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문제, 전체 노동자의 싸움
애커슨과 박근혜의 자본동맹
    2013년 05월 14일 09: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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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민기 지부장은 지난 5월 1일 디트로이트에서 GM 애커슨 회장을 만났다. 애커슨 회장은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 통상임금 소송비용과 환율문제를 언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의 회장이 한국의 사법부의 판결과 한국의 경제정책에 대해서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발언이었다. GM의 애커슨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그리고 계획했던 대로 위 두 가지 문제를 언급을 했다.

애커슨 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만남 이후로 통상임금 소송 문제가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애커슨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통상임금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면 8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그가 말한 80억 달러 투자는 지난 2월 회사의 경영설명회에서 한국지엠 조합원들에게 이미 밝힌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이다.

그 동안 한국지엠지부는 그 돈의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해 왔다. 그 와중에 애커슨 회장은 통상임금 소송이 사측에 불리하게 흘러가자 타국의 대통령에게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GM 회장의 한국 사법부에 대한 비상식적인 개입요구에 대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사법부의 판결에 개입하겠다는 초법적인 답변으로 응수함으로써, 철저히 자본의 편에 서 있음을 보여주었다.

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은 상식에 근거한 결정이다.

그동안 한국의 기업들은 임금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편법적인 방식의 임금을 확대해왔다. 상여금과 각종 비통상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임금지급을 통해서 기업들은 잔업, 특근수당, 퇴직금등에서 막대한 임금비용을 절감해왔고 그만큼 노동자들은 손해를 봤다.

상여금은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소정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금품’이라는 통상임금의 정의에 명백하게 부합한다. 따라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법원의 판결은 늦기는 했지만 상식에 근거한 판결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주)금아리무진 노동자들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시간외 근무수당 등 각종 수당의 산정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국지엠 노동자들도 통상임금 소송 1, 2심에서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제 상여금등이 통상임금으로 포함된 임금지급을 받는 것은 한국의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가 되었고 한국지엠을 비롯한 한국의 기업들은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고 정부는 제대로 집행이 되게 할 책임이 있다.

애커슨에게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강탈할 권리는 없다

통상임금소송은 한국지엠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전체 노동자들의 문제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한국의 자본가 집단들은 판결을 뒤집기 위한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전경련, 경총은 통상임금소송으로 금방 한국경제가 거덜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고 이들을 대변하는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은 기업이 추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100조가 된다는 등 자본가 집단의 아우성을 연일 특집으로 다뤘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희건 정몽구건 정부와 법원을 향해서 직접적으로 통상임금 판결을 뒤집어달라는 이야기는 감히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애커슨 GM 회장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한국의 노동자들을 얼마나 우습게 봤던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 노골적인 협박을 했다.

애커슨 회장이 무슨 권리로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강탈할 수 있는가? 애커슨 회장에게 요구한다. 한국의 사법질서를 뒤흔드는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라.

기업의 입장 대변하겠다고 노사정 협의 제안한 박근혜 정권

애커슨 회장의 요구에 대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화답한 것을 즉흥적인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전에 조율되고 준비된 답변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입법부와 사법부를 한 손에 쥐고 흔들던 아버지 박정희를 본받고 싶은 것인가? 박근혜를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쿠데타가 아닌 선거라는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서 당선되었기 때문이고, 헌법 질서를 지키고 존중하는 한에서만 대통령일 수 있다. 그 어느 누구도 박근혜 대통령에서 사법부 판결을 뒤엎을 권리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상임금 판결로 기업에 부담이 느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으로 한국경제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대기업들이 움켜쥐고 있는 돈들이 노동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서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문제 등 절박한 노동자들의 요구에는 귀를 막고 대화를 하지 않다가 통상임금 소송문제해결을 위한 노사정 협의라니 이런 삼류 코미디가 따로 없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사법부의 판결을 뒤엎으려는 초법적인 발상을 당장 그만둬라.

기본급 비중이 턱없이 낮은 임금체계 개편해야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변경이 필요하다

현재 통상임금 문제의 근원은 기본급이 턱없이 낮은 왜곡된 임금체계에서 기인한다. 기업들은 기본급 인상을 꺼리고 있으며,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시 산정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을 줄이기 위해 꼼수를 부려온 것이다.

노동자들은 8시간 법정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수준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생활임금을 벌기 위해서는 연장이나 휴일근로 등 장시간의 초과근로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해 초과근로는 관행처럼 굳어온 것이다.

현재 통상임금의 문제는 소송을 통해 떼인 돈을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임금체계를 바꾸기 위한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또한 최근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 산정지침’에 관한 예규를 변경하지 않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적 성격의 금품, 통근 수당, 차량유지비, 월동수당, 가족수당, 급식비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가 기업에 미칠 파급력만 걱정하면서, 잘못된 통상임금 산정기준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것이다.

통상임금 문제, 전체 노동자들의 싸움이 되었다

한국지엠지부에게 지금까지 통상임금 소송은 법적인 문제였다. 노동조합은 소송을 제기해 승소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한국지엠도 김앤장이라는 자본의 입장에 충실한 로펌을 통해 법적인 대응에 머무는 한에서는 그랬다.

하지만 자본가 집단은 소송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판을 깨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경련, 경총이 움직이고, GM이라는 초국적 기업의 수장까지 움직이고, 박근혜까지 동조하고 나섰다.

이미 법원 담을 넘어선 싸움이 되었다. 저들은 판을 키웠고, 우리는 투쟁의 전선을 넓혀야 한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상여금의 통상임금화라는 한국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애커슨 회장의 오만함을 꺾기 위해서 전국의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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