 가수들의 뒷모습을 상기하며 염치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신청해봅니다.

    꽃다지에게 쌍차 해고노동자들이 구슬땀 흘려가며 만든 차가 주어진다면 그 차는 전국방방곡곡 길거리에서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꿈과 용기를 나누는 ‘노래의 꿈’을 전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것입니다. 아직은 세상에 유용한 쓰임새가 있는 노래를 더 부르고 싶은 꽃다지에게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차를 타고 노래하는 상상만으로도 이 글을 쓰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쌍차 해고노동자들과 H-20000프로젝트에 참여한 여러분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신청자 : 희망의노래 꽃다지 대표 민정연) 

    꽃다지 여름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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