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병원에 호텔사업 허가하라?
서울 대형병원의 환자 집중과 병원 상업화 심화시킬 '메디텔' 반대한다
    2013년 05월 23일 10: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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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료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병원이 의료관광객용 숙박시설, 속칭 ‘메디텔’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월 1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규제개선 중심의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서 기획재정부는 오는 6월까지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메디텔 설립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실제 일부 병원들은 이미 메디텔 설립과 관련한 구체적인 준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관광활성화를 위해 추진한다는 메디텔

메디텔은 ‘메디신(medicine)’과 ‘호텔(hotel)’의 합성어로 의료기관과 숙박시설을 겸한 형태를 지칭한다. 병원과 호텔의 만남은 2009년 7월 병원의 부대사업중 하나로 숙박업이 허용되면서 적극 추진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법률적 미흡함 때문에 병원의 숙박업이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호텔업은 ①관광호텔업, ②수상관광호텔업, ③한국전통호텔업, ④가족호텔업, ⑤호스텔업으로 분류되고, 의료관광객용 숙박시설에 대한 별도의 분류는 없다. 그래서 병원이 숙박시설을 설립하려면 ‘관광호텔업’으로 지자체에 설립허가를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관광호텔을 지을 경우 일정 공간의 컨벤션 홀 등을 지어야하는 등의 규제가 있고, 관광호텔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주민들이 반대해서 지자체가 승인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기획재정부는 평가한다.

그래서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호텔업 중 하나로 의료관광객용 숙박시설(메디텔)을 추가하여 병원의 숙박업 설립조건을 완화해 의료관광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진행 중인 병원의 호텔 사업, 메디텔 허용의 속내는?

정부의 메디텔 설립 허용 발표에 병원들과 호텔업계는 아직 구체안이 확정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구체안이 나와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분위기다. 현재도 병원의 숙박업은 가능하고, 호텔과 병원의 제휴로도 숙박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디엘-1

부산 부전역에 들어선 스마트병원. 9층까지는 병원이고 10층부터는 국제적 호텔로 운영된다.

부산의 스마트 병원과 제주도의 한라병원은 병원이 직접 호텔을 설립한 경우다. 2011년 개원 시 국내최초의 호텔 부대사업 사례로 주목을 받았던 부산의 스마트 병원은 17층짜리 건물의 9층까지는 병원을, 10층부터는 호텔을 지었다. 병원은 국제진료센터를 포함한 총 12개 진료과목의 150병상규모로 운영되고 있고, 호텔은 초국적 호텔체인인 이비스 엠베서더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다.

제주도의 한라병원은 오는 7월 개원을 목표로 수치료(스파의 일종), 미용, 성형, 건강검진 등을 중심으로 한 WE호텔을 건설 중이다.

의료관광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서울의 성형외과, 피부과, 한의원들은 이미 주변 숙박시설들과 제휴를 맺고 있는 곳도 있고, 이는 자체 숙박업소 설립보다 여러모로 편하다는 입장이다. 아니면 의원이 고급호텔 안에 입주하기도 한다. 리츠칼튼, 롯데호텔, 신라호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플라자 호텔 등 고급호텔 내에 피부과·치과·성형외과·한의원 등 피부·미용 중심의 의원 및 스파 등을 구축해 국내외의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가의 개별화된 의료서비스 및 유사의료행위를 제공하고 있다.

메디텔 허용, 수도권 대형 병원들의 환자 집중을 심화시킬 것

이처럼 이미 병원과 호텔의 관계가 가까워진 상황에서 이번 메디텔 설립을 제도화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의 언론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메디텔은 의료기관만 설립가능하나 호텔업의 일종이므로 투숙객을 외국인으로만 한정하기는 힘들다.

결국 외국인 의료관광객수가 많지 않고 그마저도 대부분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이 유치하는 현실에서 지방에서 원정치료 오는 국내 환자도 많아 내국인 숙박 수요 중심으로 운영할 수도 있는 수도권 대형병원이 메디텔 설립 허용의 최대 수혜자다. 자체적으로 호텔을 지을 수 있는 자금력도 갖추고 있다.

