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민주의', 스웨덴 복지의 근간
    진보정의당의 ‘유럽을 통해 본 한국 복지사회의 미래’...스웨덴 대사 강연록
        2013년 05월 23일 03: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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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정의당이 22일 오후 2시 국회의원 소회의실에서 스웨덴 라르스 다니엘손 대사의 초청 강연을 진행했다. 유럽 복지국가 대사들의 초청 연속 강연회의 첫 순서였다. 이 강연회의 강연 내용과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진보정의당의 협조를 얻어 레디앙에 게재한다. 진보정의당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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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나라의 아주 구체적인 문제를 나눈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저는 오늘 제 개인적인 의견을 나눌 것이다. 어떻게 스웨덴이 복지국가의 근간을 마련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무엇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지에 대해.

    제 마음 속에, 그리고 제가 알기로 대부분의 스웨덴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4가지 근본적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모든 사람은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또 일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어떤 사회도 남녀간의 평등한 기회가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셋째,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가 많은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니다. 모든 사람은 그 사회가 제공하는 혜택을 공평하게 누려야 한다.

    넷째, 모든 사람이 생산하는 환경에 있어서 후손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손자와 그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그 자원을 누려야 하기 때문에 그 점을 반드시 마음에 품고 있어야 한다.

    스웨덴의 장점은 방금 제가 소개한 이 네 가지 요소들이 스웨덴 안에서 정치적 견해와 상관없이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가 아는 한 아주 보수적인 스웨덴의 정치인이라 해도 이 네 가지 요소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스웨덴과 한국 사회에 어느 정도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우리 스웨덴 안에도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정당이 있다. 보수정당, 좌파정당, 사민당, 환경당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당 가운데도 어느 정도 일치된 합의점이 있는데 방금 설명한 내용들이다.

    오늘날 우리 스웨덴이 가진 복지시스템의 근간은 사민당이 만든 것이다. 지난 6년 반 동안 중도 우파가 집권하고 있다. 2006년에 4개 정당이 연정을 통해 집권했는데, 그들은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해서 집권한 게 아니라 이 시스템을 더 잘 운영하겠다고 해서 집권한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웨덴 인구의 85%가 스웨덴의 복지시스템을 지지한다. 그렇다면 스웨덴 복지의 특징은 무엇일까?

    다시 한 번 네 가지 특징을 말씀드리겠다. 제가 4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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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르스 다니엘손 스웨덴 대사(사진=진보정의당)

    첫째, 사회적 연대와 신뢰다.

    스웨덴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높은 신뢰를 가지고 있다. 신뢰라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또 미묘하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을 잃어버리는 것은 한 순간이다.

    우리의 공공영역은 굉장히 큰 편인데 지난 수십년간 신뢰를 얻어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기본적으로 우리 안에는 부패가 없다. 매우 투명하며 공공에게 공개돼있다.

    그리고 저희 공공분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미디어 뿐 아니라 많은 엔지오들이 감시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공공분야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웨덴은 세금을 올리겠다고 해도 집권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1994년에 사민당이 3년간 실권을 했다가 재집권을 했는데 그때 증세를 공약으로 걸었다. 물론 증세만이 공약의 전부는 아니었다. 증세를 통해 어떠어떠한 것들을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 혜택은 더 나은 보육, 더 나은 교육, 그리고 실업자와 노인에게 더 많은 실업자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사민당에 표를 주었고 그것은 1946년 이래로 가장 큰 승리였다.

    신뢰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신뢰 없이는 제대로 기능하는 복지사회를 만들 수 없다. 신뢰가 없으면 사람들은 기꺼이 세금을 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일에 대한 청교도주의적 관점이다.

    스웨덴은 사실 종교적인 국가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스웨덴 사람 대부분은 19세기 마틴 루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마틴 루터는 일하는 것은 선한 것이다, 일을 열심히 해라 이렇게 강조했다.

    그래서 저희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렇게 공유된 가치가 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라는.

