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성장의 종말을 대비하라!
    [에정칼럼] 서평-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
        2013년 05월 20일 10: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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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까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경제민주화 법안이라 불리는 것들 중 일부가 국회를 통과했고,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각종 규제를 푸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 정책을 유추해볼 수 있을 따름이다.

    요약하자면 대기업의 경제활동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한에서의 소위 ‘경제민주화’로 수출 주도의 경제를 이어가고, 부동산 규제 완화로 가격 상승을 부추겨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창조’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하던 그대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하던 그대로’ 정책으로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창조든 뭐든 간에 GDP로 계산되는 경제가 앞으로 과연 ‘성장’할 수 있겠냐는 물음이다. 복지국가이든 경제민주화든 그 저변에는 경제가 성장해야한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물음은 박근혜 정부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보수와 진보, 좌파에게 공통되는 질문이다. 지난 2012년 대선에 출마한 두 후보 모두 경제 성장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만약 문재인 당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박근혜 정부와는 다른 진정한 ‘창조적인’ 정책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을까? 그리고 진보정당이 집권했더라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지향점에 대해 한 쪽에선 ‘창조경제’를, 다른 쪽에서는 ‘동반성장’을, 또 다른 쪽에서는 ‘재벌개혁’을 강조한다.

    <이코노미 인사이트> 5월호는 ‘제3의 성장전략을 찾아라’라는 주제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이동걸 한림대 객원교수의 인터뷰를 실었다. 약간의 지향점은 달랐지만 3명의 국내 최고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결론은 공정한 시장경제를 확립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성장의 과실을 공정히 분배하고 복지를 강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라도 대기업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변화시켜야 할 때라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의 경제 현실과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가설에 의하면 이들의 분석은 타당하다. 하지만 유한한 지구와 자원의 한계 하에서 ‘중단 없는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는 대전제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

    캐나다의 경제학자 윌리엄 리스는 “끝없이 성장하는 경제는 옳지 않으며, 성장 없는 경제가 환경은 물론 인류에게 더 낫다”고 말한다. 또한 “‘유한한 세계’라는 개념이 성장 없는 경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고전적 경제학자들이 설명하는 경제란 가파르게 위를 향해 끝없이 올라가는 곡선 모양인데, 이 곡선이 명백히 오류라는 것이다.

    자연과학자들에게 ‘세계의 유한성’이라는 명제는 당연한 진실인데 반해 경제모델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향후 세계 경제를 전망하는 수많은 책 중에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를 선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책의 저자인 리처드 하인버그는 세계 경제가 단순한 경기 후퇴가 아닌 성장의 종말을 맞이했음을 예리하게 논증하며 새로운 경제 현실에 어떻게 적응해야 우리 문명을 인간답게 유지할 수 있을지 전망하고 있다.

    이 책에서 성장이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석유를 비롯한 자원의 고갈. 둘째, 환경 파괴와 이로 인한 비용 증가. 셋째, 금융 시장의 붕괴. 언뜻 보면 연관이 없어 보이는 세 가지 요인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저자는 경제 성장의 종말의 세 가지 요인 중 핵심은 ‘석유’라고 강조한다. 산업혁명은 사실 화석연료 혁명이었다. 지난 200년간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경제 성장이 이뤄진 비결은 값싸고 풍부한 에너지원인 화석연료의 발견이다. 에너지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모든 활동의 전제조건이며, 에너지가 없으면 경제도 없다.

    이 때문에 에너지 공급이 줄고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경제 성장이 위축될 것이며 영구적 성장의 기대를 토대로 구축된 금융시스템도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세계 에너지 전망 2010>에서 전 세계 원유 총생산량이 결코 2006년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석유지질학자 캠벨은 2010년을 전후로 석유 공급이 침체하거나 유가가 치솟고 요동칠 것이며 이 때문에 세계 경제가 추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가 있다면 경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경제학에서는 ‘자원이 희소해지면 가격이 오르지만 결국 더 싼 대체자원이 등장하여 공백을 메운다’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2009년에 탈탄소연구소와 세계화국제포럼이 확장성, 재사용성, 에너지 밀도(단위 부피에 저장된 에너지), EROEI(투입에너지 대비 산출에너지) 등 10가지 기준을 이용해 석유에서 조력에 이르기까지 18개 에너지원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대체 에너지원이 화석연료의 고갈을 완전히 상쇄하는 확실한 시나리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각 시나리오의 놀랄 만한 공통점은 2100년이 되면 전 세계 에너지가 경제적 필요량에 못 미친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세계는 성장에 대한 에너지 한계에 도달했으며 이 한계는 즉각적이고 해결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환경 재앙도 경제성장의 종말을 예상케 하는 주된 요소다. 이미 지난 2006년에 발표된 <기후변화의 경제학에 대한 스턴보고서>가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스턴 보고서의 작성자 스턴 교수

