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고 때론 후회스럽지만
수치스럽지 않는 삶을 위해”
5월 17일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2013년 05월 16일 01: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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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광화문광장에서는 국제 성소수자혐오 반대의 날(5월 17일)을 맞이하면서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인 ‘군형법 제 92조의 6’ 폐지를 위한 1만인 입법청원운동 선포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하면서 했던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모욕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하고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유엔인권사무소가 2013년 ‘국제 성소수자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새로운 메세지를 발표하면서 이것을 수수께끼라고 표현했습니다. 정말로 중요한 수수께끼입니다.

(https://www.facebook.com/ilikecomingout 에서는 번역문을 볼 수 있습니다. 번역제공: 동성애자인권연대 번역모임)

어떤 나라에서는 동성애자라는 것이 알려지면 형사처벌을 받고, 고문을 당하고 사형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트랜스젠더라는 존재를 전혀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삶을 위협하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국가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난민신청을 한 이들을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몇년전 파키스탄에서 온 동성애자 남성과 최근에 우간다에서 온 동성애자 여성이 자국에서 살해 위협을 피해서 한국에 왔던 것입니다. 며칠전 러시아에서는 어떤 남성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에 있던 두 명에 의해서 잔혹하게 살해당했다는 소식도 접했습니다.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요? 이러한 혐오와 폭력에서 자유롭습니까? 이러한 난민을 받아들이면서도 군대 내에서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나라, 공공기관에서 기본적인 성소수자 인권 옹호 현수막조차 거부하는 나라, 기본적인 차별금지 원칙을 발표하려고 할 때마다 창궐하는 혐오선동 앞에서 침묵하거나 오히려 동조하는 정치인과 공무원이 있는 나라입니다.

작년 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기자회견 자료사진(출처는 NGA홈페이지)

작년 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기자회견 자료사진(출처는 NGA홈페이지)

이러한 점을 볼 때 생물학적인 생명은 보호하겠지만 침묵하고 드러내지말고 살아가라는, 사회적으로 죽은 삶을 강요하는 나라입니다.

어떤 이들은 궁금해 합니다. 한국에서 성소수자가 어떤 차별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지, 얼마나 심각한지를 묻습니다. 이 질문을 이제 되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주변 가까이에서 성소수자의 삶을 지켜보고 관계를 유지한 적이 있는지를, 한번이라도 성소수자 시민들을 위한 공적 결정과 예산을 배정한 적이 있는지를 말입니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차별과 폭력의 양상은 침묵을 강요하고 공적으로 논의할 수 없는 삶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강제적으로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 학교와 군대 등에서는 일상적인 차별과 폭력이 오래전부터 노출되어 왔고 심각성을 제기해 왔지만 이를 시정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펼친바가 없습니다. 오히려 차별과 폭력의 피해자를 탓하고 수치심을 강요합니다.

성폭력 사건의 신고율이 10%밖에 안된다는 통계는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폭력을 엿보게 하는 연관된 거의 유일한 지표입니다. 침묵을 강요당하고 요구할 수 없도록 만들고, 문제가 생겼을 때 없는 것으로 만드는 차별과 폭력. 그리고 차별금지법이나 학생인권조례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 선언에서 언급조차 할 수 없도록 만드는 보수정치화된 기독교계의 폭력이 현재 한국사회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성소수자들이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침묵의 강요와 존재 부정의 사회속에서도 없어지지 않고, 없어질 수 없이 살았습니다.

이 수수께끼의 비밀을 정치인이나 과학자, 종교인들에게 위임하지 않고 스스로 풀어내고자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수수께끼를 풀고나면 거기에는 수치심이나 절망 대신 세상이 조금씩 나아질 거라는 희망과 부당한 억압에 맞서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용기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어쩌면 혐오하는 이들의 맨얼굴을 볼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며칠전 러시아에서 살해당했던 동성애자를 보며 한 방송인이 했던 말을 전합니다. 용기를 내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두렵고 때로 후회스럽지만 더 이상 수치스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러시아 커밍아웃 관련 기사)

그래서 그 노력을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그 혐오를 반대하는 이들, 부당한 억압에 맞서는 모든 이들,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라는 이들 모두가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조금 더 인간다워지기 위해서, 조금 더 서로의 존엄을 확인하고 지켜주기 위해서.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과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신고 및 지원을 네트워크는 유일한 동성애 처벌법,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를 위한 1만인 입법청원운동을 시작합니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1만명을 함께 만들어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관련 글 링크)

필자소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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