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목받지 못했거나
    잘못 알려진 현대사의 사건들
    [책소개]《사건으로 읽는 대한민국》(박태균/ 역사비평사)
        2013년 05월 18일 01: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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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한국전쟁: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을 펴내 많은 관심을 받았던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의 박태균 교수가 이번에는 한국현대사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사건들을 선정했다.

    이 사건들은 한국현대사에서 결정적인 사건이었음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거나 잘못 알려진 사건들이다. 박태균 교수는 <사건으로 읽는 대한민국>에서, 한국현대사의 역사적 전환의 계기가 된 사건들을 선정하여 사건의 발생 배경과 전개 과정, 의의, 그것을 통해 현재 시점에서 되짚어야 할 점들을 정리했다.

    이 책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필자의 역사관이다. 역사를 연구하면서 그동안 느꼈던 문제의식을 담고자 했다. 특히 역사와 사회를 분석하고 인식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역사관은 단지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역사가 현재를 설명해주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월별로 살펴보는 한국현대사의 그때 그 사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현대사의 사건을 월별로 정리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인 시대순 사건 나열이 아니라, 1월부터 12월까지 각 월별로 한국현대사에서 주목할 만한 4~5개의 사건을 선정하고, 이를 설명해가는 방식이다.

    그리고 달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두어, 프롤로그에서는 계절적 단상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 그달에 일어난 사건의 특징을 정리하고, 에필로그에서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저자의 성찰과 문제의식을 담아냈다.

    사건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

    저자가 월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단 제목을 살펴보면, 해당 월에 일어난 사건의 특징을 짐작해볼 수 있다. 예컨대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3월에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5·16쿠데타, 5·17쿠데타, 5월 광주민주항쟁이 일어난 5월은 ‘잔인한 5월’이라 했다.

    한국에서 가장 큰 태풍인 ‘사라’가 이 땅을 강타하고, 한국민주당이 창당되었으며, 북한이 NLL 무효 선언을 한 9월에는 ‘예측 불가능한 일’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렇다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한국현대사의 사건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대표적으로 1월을 살펴보자.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1월, 그래서 사람들은 1월에 희망을 품고 계획을 세운다. 1월이 한 해의 희망을 생각하고 무언가를 결심하는 달이기에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국가적 플랜도 1월에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1월에 나타난 큰 사건에는 대체로 내부보다는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아 촉발된 일이 많았다고 평가한다.

    1946년의 반탁운동(1945년 모스크바 3국 외상회의의 한반도 결정서 때문에 촉발), 1962년의 경제개발계획(1961년 케네디 행정부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계획 원조), 1968년의 안보 위기(베트남전쟁으로 인한 남북 간 갈등) 등이 모두 외부로부터 촉발되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1월의 사건을 정리하면서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며 반민특위의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일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이렇게 저자는 월별 주요 사건을 통해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에 실패하지 않는 방안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저자는, 역사가 골치 아프고 낯설기만 한 젊은 세대들과 함께 일 년 열두 달의 흐름에 따라, 일상의 상념에 따라 ‘내 삶 속의 역사’를 음미해보고자 했다. 그리하여 삶 속에서 역사를 사색하는 즐거움을 알려주고자 했다.

    세계사적 흐름에서 살펴보는 한국사

    이 책은 대부분 한국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서술하고 있지만, 몇몇은 세계사적 사건이다. 고개가 갸우뚱할 수 있다. 대체 한국사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예컨대 6월의 사건으로 선정된 오키나와 전투, 7월의 사건으로 선정된 세계 최초의 핵실험과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수립, 11월의 사건으로 제시된 닉슨의 미 대통령 당선 등이다. 이 밖에도 ‘한국현대사’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 책에 왜 들어갔을까 싶은 세계사적 사건은 더 있다.

    저자는 강조한다. 한국현대사의 흐름은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또한 그렇게 볼 때 한국사의 보편성도 찾을 수 있다고. 지금까지 한국의 역사교육은 한국사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사를 세계사적 보편성에 비춰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세계사적 사건이 한국에 영향을 미쳐 한국에서 새로운 사건을 일으키거나, 세계사적으로 공통된 흐름이 한국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1975년 남베트남의 패망과 1976년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의 수립은 한국사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한국 대통령 선거도 아니고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닉슨이 당선된 일은 대체 한국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남베트남이 패망한 1975년은 한국에서 유신 체제 반대운동이 한창 전개되고 있던 때였다. 이러한 시기에 남베트남이 패망하고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이 수립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박정희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야당의 투쟁을 무력화시키고 긴급조치 9호를 발동했다.

    한편 1968년 미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은 닉슨독트린을 발표하고 주한 미군의 감축을 추진했다. 안보적으로 불안함을 느꼈던 박정희는 유신 체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한국과 관계없을 것 같은 사건은 한국 정치와 사회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박태균 교수는 세계사 속에서 한국 역사의 특수성을 밝혀내고, 그것을 다시 세계사 속에서 보편화하는 작업을 해 나가야 한다고 거듭 말한다. 저자는 한국사에만 매몰되지 않고 세계사적 흐름에서 한국사를 톺아본다.

    다른 역사서에서 접할 수 없었던 새로 발굴된 자료

    저자가 ‘책머리에’에서 밝혔듯, 이 책은 다양한 계층의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건 중심으로 간결하게 한국현대사를 정리하고, 각 사건들을 ‘어제’와 ‘오늘’의 관련 속에서 흥미롭게 읽어보면서 역사적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서술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오늘의 삶 속에서 정치·경제·사회 문제에 대한 관점을 다듬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쉽게 읽을 수 있는 구성과 서술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다른 어떤 책에서 보지 못한, 새로 발굴한 자료도 함께 실어 사건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갖추고자 했다.

    이를테면 스탈린이 체코 대통령 고트발트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한국전쟁이 소련에 의해 미국이 개입한 전쟁이라고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또한 중국 주재 동독대사관의 보고서를 통해 1975년 김일성이 중국을 방문한 것과 관련하여 제2의 한국전쟁을 계획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밝혔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는 무단으로 반공 포로를 석방한 이승만을 제거할 수도 있다는 미국의 언급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한국현대사의 사건 전개와 관련하여 당시 상황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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