    노동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면 노동에서 세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비단 소득세뿐 아니라 사람들이 소비를 하면서 나오는 세금이 있다. 우리는 이런 이유 때문에 공정하고도 효율적인 세금 제도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분이 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낸다. 저는 제 월급의 42%를 낸다. 그리고 대부분은 30% 정도를 세금으로 낸다. 반면 우리는 부유세, 증여세, 상속세가 없다. 스웨덴 사람들은 소비세도 많이 낸다. 25%에 달하는 음식, 옷, 책에는 6%만 붙는다.

    사회민주당은 왜 세 가지 세금을 폐지했을까? 왜냐하면 이런 세금은 걷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다시 사회로 돌아가는 데도 복잡한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노력을 다 해서 세금체계를 간소화했다. 이것이 공평하냐. 그렇다 공평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단순하다.

    그래서 스웨덴에서는 98.5% 이상의 세금이 걷힌다. 여러분이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약 70%가 걷힌다.

    복지제도에서는 모두가 세금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없으면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다.

    세 번째는 놀라실 수도 있는데, 저희 복지제도의 근간은 개인주의와 현대적 가정모델, 그리고 시장경제라는 사실이다.

    스웨덴에서 가장 최소화된 단위는 가족이 아닌 개인이다. 우리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개인의 재량을 넓히는 것, 그리고 개인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여성이 경제적으로 남성에게 의지해선 안 되며, 아이들 역시 부모에게 온전히 의존만 해서는 안 되고, 이것은 반대로도 작용하며 나이가 들었다고 내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여러분이 스웨덴의 제도를 찬찬히 뜯어보면 모든 제도가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저도 제 아내도 세금을 내고 서로가 얼마를 벌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우리는 가족법을 바꿔서 나이가 든 사람을 지원하도록 했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 사람이 은퇴를 하면 그때는 국가가 지원하기로 했다.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시작하면 학비 보조금을 받는다. 부모가 얼마를 버는지와 상관없다.

    이것이 바로 현대화된 가족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부모가 모두 일해서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으며, 아이들이 될 수 있으면 일찍 독립해서 스스로 자립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행복한 가정이 아닌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이 현대화된 가족 개념 아래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다. 유럽 안에서는 카톨릭국가인 아일랜드만이 더 높은 출산율을 보인다. 그리고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의 부모들은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낸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나라, 특히 미국에서는 스웨덴을 보고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매우 개인주의적인 국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요소는 우리는 언제나 개혁을 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이다. 처음 사회복지가 시작됐을 때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복지 혜택이 주어졌다. 하지만 몇 년 지나면서 우리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매커니즘을 따르는 사적 영역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우리가 민간의 방식을 공공영역 안에 끌어들였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는데, 이 혜택을 받는 대상은 ‘모두’라는 사실이다. 부자든 가난하든 누구라도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30%의 스웨덴 어린이들은 사립학교에 다닌다. 하지만 사립학교라고 해서 등록금을 따로 받는 것은 아니다. 사립학교가 받는 돈은 학생수에 따라 정부가 지원하는 지원금이다. 원칙적으로는 누구든 공공학교에 갈 수도 있고 민간학교에 갈 수도 있다. 학비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학교를 결정한다.

    지금 스웨덴 안에서는 뜨거운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사립학교가 복지국가에 얼마나 좋은가에 대해서, 어쩌면 우리가 시장의 원칙을 학교 안에 너무 많이 끌어들인 것은 아닌가하는 문제에 대해서. 하지만 핵심은 복지제도를 제공함에 있어서 어떤 방식을 쓸 것인가, 시장의 어떤 좋은 점을 가져다가 쓸 것인가 하는 실용적인 관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요소는 우리 복지시스템은 통합적이라는 점이다.

    너무 많은 불평등이 있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다. 스웨덴에서는 부자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합의가 있다.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면 괜찮다. 세계의 가장 부자인 사람 중 몇 명은 스웨덴인이다. 니케아 창립자는 세계에서 5번째로 부자다. 세계에서 스무 번째 부자도 있다.

    그래서 스웨덴에서도 부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스웨덴 안에는 공유하고 있는 믿음이 있는데 그것은 평등할수록 더 건강하고 강한 사회가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모든 세금 제도는 부자와 빈자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우리 복지시스템의 핵심은 복지제도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 복지제도는 한 사람의 삶의 여정을 따라 디자인 되었다. 어떤 사람은 제도의 혜택을 받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복지제도에 보탬이 되기도 한다.

