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산재사망, 아들 대체입사
....이게 "부도덕한 행위"라고?
    2013년 05월 23일 02: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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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6일 울산지법 제3민사부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유족을 고용하도록 돼 있는 현대차 단체협약(제96조 우선 채용)은 사용자의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노사 간 협약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무효”라고 밝혔다.

업무 관련한 노동자의 재해나 사망에 대해 노사합의로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해 법적 효력을 다룬 첫 판결이다. 현대차 노사는 이전에도 유사한 협약안을 가지고 있었고, 2009년 개정에서 그 대상자를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으로 개정한 바 있다. 기아차도 이와 같은 단체협약 조항을 가지고 있다.

이 단협 조항에 대해 재판부는 ‘사용자의 인사권’ 그리고 ‘사회 정의 관념’ 운운하면서 단협 조항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대해 노조와 노동계에서 반발이 강하다. 이 판결과 판결 내용을 옹호하는 언론에 대해 박유기 전 현대차노조 위원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비판 글을 올렸다.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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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울산지역 찌라시(일간지)나 자본의 앞잡이를 자처하는 언론들에서 현대자동차 노조(지부)를 욕하는 기사가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16일 울산지법 제3민사부에서 판결한 현대자동차 산재사망자 가족 대체채용건을 놓고 “인사에 대한 사항은 사용자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애초 단체협약 대상이 될 수 없다” 또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라는 민법 103조에 근거한 판단이다. 사회적 원칙과 보편타당성을 무시한 협약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가뜩이나 비정규직과 청년 백수가 넘쳐나는 등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일자리 대물림’은 엄청난 특혜이며 다른 구직자와 취업 평등권을 깨는 부도덕한 행위이다.”등등 대놀고 씹어 돌린다.

오늘 울산지역 모 신문에 이 글을 작성한 기자가 그동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 얼마나 악의적으로 기사를 작성했는지, 그리고 그가 소속된 그 신문의 기조가 그동안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어떻게 폄훼해 왔는지, 생각하면 그들이 “비정규직과 청년백수”를 위하는 척, “사회적 원칙과 보편타당성”을 들먹이다니, 참,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진짜로 현대자동차 단체협약 96조(우선채용)이 그렇게 나쁜 것일까?

현대자동차 단체협약 제96조(우선채용)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하거나 6급 이상의 장해로 퇴직할 시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 특별채용 하도록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현대차 노사의 단협 협상 자료사진

현대차 노사의 단협 협상 자료사진

이 단체협약의 역사를 보면 2001년 이전에는 “….직계가족 중 1인을 채용 할 수 있다”라는 ‘권고’조항으로 있었고, 2001년 12월 28일 단체협약 개정 당시 “….직계가족 중 1인을 채용하도록 한다”라는 ‘의무’조항으로 강화 되었다. 그리고 2009년 단체협약 개정시 ‘배우자’를 포함시켜 오늘에 이르고있다.

이 협약 조항의 취지는

이 조항이 단체협약으로 노사가 합의를 했던 배경은 “몸뚱아리 하나로 노동력을 기업주에게 팔아서 먹고 사는 노동자가 회사에서 일 하다가 다치거나 죽어서 노동력을 상실했을 때 남아있는 가족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취업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2001년 이전에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다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의 가족들에게 회사측이 생계지원을 위해서 회사 내 커피자판기 운영권을 일부 주던가, 회사가 운영하던 매점이나 복지시설에 취업기회를 주는 등 다양한 지원책이 실시되었다.

이러한 취지를 그대로 살려서 현대자동차 “채용기준에 결격사유가 없는 자녀 또는 배우자 중 1인을 채용”하도록 노사가 합의를 해서 만든 단협이다.

이 단협조항이 ‘인사권침해’라니? 정말 그런가? 회사측이 그렇게 느끼고 있는가?

노동조합과 회사가 서로 제3자의 간섭이나 지배개입을 받지않고 “자율적”으로 교섭을 해서 상호 합의하여 10년이 넘게 아무 문제없이 현실에 적용되던 이 단협을 왜 갑자기 ‘인사권 침해’라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는 판결이다.

자, 현대자동차에서 진행된 산재사망자 대체채용의 현실을 똑바로 보자.

현대자동차 회사측에 확인해 본 결과 현대자동차에서 지금까지 조합원(직원) 중 산재로 사망하여 가족이 대체 입사한 경우는 울산 37명, 전주 5명, 아산 1명등 총 43명(2명은 2001년 이전 입사)에 이른다고 한다. 12년 전, 2001년 이전에도 2명이나 대체입사를 했고, 그 뒤 41명이 더 입사를 했음에도 아무런 문제가 제기된 적이 없었다.

사실이 이런데, 왜 이러한 단체협약을 가지고 “반 사회적이니, 인사권 침해니, 사회적 원칙과 보편타당성을 무시했니, ‘일자리 대물림’은 엄청난 특혜니, 취업 평등권을 깨는 부도덕한 행위라느니…. 심지어 단협무효라니” 왜 이렇게 호들갑인가?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가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산업재해로 하루 아침에 죽었다. 그래서 그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정 경제를 이끌어 갈수 있도록 자녀나 부인 중 1명을 채용하도록 한 것이 이따위로 취급 받아야 할 부도덕한 일이라니….. 그들의 대가리 속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이 문제를 놓고 사회적 보편성, 취업의 평등권을 주장한다면 부모가 국가 유공자라는 이유로 보훈가족 가산점을 줘가며 우선 채용해야 하는 제도는 어떤가?

현대자동차가 신규채용을 하면서 청년백수와 회사 밖 수백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기회조차 주지않고 사내비정규직 만을 대상으로 채용하는 현실은 어떤가?

일자리 대물림’을 지적하고 싶거던 이병철에서 이건희,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정주영에서 정몽구, 정몽구에서 정의선으로 온갖 불법과 탈법을 동원하여 부를 세습하는 족벌재벌에 대해서 한 마디라도 옳은 소리 씨부리고 나서 우리를 보고 “사회 통념”을 들이대라.

220일 가까이 철탑에서, 그리고 20일이 넘도록 양재동 본사 앞 길바닥에서 “불법파견 중단하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하라. 불법파견 진짜주범 정몽구를 구속하라”고 외치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문제를 끝가지 외면하고있는 정몽구 회장,

노사간에 잘못된 협상 결과를 재협의를 통해 바로잡을 생각은 안하고, 전공장 관리자를 동원하고, 어설프게 노조간부(활동가)들 술집에서 회유하고, 노동조합 내부를 뒤흔들어서 휴일특근 문제를 어거지로 정리해 보려는 회사측의 얄팍한 수작.

이러한 현대자동차 자본의 잘못에 대해서 “정몽구 회장과 현대자동차는 법을 준수하라. 사회적 통념을 준수하여 함께 사는 사회 건설에 앞장서라” 이렇게 주장하는 진짜 언론을 보기는 너무나 어려운 대한민국 공화국이다.

현대자동차 지부(노조)의 2013년 임단협 갱신 교섭이 본격적으로 다가오니 개나 소나 다 덤벼들어 현대자동차 지부와 정규직 노동자들을 헐뜯고자 한다. 앞으로 우리의 요구안을 가지고 그놈의 사회적 통념과 열악한 비정규직노동자, 중소협력업체 노동자들과 비교하며 얼마나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격해 올 지, 충분히 예상된다.

현대자동차 지부가 정공법으로 제대로 연대하고, 투쟁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저놈들의 공세는 날로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좀 다른게 걱정이다.

필자소개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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