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에 작업복이 없잖아예..."
    [창원 자영업 실태조사기-3]부부가 하루 열두시간 일해도 소득은 최저임금에 못미쳐
        2013년 05월 29일 12: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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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영국 의원의 창원 자영업자 실태 조사기-2 링크

    우리가 설문지로 “자영업이 전반적으로 경영상의 위기를 겪고 있다면 가장 큰 원인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을 때 역시 가장 많은 응답자(72.3%)가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액 급감”을 들었다.

    이명박 정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면접 인터뷰에 응해준 자영업자들은 그 시기를 2010년으로 꼽았는데 거의 일치했다-경기는 급격하게 위축되었는데 2010년보다 2011년이, 그리고 2011년보다 2012년이 더 좋지 않았다. 2012년에는 매출이 거의 삼분의 일 수준으로 떨어져서 ‘급전직하’라는 말을 실감나게 했다.

    매출 규모를 보면 그 실감이란 것은 더욱 적나라해지는데 한 달 매출이 천만 원이 안 된다는 자영업자가 51%에 달했다. 그 중에서 월 매출이 500만원이 안 된다는 경우는 30%였다.

    실로 믿기지 않는 결과였지만 그래도 이번에 조사한 지역은 창원에서도 사정이 가장 좋은 곳에 속했다. 마산의 어느 아파트단지에서 치킨호프를 운영하고 있는 내가 잘 아는 분은 보통 하루에 7만원 벌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어쩌다가 10만원이 넘어가는 날은 큰 횡재를 한 기분”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입가에선 묘한 슬픈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도 그녀의 가게 좌우로 치킨호프가 두 개나 더 생겼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왜 다들 죽는 장사를 하겠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하긴 나도 뭐 아파트단지가 이 정도 되니까 이 정도 장사는 되겠지 하는 기대로 들어왔으니까. 그렇지만 장사를 해보면 꿈 깨는 거지요. 어떤 날은 온종일 파리만 날리는 날도 많아요. 아니 파리도 손님 없다고 안 온다니까. 하하.”

    그녀는 15년 전에도 장사를 했지만 하루에 십만 원은 너끈히 팔았는데 지금은 십만 원 팔기가 하늘에 별 따기 같다면서 이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그때 돈 십만 원과 지금 돈 십만 원이 같으냐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두들 죽는 소리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한 달 매출이 1억 넘는다는 자영업자도 2% 있었다. 매출과 별도로 월 평균 순이익을 묻는 질문에서도 한 달에 2천만 원 가량 번다는 응답이 비슷한 수치로 나왔다. 그러나 비율적으로 이 수치는 크게 대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못된다. 어디까지나 특수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문제는 월 평균소득이 100만 원도 안 된다는 자영업자들이다. 23%가 그랬다. 29%는 100만원 내지 200만원의 월평균소득을 얻고 있다고 답했다. 두 개의 통계를 병렬시켜보면 51%의 자영업자가 월 평균매출이 천만 원에 미치지 못하고 53%의 자영업자가 200만원 미만의 월 평균소득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1

    2013 창원 자영업 실태와 대책 자료집 중

    우리가 방문한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은 부부가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방금 점심을 먹고 온 국수집도 부부가 함께 일하고 있다. 부인은 국수를 끓이고 남편은 국수를 나르고 빈 그릇을 치우고 탁자를 닦는다. 한 그릇에 4천원이다-거의 매일 쉬지 않고 하루 열두 시간씩 일하는 그들의 임금을 최저임금(올 법정최저임금은 4860원이다)으로 따져도 거기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 그러면 왜 이렇게 장사가 안 되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선 앞에서 답을 내렸다. 경기침체로 매출액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상남동상업지역에서 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는 손○○씨의 부인-이들도 부부가 함께 일하면서 한 명의 시간제 알바를 두고 있다-은 이렇게 말한다.