    만약 여러분이 아프거나 어리거나 실업자이면 이 혜택을 받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만약 25~60세 사이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면 이 제도에 기여하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이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신도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만약 여러분이 복지제도란 것이 부자의 재산으로 빈자를 돕는 것이라고 하면 절대 보편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 제도가 부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제도라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한 가지 예 중 하나는 좋은 공공교육을 유지해야 질 좋은 노동자들을 얻을 수 있고 그래서 너희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제도는 세금으로 운영된다.

    스웨덴은 기부가 그리 많지 않다. 우리 안에는 공유하고 있는 가치가 있는데, 자비를 베푸는 것은 좋은 일이고 많은 사회에서 자비를 베푸는 것에서 답을 찾지만 우리는 세금에서 찾고 있다. 이것이 우리 복지제도의 중요한 핵심이다.

    우리 복지제도의 일반적 부분을 보자면 가장 먼저 시작된 영역 중 하나가 부모휴가제다. 한 가족 안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18개월의 휴가를 받을 수 있다. 그 기간에는 급여의 85%를 받는다. 그리고 이 18개월 중 남편은 3개월을 의무로 쉬어야 한다. 그리고 지방정부가 결정한 바에 따르면 6살이 될 때까지 아이들은 공공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공공보육의 필요한 돈은 한 달에 200(US)달러를 넘지 않는다.

    여러분이 스웨덴 노동시장을 본다면 남녀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거의 같다. 남녀(20~64세) 가리지 않고 80% 정도가 된다.

    질 좋은 대학 교육을 무료로 유지한다. 물론 우리가 중학교 고등학교까지는 사립학교를 두고 있지만 대학은 모두 공립이다. 학비가 없고 학생수당까지 주어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원하는 모두가 공부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제도는 연금제도다. 이 연금은 두 가지로 유지되는데, 첫째는 공공연금으로 모두에게 주어진다. 최소 2,500(US)달러가 주어진다. 일반적으로 은퇴를 하면 기존 급여의 65%까지를 받게 된다.

    연금제도가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경제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만약 GDP가 3% 상승하면 연금도 역시 3% 오른다. 2008년에는 GDP가 하락했고 연금도 하락했다. 그래서 이것은 경제적으로 필요하지만 사람들에게도 왜 우리에게 성장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설명한 게 유토피아 같지 않은가? 그러면 스웨덴은 문제가 없냐. 모두가 장밋빛인가. 아니다. 모든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다.

    이 제도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노동참여율이 높아야 하고 세금을 자발적으로 내는 자세가 돼있어야 한다. 물론 시스템을 오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적다.

    또 하나의 문제는 도전거리이기도 한데 우리는 끊임없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사회가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제도도 한 번에 완벽하게 만들어진 뒤 그냥 유지만 하면 하면 되는 제도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스웨덴 제도는 제법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일단 스웨덴은 상대적으로 빈부차가 크지 않고, 그리고 많은 지표를 볼 때 기업친화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나온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도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나라에 와본다면 굉장히 어둡고 겨울엔 춥고 사람들은 무뚝뚝해서 사람들을 이 나라에 머무르게 하려면 제도라도 좋아야 하는 면이 있다. 자연이 우리에게 혜택을 줬다. 나라는 큰 반면 인구는 상대적으로 적다.

    만약 한국에 스웨덴 제도를 복사하는 게 가능할까.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한 나라의 제도를 옮기는 경우에는.

    일단 우리는 우리 제도를 스스로 발전시켰다. 우리가 따라할 만한 어떤 모델을 가진 나라는 없었다. 한국 스스로 한국의 전통과 가능성, 그리고 정치적 환경을 바탕으로 스스로 제도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믿는다. 하지만 스웨덴의 제도가 가진 가치만은 범용적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적용가능하리라고 본다.

    노동은 좋은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가능하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좋은 사회란 부자와 가난한 자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는 사회다. 그리고 한 나라에서 무언가를 생산할 때 그 생산 방식에 있어서 현재와 미래세대가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을 지켜가야 한다. 이 네 가지는 범용적 가치다.

