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은 가을이었다"
    [창원 자영업 실태조사기-1]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퇴출된 이들, 자영업자
        2013년 05월 24일 12: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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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신당 소속 여영국 경남도의원은 5월 21일 도의회에서 <포럼: 창원지역 자영업의 실태와 정책>을 개최하여 경남 창원지역의 자영업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과정에서 여의원이 만났던 자영업자들의 사연과 현실, 고민을 ‘자영업 실태조사기’라는 이름으로 3차례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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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이 가을이다.”

    대체 어떻게 이토록 문학적인 표현이 소고기국밥이며 선지국밥을 마는 할머니의 입에서 나올 수 있을까?

    내게 늘 “동상, 동상이 없으면 이 창원이 어찌 되겄노? 동상 없으면 이 동네 망해도 벌써 망했을 기다” 하며 어깨를 툭툭 치는 그녀가 환갑을 넘긴 지가 어언 언제인지 가물거리니 말 그대로 할머니다.

    그러나 그녀는 직원을 두 명이나 거느린 어엿한 자영업자였다(두 명의 직원 중 한명은 남편이지만).

    나는 처음에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 ‘작년이 가을이라니. 이 할마시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람?’ 그러나 궁금증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분노가 가슴에 찬만큼 말도 많은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던 것이다.

    “동상, 이자 상남시장은 다 죽은 기라. 작년은 가을이라.”

    그렇구나. 작년은 가을이었구나. 바야흐로 쌩쌩 찬바람 몰아치는 겨울이 닥치고 보니 사상 최악의 한 해였다는 작년은 그저 가을이었구나. 자영업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가게를 방문한 나에게 할머니 같은 그 누님은 그렇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어쩌면 내년에 다시 그녀를 만난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작년이 이승이었는 기라.”

    여영국

    여영국 의원의 도의회 발언 모습(출처는 경남도의회)

    내가 처음부터 우리 동네 자영업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었다. 나는 본래 노동자 출신이며 평생을 노동운동을 업으로 안고 살아온 사람이다. 나는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흔히들 자조적으로 말하는 기름밥을 먹으며 살았다. 하루 열두시간의 힘든 노동은 나를 노동운동가로 만들었다.

    나는 삽십여 년 넘게 노동운동을 본업으로 하며 살았다. 마창노련(마산창원지역노동조합총연합)과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 민주노총이 나의 거처요 삶의 터전이었다. 모든 사고와 행동과 양식은 여기서 나왔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노동문제야말로 한국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원지요 핵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생각을 바꿨다. 문득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세계야말로 노동이 안고 있는 모순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현실을 보았던 것이다.

    이른바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터를 잃고 찾아간 곳은 자영업 시장이었다. 마치 1960년대의 엑소더스처럼 농촌으로부터 탈출한 예비노동자들이 노동시장의 포화상태를 가져왔던 것처럼 이들은 자영업 시장을 비정상적으로 비대하게 만들었다.

    이미 그 이전에도 한국의 자영업 시장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지나치게 과밀한 상태였고 이로 인해 시장은 수용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되었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거의 대부분의 자영업자가 수익성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주변 동종업체와의 경쟁을 꼽았다.

    실제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위해 우리가—자영업 실태조사를 위해 나는 사비를 털어 <창원자영업실태조사위원회>란 조직을 구성하고 실무자도 고용했다—둘러본 대부분의 상가들은 동종업종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불안정한 노동시장으로부터 퇴출된, 특히 베이비부머들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2012년 8월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36만4000명 늘었다”고 밝힌 통계청의 발표를 토대로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 종사자 비중이 38.4%에 이른다. 새로 늘어난 일자리 10개 가운데 약 4개가 자영업 관련 종사자란 말이다.

    특히 “그 지난달엔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2%나 됐다”고 하니 거의 절반이 자영업에 취업을 한 셈이다.

    여기에 대해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경기가 나쁜데도 자영업자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50대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은퇴 이후 창업 이외엔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정부가 발표하는 고용지표가 사실상 고용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조사

    여영국 의원의 실태조사 자료 중

    한편 2012년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개인사업자별 업태별 폐업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82만9669명으로 2010년에 견줘 2만4163명(3%)이 늘었다.”

    이는 전체 자영업자 수의 16%에 해당하는 수치로 여섯 명 중 한 명이 폐업을 한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사실상 서비스업 등에 고용되어 일하는 자영업자가 89만 명, 신규사업자가 21만5천명(2010년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폐업비율은 20%에 달해 다섯 명 중 한명 꼴로 문을 닫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세청은 여기에 덧붙여 “올해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내수부진까지 겹쳐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해 2013년 국회에는 훨씬 많은 수의 자영업자들이 폐업했다는 보고가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며칠 전 경남고용포럼과 함께 연 <창원지역 자영업의 실태와 정책; 사장님 먹고 살만 합니까?>란 주제의 정책토론회(5월 21일, 경남도의회 대강당)에서 내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내용은 그대로 확인되었지만 그러나 실상은 훨씬 충격적인 것이었다. 대규모 공단이 위치한 공업도시란 특징 때문이었을까? 전직 회사원이 창업자의 40%에 달했다.

    이들이 아무런 기술도 없이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는 현실을 반영하듯 가맹점 비율은 전국평균보다 무려 4배 이상 높은 16%를 넘어섰다. 당연히 창업비용이 높았다. 1억2700여만 원. 소상공인진흥원이 조사한 2010년 창업비용 평균금액 6500만원을 훌쩍 상회하는 금액이다.

    이렇듯 창업비용은 높은 반면에 창업기간은 채 6개월이 안 된다는 비중이 전체 응답자의 60%에 달해 전직 회사원들, 현장으로부터 퇴출된(혹은 퇴직한) 노동자들이 가맹점을 선호하면서 이런 현상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게 만들었다.

    ‘작업복부대’가 유니폼을 벗고 ‘골목사장’의 길로 들어서는 모습들이 우리가 작년 9월 27일부터 시작해 6개월 동안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문지를 돌리고 면접 인터뷰한 결과를 다시 2개월여에 걸쳐 분류하고 통계내고 분석한 그래프들 위에 뿌연 안개를 걷어내며 쏟아지는 햇살처럼 아스라이 피어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필자소개
    경상남도 의원(진보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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