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건, 예산이 아니라 관심"
[창원 자영업 실태조사기-4〕현장의 소리는 역시 비싼 임대료와 원재료 폭등
    2013년 06월 05일 10: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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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두툼한 설문지 봉투를 들고 일일이 상가를 찾아다닌 다는 것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찌하여 하루는 24시간밖에 허용되지 않는 것인지.

여러 명의 보좌관과 비서관에 차량까지 제공되는 국회의원에 비교하면 도의원은 실로 보잘 것 없는 존재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이 말은 뒤집어 보면 아무것도 안할라치면 이보다 더 한가하고 편한 존재도 없다는 말이렷다.

내가 어느 스포츠용품 판매점을 들렀을 때 그 가게의 사장은 내게 이리 물었다.

“아니 와 의원님이 이런 걸 직접 들고 다니면서 이러시는교. 아랫사람 안 시키시고.”

물론 그 자영업자는 고생한다는 격려의 말을 에둘러 표현했던 것이리라.

“제가 아랫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전부 윗사람뿐이죠. 하하.”

한겨울에 설문지를 들고 나선 이유

아무튼 한겨울을 택한 것은 그래도 그때가 나름 가장 한가한 때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마저도 홍준표 지사가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지만.

창원시가 펴낸 <사업체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가 조사한 지역에는 대략 5000개의 자영업체가 있는데 우리는 그중에서 60% 정도에 해당하는 3000개 정도의 생계형 자영업만을 표본으로 하여 조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중에 약 1500개 정도의 자영업체를 직접 방문하여 설문지를 돌리고 800여개를 수거하여 다시 그중에 744개를 최종 유효자료로 확정하여 분석을 실시하였다.

그리하여 5월 초입에 마침내 실태조사를 시작한지 8개월여 만에 <2013년 창원지역 자영업실태조사보고서>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5월 21일 ‘사단법인 경남고용포럼’과 함께 경남도의회 3층 대강당에서 <창원지역 자영업 실태와 정책; 사장님 먹고 살만 합니까?>란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사실 <경남고용포럼>(대표 심상완 창원대교수)과 함께 정책토론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심한 것 중에 하나가 누구를 토론자로 초청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전국적으로도 그렇지만 지역에서 자영업 문제를 놓고 고민하거나 연구해본 경험과 성과가 거의 전무했던 것이다.

물론 내가 발제토론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해 얘기했을 때 토론자로 초청된 소상공인진흥원 신용성 전문위원께서 무척 섭섭한 듯이 초두발언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었다.

“내가 창업하기 전에 소상공인진흥원에서 하는 교육에 가봤어요. 그런데 이거 아주 형식적이라. 그리고 뭐라 하는 게 아니라, 하지 말라는 거야. 다 망한다고. 그게 뭐냐고.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교육받으러 온 사람한테. 그러고 강사 중에 대부분이 프랜차이즈에서 나온 거 같더라고. 뭔 프랜차이즈 선전하는 것도 아니고.”

토론회가 있기 며칠 전 상남동상업지역의 한 상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일반화의 오류’란 반론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실제상황인 것이다.

대책에 앞서 현장조사나 연구가 거의 전무하다는 게 더 문제

소상공인진흥원이 그래도 가장 노력도 많이 하고 있고 성과도 많이 내고 있다는 것은 우리도 실태조사를 하면서 충분히 느낀 바다. 조사결과에서도 나오듯이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정책지원사업의 55%가 소상공인진흥원이 주관하는 것이었다.

일을 많이 하는 만큼 욕도 많이 먹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지만, 그러나 한편 너무 주관적인 업무성과에 매몰돼 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근거해 이른바 수요자의 니즈를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반성도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성기 경남대교수의 고백과 제언은 매우 의미 있는 것이었다. 지정토론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영업이라고 하는 것이 학계에서 연구대상이 거의 안 됐습니다. 기업가 연구, 노동자 연구, 아니면 농민들 연구 조금 하는 정도, 자영업이라고 하는 것은 연구대상, 교과서에도 안 나옵니다. 거의 안 나옵니다……. 여영국 의원님 조사한 것, 크게 한 건 하셨습니다. 학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감사하고,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대단히 감사하고, 그 노고에 대해서 위로를 드리고 싶습니다. 국책연구비, 정책연구비, 국비 많이 쓸 수 있는 국회의원도 누구도 제대로 할 엄두를 안 내고 그랬던 것을, 아까 말씀하시기를 사비까지 들여가면서 하셨다고 그랬는데, 대단히 노고가 많으셨고, 이런 것을 대상으로 연구했다는 그 자체, 실제로 연구했다는 자체만 갖고도 생활정치의 모범을 보이셨다, 이렇게 충분히 평가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토론회 속기록)

가장 힘든 것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표본으로 삼을 만한 어떤 것이 없었다는 것. 그래도 소상공인진흥원이 펴낸 <2010년 소상공인실태조사보고서>가 매우 유용한 지침을 주었다. 우리지역 자영업 실태와 전국기준을 비교하기 위해 우리는 이 보고서의 내용과 형식을 상당부분 채용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토론회에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김군수 박사를 발제토론자로 초빙한 것은 큰 성과였다. 앞서 말했듯이 자영업실태에 대한 조사나 연구가 거의 전무한 현실에서 김군수 박사와 같은 실천적 연구자를 찾아낸 것은 ‘경남고용포럼’ 간사 신영규 교수의 공이 컸다. 이 지면을 빌어 감사드린다.