    “경기가 너무 안 좋아예. 보이소. 홀에 작업복이 없잖아예. 양복 입은 사람들 와봐야 소용없어예. 작업복 부대가 많이 와야지예. 그래야 안정적으로 장사가 되는 기라예.”

    그녀의 말을 뒤집어보면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은 곧 직장인들의 주머니에 돈이 없다는 말이고 이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이다.

    자, 여기서 잠깐 이 글의 1편으로 돌아가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그렇다, 구조조정의 파고에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주머니에 돈이 없으니 소비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며, 직장에서 퇴출된(혹은 퇴직한) 노동자들은 소비자가 아니라 골목사장이 되어 경쟁자로 변신한 것이다.

    어떻든 최소한 내가 실태조사를 한 지역에서 자영업이 힘든 가장 큰 이유는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급감이었으며 작업복 부대(노동자들)가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손○○씨처럼 먹는 장사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우리가 조사한 통계결과에 따르면 모두가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업종은 ‘유흥업’과 ‘의류업’이었다.

    다른 업종들이 평균적으로 전년도에 비해 고객이 줄었다는 응답이 60~70%인데 비해 유흥업은 95%, 의류업은 82%가 고객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더욱이 당장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는 응답이 유흥업은 37%, 의류업은 23%나 됐다. 일반음식업은 13%였다.

    아마도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니까 제일 먼저 이 두 개의 업종이 타격을 받은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소비자들이 불요불급한 소비는 자제한다는 것. 여담이지만 그럼에도 숙박업(모텔)이 경기불황기에 도리어 영업이 잘 된다는 보고는 매우 의외였다.

    그래서 이번 조사에서는 숙박업, 학원업, 병의원, 고급룸살롱 등은 제외하고 생계형 자영업을 위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물론 최근에는 “아무리 어려워도 애 학원은 안 끊는다!”던 신화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추세가 감지되고 있긴 하지만 역시 포함시키지 않았다.

    자, 그런데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서 커다란 의문이 하나 생겼다. 매출액이 이토록 급감하고 소득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23%-부부 둘이서 운영하면 1인당 50만원도 벌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하라!-나 되는데도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솟는다는 것이다.

    내가 이글의 2편에서 35평짜리 1층 매장 임대료(월세)가 850만원 한다는 가게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대체 그 자영업자는 어떤 배짱으로 한 달 월세를 850씩이나 주고 장사를 하겠다는 것일까?

    하지만 오늘 내가 잘 아는 어느 공인중개사와의 대화를 통해 의문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볼 때도 턱없이 비싼 거죠. 그렇지만 그럼에도 왜 들어가느냐? 새 건물이니까 그렇죠. 새 건물이니까 일단 권리금이 없잖아요. 이 동네에서 그 장소에 그 규모에 그 업종으로 장사하려면 적어도 권리금을 1억5천, 2억 줘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임차인 입장에서는 권리금 대신 비싼 임대료 주고 들어간다 생각하는 거죠. 그러고 적당한 기회 봐서 권리금 받고 팔아넘기면 비싼 월세 준 거는 충분히 뽑을 수 있다, 이런 계산이겠죠.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내가 알아듣기 쉽게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여기 상업지구에 1층 매매가가 천오백에서 4천까지 한단 말이에요. 2층은 5백에서 8백, 3층부터는 4백에서 6백, 스카이라운지는 5백에서 6백, 이런 식으로. 임대료는 대충 매매가의 60% 내외 선에서 결정돼요. 그러면 보세요. 제일 비싼 4천짜리라 하더라도 2천4백이죠. 그럼 35평이라 치면 8억4천이죠. 보증금 1억 내면 나머지 7억4천이 월세가 되는 건데, 환산하면 740만원이에요. 850만원이면 비싼 거죠. 게다가 거기는 최고 좋은 자리도 아니고 B급인데. 각지도 아니고.”

    아하, 권리금과 임대료의 물고물리는 생태계가 이제 약간은 이해될 듯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 생태계란 것은 강자의,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갑이 만들어놓은 생태계일 뿐이다.

