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성호 트레이드, 정말 옳았을까?
        2013년 05월 17일 03:1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2010년 초, 두산이 장성호를 노린다는 공공연한 소문이 있었습니다. 2009년 두산은 잦은 부상 때문에 타선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종욱과 고영민의 부상이 좀 아쉬웠고, 발야구라는 특유의 팀 색깔이 많이 희석됩니다.

    이런 가정은 의미가 없겠지만 정말 그 때 장성호가 만일 두산에 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한화의 13연패의 비난의 초점이 조금은 다른 곳으로 갔을까요?

    장성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장성호는 과거보다 명성이 퇴락한 것은 장타의 감소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0년 기준으로 봐도 장타율 감소는 좀 급격하게 내려갔습니다.

    결과적으로 그의 포지션이 된 1루와 좌익수가 장타를 요구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최희섭과 나지완에게 밀린 것도 한화로 다소 손쉽게 넘어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직장인으로써 명예퇴직을 당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장성호는 저니맨의 조짐이 언젠가부터 있었습니다. 이름값으로 보자면 대단한 선수이기는 하나, 그 선수도 기량은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장성호도 이제 상당한 고참입니다.

    한화시절의 장성호(KBO)

    한화시절의 장성호(KBO)

    우리 육신 자체가 강철로 되어있지 않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숙명입니다. 실제로 장성호는 지금 두산도 아니고 이후 이적한 한화도 아닌 롯데에서 현재 뛰며 절치부심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신예 송창현과 맞트레이드가 되었는데, 현금이나 기타 롯데의 추가 자원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한화 팬들은 분개했습니다. 트레이드를 하더라도 왜 저런 트레이드를 하느냐에 대한 성토였습니다.

    아시다시피 한화는 장성호가 없는 상황에서 올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고, 전무후무한 개막 이후 13연패를 기록합니다. 이 당시 김응룡 감독의 새로운 별명 중 하나는 ‘킬끼리(kill+코끼리)’라는 것도 생겨납니다. 무리한 젊은 선수들의 연투, 특히 송창식 같은 선수들의 연투 때문에 붙여진 별명입니다.

    또한 장성호의 트레이드 때문에 선수 보는 눈도 없는 지도자라는 비판이 언젠가부터 따라다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응룡 감독은 삼성 시절, 선수들의 혹사를 막기 위한 그리고 은퇴한 선수들의 복지를 위해서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했다고 알려져 왔음에도 말이죠.

    거슬리는 표현들이 사실 눈에 많이 띄던 그 때였는데, 그 중 하나는 “전라도 해태 출신들은 쓰레기다”라는 이야기들입니다. 개태, 개아라는 말도 많았죠. 전라도 빨갱이들의 선수 가르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서부터, 특유의 지역 가르기 표현들이 눈에 띕니다.

    “경상도 출신 류중일이나 부산에서 중학교를 마친 김경문은 그렇지 않다”라는 이야기를 근거삼아, 단순히 한화 이글스 코치진들이 우승에 목마른, 단순히 김응룡 감독의 1500승에 대한 집념과 그들의 일자리를 보전하기 위한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는 이들로 일부 네티즌들이 선동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스포츠에서조차 볼 줄이야. 물론 야구가 지역주의에서 태동했기에 이해는 합니다.

    요즘 그나마 잠깐 조용한 것은 한화가 가끔 잘할 때도 있다는 것, 그리고 롯데의 장성호가 부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특정 선수 혹사+장성호의 부활로 한화 코칭 스탭진들이 주로 비난을 받아왔는데, 최근 들어 장성호가 부진하려는 조짐이 다시 보이며, 하나의 주장이 사그라들고 있는 셈입니다. 전라도식 야구 교육법에 대한 비난도 다소 줄어든 눈치입니다.

    개인적으로 한화팬이지만 장성호 선수가 잘해주길 바랍니다. 그러나 모든 선수가 40세를 넘어서도 건재하는 모습을 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장성호 선수 트레이드에 대한 아쉬움은 있을지 몰라도, 어차피 한화 입장에서는 중첩되는 포지션들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장성호를 두고, 한화의 대타로 쓰는 것이 효율적이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도 있지만, 그렇게 고액연봉자를 묵혀두는 회사는 정말 흔치 않다는 부분들을 말씀드리고 싶더군요.

    한화는 올 시즌이 시작되면서 전력의 90이라고 이야기되던 류현진이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양훈은 군 입대를 했고, 박정진-강동우는 부상이며 고령입니다. 안영명, 박찬호를 이야기하지만 예전에도 팀에 큰 승리 기여도가 있었던 이들은 아니었습니다. 전력 자체가 부실한 팀이고, 그렇다고 FA로 누군가 보강이 된 것도 아닙니다.

    그 와중에 장성호가 트레이드 되었기 때문에, 왜 없는 전력에서 더 내줘서 이 모양을 만들었나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올 시즌 9위가 될 확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많은 팬들은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올 시즌 리빌딩을 해야 하는 해라고. 감독의 임기는 2년. 리빌딩은 미국에서처럼 팜 시스템이 강한 곳에서나 그나마 진행하기 용이합니다. 한국에서는 트레이드가 자유롭지 못하고, 신인급 선수들이 이제 미쳐주는 시대도 아닙니다.

    장성호의 트레이드가 옳은지, 그른지는 5년은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K출신의 박재홍 현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두 선수 모두 은퇴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지나치게 소모적인 논쟁은 조금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야구를 보는 것 자체가 즐기기 위한 것 아니던가요.

    필자소개
    '야구 좋아' 필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