자영업 실태 조사 토론회의 발제자 토론자들

자영업 실태 조사 토론회의 발제자 토론자들(사진=여영국 경남도의원)

남 따라 하다 다 죽는 구조가 된 유사상권들

자영업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면서 느낀 것이지만, 아무런 특색도 없고 차이도 없는 비슷비슷한 점포들이 줄지어 들어선 곳이 상남동상업지역이다. 그 상남동상업지역이 대방동에도 있고 용호동에도 있고 중앙동에도 있고 명서동에도 있다. 이것은 실로 심각한 문제였다.

서유석 창원대 교수는 여기에 대해 “다 함께 죽는 구조”라고 했는데 그의 말은 진실이었다. 사실 상남동에 가보면 누구나 알겠지만 모든 건물들이 구조가 똑같다. 1층은 식당, 2층은 술집, 그리고 그 위는 노래방이다. 맨 위 스카이라운지는 분위기 있는 술집을 넣고 그 사이는 모텔이다.

이 불경기에 1층 식당이 장사가 안 되면 그 건물에 들어선 술집, 노래방, 모텔 등은 모두 함께 죽는 것이다(여기서 예외가 있는데 모텔만은 그럼에도 장사가—어떤 면에선 더—잘 된다고 하니 이에 대해선 따로 연구가 필요하겠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여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상남동을 개발할 당시에 건축주들과 부동산업자들이 건물을 지어 조기에 분양할 목적으로 그렇게 한 거죠. 식당 자리를 찾는 창업자에겐 위에 술집이 있으니 장사가 잘 될 거라 말하고, 술집을 찾는 창업자에겐 식당이 있어 장사가 잘 될 거라고 합니다. 노래방과 모텔도 같은 논리로 팔아먹는 거죠. 어떻게 서로 짠 것도 아닌데 상남동 전체가 그렇게 가더라고요. 보세요. 전부 똑같잖아요.”

여기엔 창원시 행정도 일조를 했다. 땅장사 소리를 들으면서도 행정이 한 것은 한 치의 공간도 없이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로 상남동상업지역을 채우는 것이었다. 결과는 턱없이 모자란 주차장. 이제 심각한 주차문제가 거꾸로 상권의 발목을 잡는 존재가 되었다.

공동개발과 개별개발의 조화는 불가능한가

“주차가 제일 불편합니다. 지하주차장이 있지만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거기는 가보면 이미 24시간 가득 차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들어갔다가 잘못하면 나올 수도 없습니다. 아줌마들 우회전하러 들어갔다가……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느냐! 시에서 그것은 기본적으로 계획을 잘못했죠. 왜냐하면 선진국으로 가게 되면 개발은 공동으로 합니다. 그 대신 각 필지에 건물들은 개별적으로 서죠. 공동개발과 개별개발을 병행하는 겁니다. 예컨대 상남상업지역을 전부 다 파서 지하 2층 정도는 주차장으로 만들고, 지하 1층은 예를 들어서 통행통로나, 지하도로 돌아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지상권만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면 정말 거기는 좋았겠죠.” (토론회 속기록, 서유석 창원대 교수)

자영업 문제는 노동시장과의 관련성, 일자리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도시계획까지 그 범주가 너무나 광대해서 세 시간의 토론으로 무언가를 찾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질의응답 시간에 중소기업청에서 근무한다는 조근식 씨는 이렇게 질문했다.

“발제나 토론이 제가 볼 때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자는 데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좋은 자리인데 도나 시에서 관계 공무원들도 같이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도 안 보이시는 것 같네요. 직접 조사도 하시고 이런 자리까지 만드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저희들도 그런 점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어떤 방안들을 가지고 할 수 있는지, 예를 들면 그런 안이라도 제시를 해 주시면 같이 고민할 수 있지 않습니까?” (토론회 속기록)

뼈아픈 지적이었다. 또 나로서는 매우 고마운 지적이기도 했다. 나는 애초에 자영업 실태조사를 경남도와 함께 하기를 원했다. 일을 기획할 당시 주무과장에게 제안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올해는 예산이 없어서 어렵습니다. 내년에 한번 보입시다.”

그러나 그 주무과장은 홍준표 지사가 부임하고 난 뒤에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 떠났다. 일이란 게 결국 사람이 하는 건데 다시 마음 맞추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아래는 내가 토론회 마지막 순서로 했던 말 중의 일부다. 좀 길지만 속기록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예산이 없다고? 관심이 없는 것일 테지!