    한국도 어렵고도 아름다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이 네 가지 가치를 마음에 담고 있는다면 또 다른 한국만의 제도를 만들어내실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의 노력과 일에 대한 헌신 이런 것들이 있다면 충분히 좋은 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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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르스 다니엘손 스웨덴 대사와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와 지도부(사진=진보정의당)

    <질의와 응답 내용>

    질문1. 한국은 분단 국가다. 국방비가 GDP의 1/3쯤 쓰인다. 스웨덴에서는 국방비가 어느 정도를 차지하나. 그리고 스웨덴 정부에서는 전쟁의 발발 가능성을 어느 정도나 고려하면서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스웨덴이 좋은 제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정치적 환경의 영향이 있었다. 우리는 200년간 전쟁을 경험한 적이 없다. 비록 1809년에 대 러시아전에 패배하긴 했지만. 그때 스웨덴이 점령하고 있던 핀란드를 잃었다.

    전쟁이 없었던 덕에 우리가 전쟁에 써야할 힘을 비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많은 돈을 군사비에 쓰고 있다. 왜냐하면 스웨덴은 한 번도 군사동맹에 가입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이웃국들은 나토에도 가입하는데 우리는 한 번도 그런 적 없이 중립국으로 남아있었다.

    우리 스웨덴은 전통적으로 군사 무기쪽에 상당한 비용을 지출해왔다. 이것은 역사적인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스웨덴은 1,2차 세계대전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다. 그때 당시에 나치독일과 공산동맹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 이후부터 우리는 군사동맹에서 한발 물러나있는 것이 강한 국가 전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우리는 200년 이상 전쟁의 여파에서 떨어져있었던 덕에 지금의 복지국가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 매우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문2. 한국과 스웨덴 두 나라 경제의 공통점이라고 꼽히는 게 대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그런 경제적 공통점이 있는 상황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보나.

    – 중요한 차이점은 대부분의 스웨덴 대부분의 대기업은 증시에 상장돼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에릭손 같은 경우는 전화기를 만들기도 하지만 국가연금이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케아처럼 큰 대기업이 있다고 해도 소유권이 사회적으로 제도화(규제가 가능할 수 있도록)돼 있다. 기업은 그 창업자 가족들의 것이 아니다.(함부로 운영될 수 없다)

    또한 대부분의 큰 기업들이 노동조합과 굉장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는 달리 스웨덴은 대부분의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해있다. 노조가입률이 약 80%정도다.

    60~70년대를 보자면 대부분의 노동조합에서는 기업이윤을 공유하자는 주장을 해왔다. 그 당시에 노조가 요구한 것은 회사에서 이익이 발생할 때마다 일정 비율의 기금을 마련해 노조에게 돌려주고, 노조는 그 기금으로 회사의 주식을 사서 소유권을 가질 수 있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스웨덴 기업 안에는 기업주와 노조사이에 의사소통의 채널이 마련돼있다. 회사가 이윤을 낳을 경우에 그 이윤을 사원에게 돌려준다는 합의, 그리고 노동조합의 대표가 임원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합의다. 그래서 대부분의 스웨덴 대기업 이사회를 보면 그 안에 노조 출신의 사람이 참여한다.

    그래서 이 제도를 채택한 이후에 수십년간 시위와 파업 비율이 줄었다. 왜냐하면 노조에서도 회사가 이익을 내는 것이 결과적으로 노조에도 좋은 것이고, 회사 역시 노동자와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반적인 스웨덴 노동시장의 환경은 한국과 비교하면 차분한 편이다.

    스웨덴에서도 파업이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공공영역에서 일어난다. 결론적으로 한국과 스웨덴의 경제는 대기업이 많다는 점에서 외향은 비슷하지만 큰 차이가 있는데 제도화된 소유(institutionalized ownership)과 노사간의 관계가 그것이다.

    질문3. 더 나은 성장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려는 욕구가 있을 것 같은데. 개발과 보존 사이의 긴장은 없는지, 있다면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지

    – 항상 긴장감이 있다. 어떤 면에서 우리나라는 잠재력이 많다. 영토도 크고. 우리 안에는 공유하는 가치가 있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자연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높게 공유하고 있다. 우리 안에도 갈등이 있다. 스웨덴 북쪽에 탄광지역이 있는데, 수력발전도 그곳에 집중돼있다.

