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형의 군대 시절과 사업
    [어머니 이야기-13] 군대갔을 때와 공장할 때의 큰 아들의 뒷바라지
        2013년 06월 07일 10: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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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형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군대에 들어갔다. 어머니는 큰아들이 군대에 들어간다고 무척 마음이 아팠다. “니 형, 영장이 나와 신체검사 받으러 대구에 갔지. 혼자 간다는 것을 내가 따라 나섰어. 대구 큰집에 갔는데 잘 때가 없는 거야. 좀 섭섭했지. 우린 어느 허름한 여관에 들어가서 잠을 자고 신체검사를 받고 바로 서울에 올라왔지. 그리군 대구 큰집엔 안 갔어.”

    큰형은 군대 가기 앞서 집에서 머리를 빡빡 깎았다. 어머니는 그 뒷모습을 보고 슬펐다. 남들 다 가는 군대이지만 당신 첫아들이 군대에 가니 어찌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

    큰형은 용산에 있는 육군본부에 발령이 되었다. 어머니가 아들을 만나러 면회를 갔더니 그곳에 있는 사람이 안 된다고 했다. “아니, 엄마는 새벽밥 먹고 아들 보려고 왔는데 어쩌나~” 하고 바닥에 푹 앉아서 하소연을 하니 부대에 있는 사람이 그럼 몰래 뒷골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어머니는 아들 얼굴만 살짝 보고 돌아와야 했다. “엄마, 걱정하지 마. 나 좋은 데 있어.” 아들 말만 믿고 발길을 돌렸다. 큰형은 그 부대에 들어가서 무슨 시험을 봐서 1등을 했다.

    그래도 부대 상관은 큰형 키가 작다고 못마땅해 했다. “야, 은종하 너는 안 돼. 니가 무슨 서무계 일을 본다고 해. 키가 도토리만 해서. 너는 안 돼.” “저, 한 번 해 보겠습니다. 잘 할 수 있습니다.” 큰형은 상관에게 거듭 잘 할 수 있다고 다짐을 주었다.

    큰형은 육군본부 서무계에서 군복무를 시작했다. 그곳엔 장성급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키도 크고 학벌도 좋아야 했다. 큰형 키는 170센티가 안 되고 고등학교를 겨우 마쳤으니 자격이 안 되었다. 하지만 큰형은 얼굴이 잘 생겼고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내일 아침 6시까지 돈 좀 가지고 와요. 내가 차를 몰다가 접촉 사고가 났어요. 사람은 다치지 않았는데 차 수리비가 있어야 해. 그 돈이 없으면 사병 월급도 못 주고 나 영창 가게 생겼어.”

    어머니는 부랴부랴 돈을 마련해서 아침 일찍 택시를 타고 나섰다. 어머니는 당신 돈으로는 평생 택시를 타본 적이 없는데 군대 간 아들이 감옥에 간다니 열 일 제쳐 놓고 택시를 탔다. “아저씨, 아저씨 빨리 좀 가요. 6시까지 내 아들에게 돈을 주어야 해요.” “아니 아주머니, 바퀴가 굴러 가야지 가지. 이게 무슨 비행기예요. 날아서 가게. 지금 빨리 가고 있어요.”

    어머니는 겨우 시간 안에 용산 육군본부에 도착했고 아들을 보고 철망 사이로 돈을 돌돌 말아서 주었다. “니 형은 돈을 받더니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갔어. 내 마음이 무척 아팠지. 니 형도 마음이 아팠을 거야. 군대까지 가서 엄마한테 돈을 달라고 하니.”

    군부대의 전경

    어느 군 부대의 전경

    큰형은 군대 있는 때 자주 어머니에게 손을 벌렸다. 어머니가 큰형 제대하고 그동안 준 돈을 세어 보니 260만 원이 넘었다. 지금 돈으로 2,000만 원은 될 거라 했다. “그래도 난 그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어. 그래도 니 형이 군대를 무사히 마쳤으니까 얼마나 다행이냐.”

    부대에선 가끔 차로 속옷을 가지고 왔다. 어머니는 남자들 팬티와 러닝 수 십 벌을 삶고 빨아서 널었다. 그 모습을 본 옆집에 사는 문숙이 아주머니가 말했다. “어, 그 집에 큰아들이 왔는가 보네.”하면서 웃는 얼굴을 했다.

    그렇게 속옷을 빨아서 부대에 가지고 갔지만 속옷 검사를 하는 날이면 고참, 동기, 신참들까지 다 뺏어 입고 정작 큰형은 입을 옷이 없었다. 그렇게 큰형은 부대에서 마음씨 좋은 사람이었다. 물론 어머니가 그 뒷시중을 다 들었지만.

    큰형은 자대 배치를 받자마자 맹장수술을 했다. 그런데 배를 째고 보니 맹장이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안 상관이 호통을 쳤고 다시 살을 더 째서야 맹장을 찾았다. 어머니는 마음이 무척 아팠다. 아들 몸에 두 번이나 칼질을 했으니.

    그 날 수술현장에 있던 부대 상관이 말했다. “어머니 너무 걱정 마세요. 그래도 종하는 잘 있는 거예요. 내 아들은 지금 최전방에 가 있어요.” 어머니는 큰아들이 효자라고 했다. “만일 집에서 수술을 했으면 그 비용이 다 들어갔을 텐데, 부대에서 아파서 돈 한 푼 들이지 않았지.”

