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물러야 만날 수 있는
    고대왕국의 사람들
    [서윤미의 착한 여행]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 '박타푸르'
        2013년 06월 04일 01: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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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틀 부다’의 배경이기도 했던 ‘박타푸르(Bhaktapur)’는 카트만두, 파탄과 함께 고대 말라왕조 때 3대 왕국을 이루었던 곳으로 카트만두에서 남동쪽으로 16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17세기 찬란했던 고대왕국의 정취가 마을 곳곳에 남아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낮 시간에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이고, 나 또한 두 세번 방문했지만 밤에 머물러 본 적은 없었다. 박타푸르는 밤과 새벽시간에 머물러야 진정한 박타푸르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박타푸르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우연히 네팔을 사랑하는 여행사진작가님으로부터 한국 분들과 전문트레킹을 오랫동안 해 오신 네팔여행가이드이신 ’니마‘라는 분을 소개 받아 집에 초대받게 되었다.

    내전 기간 동안 일본에서도 오랫동안 일을 하셨던 셰르파족이신 니마씨와 박타푸르에서 나고 자라셨다는 머거르족 부인 라제소리씨께선 두 분 다 한국 산악인분들과 오랫동안 일을 해 오셔서 한국어가 유창하셨고 이제 네팔에 온지 반년이 채 안된 나에게 박타푸르에 대해, 또 두 분의 연애이야기, 민족에 대한 이야기 등을 들려주셨다.

    불교를 믿는 세르파족인 니마씨와 힌두교를 믿는 머거르족인 라제소리씨가 들려주는 다양한 민족, 다양한 종교 이야기는 새로웠다.

    저녁으로 네팔 주식인 ‘달밧’ 도 니마씨께서 정성스레 만들어주셔서 원래 부인분께 잘하시냐고 여쭈니 세르파족은 원래 여성들에게 잘한다며 호탕하게 웃으신다.

    얼마 전 뉴스에 중국 관광객들의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해외에서 보이는 좋지 않은 행동 때문에 국가 이미지가 나빠진다며 관광법을 좀 더 수정해서 보완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6년 전 한국의 모습이다.

    2007년 한국의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어글리 코리안’ 이란 단어가 신문에 나오기 시작했고 2008년 국무총리 산하 국가이미지 관리위원회에선 ‘여행자의 윤리강령’을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네팔은 중국과 인도 사이에 끼어 강대국들의 투자와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라이다. 최근 여행자 거리인 타멜에는 하루가 다르게 중국 간판이 늘어나고 있다. 빈 건물은 점점 중국인들이 사들이기 시작했고 니마씨 말로는 파시미나나 야살쿰바(동충하초) 등 네팔의 주요생산품인 것들을 사들이고 가짜를 만들어 다시 네팔에 보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얼마 전 뉴스에선 중국이 네팔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며 인도에 대한 네팔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되어 다행이란 기사가 다루어졌다.

    씁쓸함을 머금은 채 밤이 어두워져 예약해둔 게스트하우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두움이 깊게 깔린 박타푸르 위로 보름달이 고대왕국을 비춘다.

    어스름히 보이는 곳곳에서 어르신들의 삶의 소리가 느껴지는 전통음악 소리와 청년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관광객이 빠져나간 저녁, 집에서 나온 주민들은 밝은 달 아래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박타푸르의 새벽

    박타푸르의 새벽

    게스트하우스가 박타푸르에서 가장 높은 30m의 5층탑으로 지어진 ‘나타폴라(Nyatapole Temple)’ 옆에 위치해 있어 밤에 웅장하게 서있는 나타폴라를 감상할 수 있었다. 달빛에 비춰진 나타폴라의 모습에 반해 방에 들어가서도 연신 커텐을 젖히고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이른 새벽 4시부터 기도를 드리는 주민들의 종소리에 잠을 깼다. 밝아올 때쯤 광장에 나가 그냥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침식사거리로 야채를 파는 사람들, 신전에서 기도를 드리고 티카를 받는 사람들, 옹기종기 모여 신문을 읽는 사람들, 물을 긷고 가게 문을 여는 사람들.. 삶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가만히 앉았다 다시 일어나 발걸음을 발 닿는 대로 옮겼다. 그러다 또 앉았다를 반복했다. 골목 골목이 나올 때 마다 그냥 들어가니 어쨌든 다시 길로 이어지고 내가 떠난 자리로 돌아왔다.

    찬데소리라는 절 앞에는 닭부터 신께 바칠 음식을 든 마을주민들이 30여명 줄을 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이 절이 특별히 유명한 절일까? 하는 궁금증만 가득안고 돌아오니 그날이 부처님의 탄신일을 기리는 축제 ’부다 자얀티(Buddha Jayanti)’ 날이란다. 골목 골목 풍악을 울리고 긴행렬이 마을을 돌며 탄신일을 기념한다.

    머물러야 보이는 풍경이다.

    필자소개
    구로에서 지역복지활동으로 시작하여 사회적기업 착한여행을 공동창업하였다. 이주민과 아동노동 이슈에 관심이 많고 인권감수성을 키우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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