    수력발전은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굉장히 좋은 에너지원이다. 재사용이 가능하고 환경오염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스웨덴의 4개의 큰 강에는 댐도 짓지 말고 에너지원으로 쓰지 말자는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물론 처음엔 많은 반대가 있었다. 특히 탄광산업 쪽에서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잘한 결정이라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한국과 비교하자면 에너지 공급면에서 운이 좋은 편이다. 우리는 50%가 수력에서 나오고 35%가 핵에서 나오고 그리고 나머지가 화석연료와 태양에너지 그리고 풍력에서 나온다.

    물론 스웨덴에서도 다른 유럽 나라들처럼 핵문제를 두고 열띤 토론이 있었다. 우리 안에서는 더 이상의 핵발전소는 짓지 않지만 지금 있는 것은 현대화해서 계속 고쳐 쓰기로 결정했다. 이것이야말로 서로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안에서는 환경에 있어서는 입장차가 크지 않다. 여기에 대해서는 공유하는 정도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만약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면, 기업들은 이에 맞추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성장에 있어, 또 보수 진영에 있어 이 부분에서 반대가 크지 않다.

    질문4. 스웨덴 교육의 목적 및 가치가 무엇인지, 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교화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어느 정도이며, 마지막으로 스웨덴이 복지국가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청년들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 스웨덴은 사회적 이동성이 높은 나라다. 더 나은 삶을 선택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편이 교육이다. 이런 사회적 이동에 있어 교육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는 한국과도 비슷하다. 공통점 중 하나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했고, 아주 고전적인 과목을 공부해야 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한 점이 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큰 변화가 있었다. 오늘날에는 고등학교 졸업자의 48%만이 대학으로 진학한다. 한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더 많은 학생들이 직업학교를 선택하고 있다. 우리는 이 학생들에게 더 높은 가치와 더 높은 수준의 직업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볼보의 예를 들면, 볼보는 전통적으로 18세 정도의 고교졸업자를 바로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게 아니라 4년 정도는 어떻게 차를 만들 수 있을지 학문적인 공부를 한다. 수학을 비롯한 학문을 배우기 때문에 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돈을 받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마치면 기술자격증 시험을 본다. 독일에서도 매우 일반적인 시스템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더 많은 청년들이 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더 확실한 쪽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음으로, 스웨덴은 유럽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은 편이다. 사회적 친화력, 응집력이 높은 사회다. 충동적으로 사람을 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에 여러분이 스웨덴의 감옥에 가보면 호텔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우리 감호시스템을 보자면 재활에 초점이 맞춰져서 사회에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여러분이 감옥이라고 생각하는 곳에는 아주 적은 수의 사람, 정말 위험한 사람만 수감된다.

    한 가지 현실적인 문제는 수감자의 40% 정도가 스웨덴에서 태어나지 않은 스웨덴인이라는 점이다. 지난 20년 동안 스웨덴 안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이민을 온 경우가 많았는데,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이나 분쟁지역의 난민들이다. 안타깝게도 꽤 많은 수가 범죄의 유혹에 빠졌다. 가장 근본적 이유는 우리가 그들에게 좋은 직업을 찾아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 스웨덴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그렇게 잘 해오지 못했다.

    스웨덴은 성범죄율이 낮고 성을 사는 것은 불법이다. 국내 안에서의 매춘은 많이 줄었다. 앞으로도 이런 경향이 지속되길 바란다.

    스웨덴 안에 있는 많은 정당들이 청년캠프를 운영하는 데 참여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당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18~19세기에는 정당들이 젊은이들을 많이 잃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정당의 활동보다는 개인적 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반핵 인권운동 등.

    물론 이것도 좋지만 하지만 정말 사회를 바꾸고 싶다면 큰 그림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라면 당신이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정당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복지제도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정치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일을 하고 가족과도 시간을 보내면서 정치활동에 참여하고 토론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이것은 정말 중요하다. 정치에 헌신적으로 참여하고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다면 이 사회는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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