    실태조사 초기에 해물찜 식당을 운영하는 여사장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생각났다. “내가 장사를 하는데 건물주들이 계를 하는 거예요. 우리 가게에 온 거지. 그렇게 말하는 거야. ‘야, 절대로 임대료는 얼마 이하로 하면 안 된다.’ 뭐 자기들끼리 담합하는 거지. 그 사람들끼리도 서로 정보 공유해요. 권리금 털어먹기 그것도 마찬가지야. 야, 저 집에는 어떻게 해먹었다더라, 그러면 야, 나도 해봐야겠다, 당장 그렇게 되는 거지 뭐. 인간이란 게 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랬다. 자영업 위기의 원인은 경기침체다. 그리고 작업복 부대의 이탈이다. 그러나 “영업활동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자영업자들은 판로(31%)와 더불어 비싼 임대료(2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자영업자들은 1차로 경기침체로 인한 판로의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2차로 쥐꼬리만큼 번 돈을 다시 건물주들에게 비싼 임대료로 상납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엔 권리금마저 강탈당하는 자영업자마저 생긴다. 이것이 오늘날 자영업자들의 운명이다.

    우리가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조사지역의 월평균매출액은 1638만원인데 비해 임대료(월세)는 778만원에 달했다. 평균순이익은 299만원. 매출액을 발생시키기 위한 매출 원가의 절반 이상이 임대료로 나간다는 계산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이므로 개별 자영업자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고액임대료를 내는 자영업자 상위 15%를 뺀 나머지를 평균했더니 월 평균임대료는 133만원이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월평균매출액도 대폭 떨어질 것이므로 효과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아무튼 문제는 버킹검이 아니라 임대료였다. 허나 어쩌랴. 탐욕이 가득한 상식을 뛰어넘는 임대료가 지뢰처럼 버글거리지만 거기 가지 않으면 먹고 살 길이 없다. 그리하여 오늘도 다리가 잘릴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창업자는 도전정신으로 무장한다. 이건 무슨 해병대 정신도 아니고, 실로 참담하다.

    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하자. 우리가 실태조사를 위해 캠프를 상남동상업지역에다 차렸는데, 그 사무실 바로 옆에 우리 팀이 즐겨 모이던 멸치쌉밥집이 있었다. 거기서 멸치회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여독을 풀곤 했었는데, 실태조사가 진행되던 중에 그 집이 사라졌다.

    어느 날 문득 보았더니 멸치횟집은 사라지고 국수집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그 집도 두 달을 버티지 못하고 가게를 내놓았다는데 잘 안 나가는 모양이다. 하긴 이런 일쯤이야 병가지상사가 아니고 상가지상사다.

    창원 자영업 실태조사 포럼에서 발언하는 여영국 의원

    창원 자영업 실태조사 포럼에서 발언하는 여영국 의원

    <추신> 오늘 3회로 이야기를 끝내려 했으나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 글의 편성도 영 어설프다. 준비 없이 쓴 탓이다. 여하튼,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하기로 한다.

    사실 이 글도 진주의료원 사태 등 숨가쁜 도의회 일정에 잠시 짬을 내 쓸 수 있었던 글이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자영업실태조사 종합보고서도 만들어야 하고, 그걸 토대로 의정보고회도 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를 대중화하기 위해 르뽀 형식의 책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한회만 더 쓰기로 한다. 3회에 걸쳐 쓴 글에 대한 종합이라고 해도 좋고, 후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엊그제 5월 21일, 사단법인 경남고용포럼과 함께 경남도의회 대강당에서 <실태조사 보고 및 정책토론회>를 열었는데 그 이야기다. 아무쪼록 마지막까지 많은 관심을 바란다. 무엇보다 자영업자들에 대한 한없는 격려와 위로가 필요하다.

    자영업자들은 노동자들의 다른 얼굴이다. 그리고 실제 그들은 스스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 다름 아니었다.

    필자소개
    경상남도 의원(진보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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