    큰형은 그렇게 군대를 마쳤다. 대학도 못 들어갔지 먹고살 길이 막막했다.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나 플라스틱 공장을 해 볼래요!” “그거 쉽지 않을 텐데, 할 수 있겠니.”

    큰형은 군대에서 입던 옷 한 벌과 예비군복 한 벌만 달랑 들고 집을 나왔다. 한성화학이란 공장에 몰래 들어갔다. “얘야, 넌 나를 모르는 척 해야 한다.” 아버지는 은성철물이라는 작은아버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한성화학에서 물건을 받고 있었다.

    큰형은 오갈 데 없는 사람인 척 하면서 공장에 들어가 일을 배웠다. 잠도 그곳 공장 기숙사에서 잤다. 플라스틱 가루가 밤에도 날려서 코로 입으로 마구 들어왔다.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래도 꾹 참고 일을 했다. 월급을 타면 그곳에서 일하는 경리 아가씨를 꼬여서 배합실 일을 배웠다. 재료를 어떻게 섞어야 물건이 나오는지 책을 보면서 익혔다. 그렇게 여섯 달을 일을 하고 고려파이프라는 공장으로 일터를 옮겼다.

    하루는 공장장이 어떤 통 속에 재료를 붇지 말라고 했는데 큰형은 모르고 넣었다. 큰형 보다 한 살 많은 공장장은 큰 돌멩이를 들어서 던졌다. 큰형이 살짝 피해서 맞진 안았다. 싸움이 났다. 큰형 주먹도 매서웠지만 이기려하진 않았다. “형, 나 사실은 이 공장에서 오래 있지 않아요. 여기서 일을 배워서 내가 공장을 차리려 하니, 그때 나랑 일하자.” 큰형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곳에서도 여섯 달을 일했다.

    큰형은 어머니 아버지가 사는 집 지하실에 공장을 차렸다. 어머니는 점을 보는 철학관에 물었다. “큰아들에게 350만 원을 밀어 주세요. 그러면 차차 사업이 잘 될 거예요.” 어머니는 그 말을 듣고 300만 원을 그냥 주고 40만 원을 주면서 그 돈 이자를 내라고 했다.

    큰형은 한 달도 밀리지 않고 이자를 꼬박꼬박 냈다. 일을 하려고 헌 기계를 사러 둘째형과 어머니가 돌아다녔다. 헌 기계를 사는 계약서를 썼다. 둘째형은 그 때 법대를 다니고 있었다. 어찌나 꼼꼼하게 계약서를 쓰던지 기계 파는 사람이 혀를 내둘렀다. “내가 이 장사를 30년을 넘게 하는데 이렇게 세밀하게 계약서를 쓰는 사람은 처음 보네.”

    헌 기계를 사서 일을 시작했다. 전에 있던 고려파이프 공장장도 함께 했다. 그는 한 달쯤 일하더니 스스로 나갔다. 헌 기계여서 자꾸 망가졌다. 공장장이 나가고 새 기계를 샀다. 그때부턴 일이 잘 되었다. 큰형은 돈을 벌었다.

    어느 날은 서둘러서 기계부품을 사러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았다. 그런데 택시가 서 주지 않았다. 옷에 온통 기름칠 범벅이니 태워주지 않았다. 한 번은 은행에 갔다. “그 기름투성이 옷을 입고 밖에 나가니 사람들이 서로 비꼈어. 은행 아가씨가 보더니 이상하게 생각하더래. 돈은 많이 가지고 오는데 무슨 심부름하는 사람 같지도 않고 공장장도 아니라고 하고. 사장이라고 하니 놀랐대.”

    큰형은 혼자서 공장 도배를 하고 두 발, 두 팔로 이를 악 물며 일을 했다. 한성화학에서 일하면서 받은 설움을 곱씹으며 일했다. 이 일을 하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는 마음이었다.

    하루는 큰형이 길에 두 다리를 벌리고 퍼져서 앉아 있었다. 어머니는 말했다. “니, 왜 그러고 있니?” “오늘까지 전기세를 내야 하는데 돈이 없어요. 누구라도 동네 어른이 먼저 나오면 빌리려 구요. 내일 어음이 떨어지는데 그 돈으로 갚으면 되요.” 마침 옆집에 사는 지영이 어머니가 나오셔서 선뜻 돈을 빌려 주었다. 어머니는 고맙다고 다음 날 큰형 어음이 떨어져서 돈을 갚고 과자도 사 주었다.

    큰형은 어머니에게 더 이상 손을 벌리지 않고 스스로 힘으로 공장 일을 꾸렸다. 큰형 친한 고등학교 친구들은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고 대학에 들어갔지만 이젠 그들과 어울릴 수 없었다. 아니 그들과 어울리려면 돈을 벌어야 했다.

    2013년 6월 4일 화요일 봄인가 싶은데 어느새 여름이 느껴지는 날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

    필자소개
    서울 명륜동 인문사회과학 책방 풀무질 일꾼. 93년부터 일하고 있다. 두가지 꿈을 꾸며 산다.온 세상 아이들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는 날과 남북이 평화롭게 하나 되는 날을 맞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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