“오늘 토론회 관련해서 아까 중소기업청에 우리 조근식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뭔가 정책입안담당자들이 함께 이 상황을 공유하고 문제의식을 가져야 되는데 이 자리에 아무도 없습니다. 오늘 이 토론회 가지고 맨 처음에 제가 접촉한 데가 경남발전연구원입니다.

경남발전연구원에 여러 박사님들하고 함께 자리를 하면서 이런 조사를 했는데 어떻게, 고민을 좀 함께 하자 말씀을 드리니까 굉장히 좀 의아하게 받아들이는 거죠. 지금까지 경남발전연구원이 이 문제를 들여다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솔직하게 고백을 합디다.

없고, 경상남도에서 주로 주어지는 과제, 이것 해라, 저것 해라 하면 그 과제만 하는데 경상남도는 더더욱 더 관심이 없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현실이 그런 것 탓해 봐야 뭐 하겠습니까? 당시에.

그러면 이후에라도 관심을 갖자 해서 제가 직접 (실태조사)보고서를 하나 들고 도를 찾아갔습니다. 이 토론회 날짜가 잡히고 나서. 관련 과장하고 주무계장을 만나서 오늘 이 토론회를 하니까 꼭 좀 참석하셔서 내용공유를 하고 이후에 행정에서 보다 책임성 있게 이 문제를 좀 다뤄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도만 오지 말고 적어도 시·군에 이런 민생경제를 담당하는, 또 소상공인문제를 담당하는 그런 담당자들은 꼭 올 수 있도록 협조공문을 보내 달라, 그래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했는데, 보냈는지 안 보냈는지 그것은 확인을 못했고요. 그런 점에서 오늘 도나 시의 관계자들이 오셔서 쭉 내용을 함께 공유하고 했으면 좋았겠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토론회 속기록)

현장의 소리는 역시 비싼 임대료와 원재료 폭등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누구보다 사실적이고 현장감 있는 이야기로 공감을 자아낸 토론자는 김정근 한국외식업중앙회 창원지부장이었다. 이분이 말씀하신 내용의 상당부분은 내가 1~3회에 걸쳐 쓴 이 기획연재물의 내용 속에 들어있다.

역시 문제는 비싼 임대료와 원재료 가격 폭등,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어떤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김 지부장의 주장 중에는 다소 조직이기적인 요소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가 자영업협회의 대표라는 신분적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기회가 주어지고 허락이 된다면 그의 발표문(속기록)을 따로 기고하고 싶을 정도로 그의 고민은 깊었다. 아무튼 이날 토론회는 삼빡한 결론은 내지 못했지만 하나의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선 나름대로 큰 성과라 자평한다. 노동문제와 독점적 이윤구조에 근본적 문제해결의 열쇠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도 성과였다.

토론회 참석자들의 모습(사진=여영국 경남도의원)

토론회 참석자들의 모습(사진=여영국 경남도의원)

하지만 나는 오늘도 경남도의회를 벗어나 진주로 다시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사람 살리는 일보다는 사람 죽이지 못하도록 하는 일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실로 한심하다. 도대체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사람 살리는 일 좀 하자!

4회에 걸쳐 긴 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곧 편찬하게 될 <2013 창원지역 자영업실태조사 종합보고서>와 올 늦가을께나 나오게 될 자영업 탐방기 <굿바이 개미지옥>에서 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네팔에서 새벽에 도착해 피곤한 몸으로 토론을 이끌어주신 허정도 박사님의 마지막 말씀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친다.

“예, 감사합니다. 오늘 발표 중에 숙박업과 음식점을 합한 숫자 1만7,500개인가 이렇게 발표하셨는데 기억나십니까? 그런데 대부분 숙박업은 몇 개 안 되기 때문에 우리 통합창원시의 음식점 숫자가 1만6,000∼1만7,000개 되는 겁니다.

이것은 인구 대략 70명당 식당이 1개로써 실제 갓 태어난 아기부터 저 북면에, 마산 진동면 끝에 사는 할아버지·할머니까지 모두 다 집에서 밥을 먹지 않고 식당에 다 가도 하루에 70그릇밖에 못 파는 겁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구조적으로 아무리 호경기가 되어도, 아무리 좋은 음식점을 만들어도 모두 다 장사가 잘 될 수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그런 점에서 실질적인 통계를 시민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음식점을 비롯한 자영업은 더 이상 먹고 살 수 있는 대책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 공개해 줄 필요가 있어요. 개인은 그 사실을 모르거든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까지, 우리 사회가 정말 개방된 담론이 오늘 이 토론회를 통해서 널리 좀 공유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3시간 동안 아주 진지한 토론이었는데 끝까지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발표하신 분, 토론하신 분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면서 이것으로 모든 순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필자소개
경상남도 의원(진보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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