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부가 말하는 독일식 모델,
    정작 독일에는 없다!
    수서발 KTX 경쟁체제 도입은 '철도민영화'로 가는 국토부의 꼼수
        2013년 05월 24일 03:58 오후

    Print Friendly

    23일 국토교통부는 철도산업의 전망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몇 차례 열린 민간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독일식 모델로 철도 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철도 산업의 문제가 독점에 있고 경쟁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민간자문위원회의 검토의견을 수렴하여 수서발 KTX를 비롯해 신규 노선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세계 철도 산업의 현실을 모르는 국민들에게 선진국형 모델을 제시해 한국철도의 새로운 발전 전망을 여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현실을 왜곡하고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국토부의 보도자료를 보면 신규 사업자 참여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신규노선과 민간참여에 따른 공공성 훼손 논란이 적은 기존 적자선부터 경쟁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국토부의 주장의 실제는 신규 사업자 참여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서발 KTX같은 노선에 경쟁을 명분으로 민영화의 길을 터놓겠다는 것이다.

    일단 수서발 KTX의 경쟁체제 도입이 성공하면 이 후에는 얼마든지 철도산업의 각 분야마다 민영화를 도입할 수 있게 되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적자선의 경쟁 도입 운운은 기존의 수익성 높은 부분에만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비판을 피해가는 안전장치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철도가 당면한 문제는 독점의 폐해가 아니다. 규모의 경제조차 달성하지 못한 채 선로용량 한계로 철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형적 운영의 결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국토부의 꼼수는 보도자료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수서발 KTX는 철도공사가 참여하는 출자회사를 설립하되, 철도공사의 부당한 간섭이 없도록 회계와 경영을 독립시킨다고 했는데 이것은 철도공사에는 부담만 지우고 수서발 KTX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온전히 새로 신설되는 회사의 몫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수서발 KTX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한국철도의 적자구조를 해소하는데 일조하고 철도 네트워크의 완결적 구조를 이루겠다는 처음의 구상은 사라져버렸다.

    민간전문가들의 모임이라고 불리는 자문위원회가 참고한 철도 발전방안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한국 사회에 재앙을 선사해온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결과를 기초로 하고 있다.

    인천공항철도, 김해 경전철, 용인 경전철 같이 시민들의 혈세를 뽑아먹는 장치로 둔갑한 시설들 모두 한국교통연구원의 장밋빛 전망에서 시작됐다.

    민간자문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었는가? 구성 당시부터 철도 민영화를 적극 찬성해온 사람들로 자리를 채우고 일부 인사들을 들러리 세웠다. 회의 과정도 자문을 듣고 대안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국토부의 일방적 주장이 관철되는 행태가 계속되자 일부 위원들은 더 이상 허수아비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런 구태의연하고 일방적인 자문위원회가 마련한 안을 마치 철도 전문가들의 고견인 것처럼 치장하는 국토교통부의 행태는 세련된 사기극과 무엇이 다른가?

    철도경쟁

    (* 위 도표 설명 :  경실련에서 2012년 5월 1,000명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중 “정부는 2015년 개통하는 수서역출발 부산행과 목포행이 철도민영화(경쟁체제 도입) 도입의 마지막 기회이므로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반대측에서는 정부가 철도산업발전과 공공성 강화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과 합의한 후에 철도민영화(경쟁체제 도입) 추진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합니다. 귀하는 생각은 어떻습니까?”에 대한 답변 비율. 출처 경실련)

    독일 철도가 지주회사 방식을 갖고 있다고 한국도 지주회사 체제를 만들면 독일식인가? 독일 철도의 지주회사 방식을 구현 하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철도산업 전체를 총괄하는 강력한 국가 주도의 공기업이 존재해야 한다. 독일국영철도공사라고 불리는 DBAG의 일관된 조직체계 안에 철도 운송과 시설을 포함한 모든 기능이 통합된 채 각각의 자회사로 유기적 연관성을 갖고 있다.

    철도전문가들은 이미 운영과 시설이 통합된 프랑스의 과거 철도 체계나,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의 철도들이 독립적 기구로 분리된 것에 반해 독일 철도는 국영기업 내에서 기능적 역할 분담 체계를 갖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독일식 개혁을 하려면 현재 분리되어 끊임없이 충돌과 잡음을 양산하는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영철도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독일은 자국의 가장 중요한 간선 노선들과 독일철도의 얼굴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고속철도 이체(ICE)의 운영권에 대해서는 확고하게 소유,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철도의 10배에 이르는 35800km의 네트워크망을 갖고 있는 독일 철도는 그 규모에 맞춘 운영과 관리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런 현실을 호도한 채 3500km에 불과한 협소한 한국 철도망에 다수의 사업자를 진출시켜 철도를 효율화 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정책은 한국철도를 회생불가의 수렁으로 밀어 넣게 될 위험성이 크다.

    국토부는 철도 개편 방안이 독일식이라고 주장하지만 시설과 운영이 분리된 채 선별 입찰제도를 통해서 민간 사업자를 진출시키는 것은 이미 실패한 철도라고 불리는 영국식과 다를 바 없다.

    국토교통부는 수서발 KTX에 민간지분을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민간지분이 포함될 경우 민영화라는 비판을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서 고육지책으로 나온 미봉책에 불과하다.

    민간지분이 포함되지 않고 철도 공사로부터 독립된 경영을 하는 회사란 그동안 국토부가 제2철도 공사라는 이름아래 구상했다가 더 큰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판단 속에 유보했던 안으로 돌아간 셈이다.

    어떻게든 경쟁체제만큼은 도입하고야 말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의지가 담긴 고육책이다. 100년 대계의 철도 정책이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고 졸속으로 추진되는 나라는 정상이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전 세계 어느 나라가 자국의 주요 간선 전체 노선에, 그것도 고속철도를 분할해서 나눠 먹는지 알고 싶다. 철도의 미래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눈앞의 이권과 수익만을 고민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세상이 걱정스럽다.

    필자소개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