    스턴 보고서의 작성자 스턴 교수

    보고서에서는 정부가 온실가스 방출량을 감축하지 못하면 전 세계 GDP 성장이 20퍼센트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발표 직후에 기후 영향의 심각성과 악화 속도를 과소평가했다는 거센 비판에 시달렸으며, 결국 2008년 4월에 “우리는 위험을 과소평가했다. 우리는 기온 상승과 연관된 피해를 과소평가했다. 우리는 기온 상승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고 인정했다.

    최근 인류 역사상 지구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평균치가 400ppm을 처음 넘어섰다.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는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전보다 2도 올라가 동식물 20~30%가 멸종위기에 놓이는 이산화탄소 농도 450ppm을 임계점으로 상정하고 있다.

    추가적 성장의 기대에 근거한 금융 시스템의 붕괴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저자는 2008년 9월에도 주택시장의 침체, 복잡하고 사기적인 금융 상품에 대한 의존, 고공 행진을 계속하는 에너지 가격, 이 세 가지가 결합해 시스템이 무너질 뻔했음을 지적한다.

    유럽에서 국가 부채 위기가 또 벌어질 경우에 비슷한 사태가 일어날 것임을 우리는 최근 목격했다. 금융시스템은 신용 위기 같은 주기적 내부 붕괴에만 취약한 것이 아니다. 에너지와 자원이 고갈되는 상황에서는 본질적으로 지속불가능하다. 금융 시스템의 규모가 커지면 사회는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다. 채무에 기반한 금융 시스템은 성장 없이는 유지될 수 없으며 결국 자신과 세계를 함께 파괴할 것이다.

    암울한 전망 아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저자는 전 세계 경제 담론을 바꿔야 하며, 성장의 종말에 어떻게 적응할지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은행 출신이자 생태경제학의 선구자인 허먼 데일리는 ‘정상상태 경제(Steady State Economy)’를 30년 가까이 옹호했다. 정상상태 경제는 물리적 부(자본)와 인구를 최대한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경제를 말하며, 인구와 (에너지와 물질의) 소비 수준이 일정하거나 소폭 변동하고 출생률과 사망률이 일치하고 저축·투자가 통화의 가치 감소와 일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최근에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탈성장 운동이 번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탈성장 경제학(degrowth economics)은 경제학의 새로운 분석 방식으로서 소비 축소를 통한 에너지 사용 감소와 환경 영향의 억제, 노동 패턴의 변화 그리고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오히려 생산하는 농사 방식의 회복 등에 초점을 둔다.

    저자는 현재 성장의 지표인 GDP를 대체하는 대안적 사회지표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 중 유력한 대안으로 최근 유엔에서도 논의된 바 있으며, 히말라야 산맥의 왕국에서 주창하는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을 언급한다.

    저자는 또 경제위기와 환경위기가 복합적으로 일어날 때 이에 대처하는 목표로 지역 차원의 복원력을 제시했다. 지역 차원의 대처가 의미 있는 이유를 국가적 정치·경제 관리체계가 탄력을 잃어 변화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불고 있는 협동조합, 대안화폐, 무이자 은행 등 새로운 경제에 대한 관심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해결책 중 하나와 연결된다. 물론 복원력이나 새로운 경제, 새로운 경제지표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서 이것들이 저절로 생겨나지는 않는다. 해결책은 결국 경제·사회 체제와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뿐이다.

    전환 운동, 협동조합, 대안 화폐가 전반적인 경제적 참상을 피할 만큼 빠르고 대규모로 보급될 가망은 전혀 없다고 저자는 일갈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시도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며, 더 열심히 더 일찍 시도할수록 불가피한 폭풍우를 이겨낼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는 말한다. “경제성장은 종말을 맞이할까? 그렇다. 그것은 세상의 종말일까? 결코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성장의 종말은 ‘지구의 종말’이나 ‘생명의 종말’이나 ‘인류의 종말’이 아니다. “자연은 때로는 느리고 점진적으로, 때로는 사납고 파괴적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성장의 끝나도 삶은 계속된다.”

    제로성장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녹색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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