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우리 모두가 공범자
자급율 3% 서울 위해 지방 희생
지역간 전력 불균형, 높아지는 전력소비량이 밀양765kV 송전탑 사태 초래
    2013년 05월 28일 10: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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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이어서 한전측의 전력대란 대국민 사기극과 공급자 중심의 전력수급계획에 대한 문제점을 29일 오후에 이어 게재할 예정이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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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765kV 송전탑 문제는 비단 밀양 주민들만의 것이 아니다. 모두가 밀양 주민들처럼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대다수 도시민들이 이 사태의 공범자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저 멀리 밀양 송전탑 사태에 내가 공범자일 수 있는지는 28일 국회에서 개최된 <밀양 송전탑과 전력 수급, 쟁점과 대안> 긴급토론회의 내용에서 다양하게 제기됐다.

밀양 주민들은 전기도 안 쓰고 사냐?

밀양 765kV 송전선로 건설 문제로 고령의 밀양 주민들이 맨 몸으로 막아내다 하나 둘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밀양 주민들에게 “당신들은 전기 안 쓰고 사냐”며 마치 이들의 저항을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부치기도 한다.

하지만 밀양 주민은 765kV 송전선로로 수송되는 전기는 1원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미 밀양 지역이 있는 경남은 전력생산량이 소비량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밀양 765kV 송전선로를 거쳐 어디로 가는 걸까?

수도권 전력자급률 3% 불과…경남, 경북, 인천 등은 1.6~3배 초과 생산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헌석 에너지정의연대 대표는 2011년도 기준 서울지역의 전력 자급율은 3%라고 밝혔다.

지역별로 생산하는 전력량을 소비량을 나누면 나오는 값으로 서울은 단 3%만 자급하고 나머지 97%는 다른 지역에 빚지고 있다. 대구도 1.3%, 광주 0.5%, 대전 1.7%, 충북 7.7%으로 대부분 전력 자급률이 턱없이 낮다.

반대로 대규모 발전단지가 있는 인천의 자급률은 310.0%로 소비 전력에 비해 3배를 생산하고 있다. 충남도 276.8%, 전남 256.0%, 경남 210.4%이다.

하지만 생산된 전력이 구체적으로 어디서 생산되며 어떤 경로를 통해 어느 지역에서 소비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이헌석 대표는 전력거래소의 ‘전력계통도와 조류방향(345kV 이상)’의 변전소와 송전선의 전력 흐름을 분석해, 영남지역이 전력 공급처 역할을 맡고 있다고 제기했다.

해안선을 따라 건설된 화력과 핵발전소 단지로 인해 전력을 내륙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앞으로 건설될 신고리 3, 4, 5, 6호기의 전력은 중부지역 전력공급을 일부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향후 765kV 공급망이 수도권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한전은 대구 남쪽 지역 전력이 부족해 이곳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이 대표가 제시하는 여러 통계와 수치를 살펴보면 이 말은 즉, 수도권의 부족한 전력을 위해 다른 지방 시골 마을을 희생양 삼고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밀양송전탑 문제 긴급 토론회(사진=장여진)

밀양송전탑 문제 긴급 토론회(사진=장여진)

밀양 765kV, 수도권 전력 공급위해 계획된 것

밀양 765kV라는 말에서 765kV은 송전전압을 의미한다. 기존에는 345kV, 154kV 등이 있으며 이는 전압의 차이이다. 당연히 765kV가 345kV보다 높은 전압이며 바로 이 고압송전탑에서 흘러나오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하는 등의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한전측은 765kV 송전선로를 고집하는 걸까. 이 대표는 “송전설비에서 전압 상승은 무엇보다 전력수송을 용이하기 위함이다. 계산상으로 전압이 2배 높아지면 전류는 4배 많이 흐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전선의 굵기 등을 다르게 할 경우, 송전량은 더욱 많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전압을 높이게 되면서 송전 감소율도 줄게 되어 원거리 수송에 무엇보다 유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 먼 거리에 있는 밀양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수송하기 위해는 높은 전압이 필요한 것이고 한전이 765kV를 고집하는 이유이다.