메디텔-2

이미 삼성서울병원은 일원역 주변에 호텔을 건립하려고 했었으나 관광호텔 건립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로 시청에서 승인하지 않아 2011년 포기한 바 있어, 이번 메디텔 설립 허용으로 미소를 짓고 있을 수 있다. 강동 경희대병원도 호텔을 설립하기로 결정했으나 관광호텔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지자체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또한 경향신문 기사에서 “병원들이 이런 하소연을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해온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서울 소재 대형병원으로의 전국의 환자 쏠림현상으로 보건의료 전달체계가 왜곡되고, 의료서비스의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병원이 자체 숙박시설을 확충할 경우, 외국인 환자는 물론이고 내국인 암환자·외래환자·건강검진 수요 등의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치는 관광호텔 건립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로 거듭 무산된 수도권 대형병원의 숙박업을 허용하기 위한 법 개정이다. 나아가 이는 현재 의료법에서 5%로 제한된 상급종합병원의 외국인 환자 병상 수에 제한을 두고 있는 현행 의료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어,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의 외국인 진료가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대사업 확대를 통한 병원의 상업화와 의료관광정책의 문제

이번 메디텔 설립 허용은 그간 논란이 많았던 병원의 부대사업 확대의 연장선이다. 병원의 부대사업은 진료에서 적자가 나는 부분을 진료 외 수익으로 보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병원의 상업화 경향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적정한 진료의 진료수익만으로도 병원이 운영될 수 있는 의료시스템 구축을 요구하는 의료계·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정부는 이를 앞장서 해결하는 것도 모자란 상황에서 거꾸로 부대사업을 확대해 병원이 진료 외 수익에 의존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번 메디텔 허용 추진은 병원의 숙박업 규제를 완화해 실질적으로 부대사업을 확대시켜주는 것으로, 이는 병원의 상업화 경향을 더욱 강화한다.

기업들의 ‘손톱 및 가시 제거’라며 기업의 규제를 적극적으로 풀어준다는 박근혜 정부의 기조 아래, 향후 병원의 다른 부대사업 확대도 예상해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적·효율적 재편이 아니라 의료비 절감이라는 목표 아래 병원의 상업화·영리화를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부창출이라는 논리 아래 무비판적으로 추진되는 정부의 의료관광정책들이 국민건강에 대한 고려 없이, 그것도 기획재정부 주도로, 병원을 하나의 기업으로 바라보며 철저히 경제적이고 관료적 입장에서 추진된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이번 메디텔 설립 허용도 기업들의 투자활성화, 관광규제개선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한국이 의료관광의 롤 모델로 삼고 있으며 의료관광 선두주자인 태국의 의료관광에 대해 세계보건기구는 “태국 GDP의 0.6%에 지나지 않는 의료관광사업이 건강불평등과 지역의 의료진부족을 낳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공병원 비중이 10%도 채 안 되는 한국에서 의료관광활성화가 의료기관, 의료 인력 등 보건의료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분석과 대안이 전혀 없는 채 무비판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국민건강의 심각한 문제다.

의료 상업화 정책을 중단하고 공공의료 강화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시기 공공의료 강화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정반대로 가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쇄에 대한 소극적인 대응으로 실질적으로는 진주의료원 폐쇄에 힘을 실어주고, 메디텔 설립 추진·원격의료 활성화 등 의료관광활성화 정책으로 의료의 상업화를 더욱 강화하려고 한다.

한국의 보건의료전달체계는 비효율적인 의료전달체계에 의한 수도권 대형병원의 환자집중 현상, 의료서비스의 지역적 격차 심화, 그로 인한 건강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이 절실한 시기이다.

이를 위해 공공의료의 확대· 강화를 기본으로 한 보건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재구축이 핵심 과제다. 이와 정반대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집중을 강화하고 의료의 상업화·시장화를 더 부추기는 박근혜 정부는 의료관광활성화를 앞세운 무책임한 의료상업화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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