또한 전체 전력소비량의 37%를 소비하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시민들은 바로 이러한 불균형한 전력수급계획으로 발생한 시골 마을 주민들의 희생으로 전력을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밀양 765kV 송전탑 사태는 단지 밀양 주민들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전력 소비량은 10년 새 76.6% 급등…권역별 전력수급계획 수립해야

상황이 이런데 10년 사이 한국의 전략 소비량은 76.6%나 증가했다. 1년 동안 평균 6%씩 꾸준히 증가했으며 2008년 세계 경제 위기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력수요가 감소하거나 0%대의 증가율만 보인 반면 한국은 2008년 4.5%, 2009년 2.4% 소폭 증가했다. 특히 세계 경제 위기가 다소 잠잠해지던 2010년으로 들어서자 10%나 껑충 올랐다.

같은 시기 일본, 미국, 독일, 영국, 이탈리아의 전력소비량은 꾸준히 마이너스이거나 소폭 증가했을 뿐이다.

밀양 토론2

결국 국가적 차원에서 전력수요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전력대란에 대응하겠다며 핵 발전소와 765kV 송전선로 따위를 더 늘리는 계획만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 대표는 “국가적 차원에서 전력수요 감축 노력이 없이 이대로 간다면 송전탑이나 발전소가 없어서 공급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너무 급등해서 감당이 안되는 사태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며 “현재의 전력소비량 6%의 증가율을 1~2%대로 줄이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밀양 등 지방에서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로 전력을 원거리 수송하기 위해 세우는 고압송전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권역별 전력수급 체계로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바꿔야 한다”고 제시했다.

피해보상금 받고 입 다물라고? 6억9천만원 땅, 8천7백만에 보상하는 한전

한편 밀양 주민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765kV 송전선로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대로 된 피해 보상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민들은 피해 보상 요구가 아니라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변호사)는 법적 관점에서 밀양 송전선로 문제의 원인을 무리한 사업 강행과 전원개발촉진법 등 법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분신 자결하신 고 이치우 어르신의 경우 시가 총액 6억9천만 상당의 부지가 송전선로 부지로 선정되면서 피해보상금을 고작 8천7백만원을 받았을 뿐이다.

문제는 <전원개발촉진법> 제6조의 2에 따라 강제 수용의 경우, 철탑부지의 경우 감정가로 보상, 선하지(전선 아래에 있는 땅)의 경우 감정가의 평균 28%정도 선에서 보상한다. 선하지는 <전기사업법> 제90조의 2에 따라 송전선로 양측 바깥선으로부터 수평으로 3미터를 더한 범위의 직하 토지면적만 해당된다.

즉 자기 땅의 길이가 100미터건 1000미터건 땅 위에 전선에 흐르는 전압이 765kV이건 365kV이건 상관없이 3미터에 해당하는 곳에서만 금전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단장면 동화전마을 양모 할아버지 밤나무 밭의 경우 송전선로로 인해 항공방제를 할 수 없어 땅을 버리게 됐는데도 보상금은 고작 154만원에 불과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뒤늦게야 한전은 보상범위를 좌우 30미터씩 확장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또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주민들은 765kV 송전선로의 영향범위가 2km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송전선로의 영향범위라는 것이 뚜렷하게 증빙될 수 없다는 점에서도 보상 범위를 더 늘린다 하더라도 주민 불만은 쉽게 가실 수가 없다.

문제는 또 있다. 한전측이 고의적으로 송전선로에 대한 비현실적인 보상을 하면서도 자체 내규인 <송변전설비 건설관련 특수보상 운영세칙>을 통해 임의적으로 간접보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보상제도의 특이한 점은 직접 피해가 없는 송전탑 부지 멀리 있는 주변 주민들에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직접 보상이 아니라 농로, 공용창고, 마을회관 등으로 지원하는데 이 지원 산출기준도 추상적이고 주민대표성이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입금해 주민 갈등을 부러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 하 변호사의 지적이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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