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분석
    정리해고 양산 요인 '경영상의 이유'에 대한 개정 없어
        2012년 06월 05일 04: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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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대 국회의원 첫 임기일인 지난 5월 30일 민주통합당 127명의 전원 찬성으로 근로기준법(근기법)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민주당이 우선 과제로 제시한 19개 민생법률 중 하나이다. 그 중 근기법 개정안은 ‘고용안정’ 의제 법안 중 하나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문화하는 것 이외에도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자는 취지이다. 민주당은 제안 이유에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등 많은 사업장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가 발생했으며, 정리해고 이후 사회안전망이 충분하지 못해 해당 근로자 및 가족의 자실이 잇따르는 등의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노총과 민변에서도 총선을 전후로 각 ‘우선 입법 10대 과제’와 ‘2012 개혁입법과제’를 통해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골자의 근기법 개정을 촉구해왔다. 이에 민주노총과 민변이 제시하는 안과 민주통합당이 실제 발의한 안을 비교 검토해보고자 한다.

    근기법 제24조(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1항은 해고를 하지 않으면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정리해고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에 민변과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입법요구안에서 1항 내용을 개정해 생산성의 향상 및 경쟁력의 회복, 신기술 도입이나 업무 방식의 병경, 업종 전환, 일시적 경영 악화, 장래에 올 수 있는 경영 위기 등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 안을 제시했다.

    2항도 새로 신설해, 1항에 따라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할 때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해고임을 고려하여 자산매각, 근로시간 단축, 순환휴직, 전환배치 등 계속 고용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경우 제1항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인정하지 않는 내용을 삽입했다.

     민주당, 정리해고 1항에 대한 개정 없어

    하지만 민주통합당의 개정발의한 안은 1항은 현행 그대로 두었다. 다만 기존의 2항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할 경우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 하여야 하며’의 문구를 ‘근로시간의 단축과 업무의 조정, 전환배치 등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 하며, 해고 회피의 노력을 다하지 않을 경우 1항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되어있다.

    구미KEC의 정리해고 규탄 집회(사진=노동과세계)

    이는 1항의 경영상 해고의 사유 조항은 그대로 둔 채, 해고 절차와 해고 회피 과정에 대해서만 이전보다 엄격하게 개정한 것이다.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법리는 크게 실질적 정당성(해고사유)와 절차적 정당성(해고절차)에 관한 부분으로 나뉘는데, 민주당의 개정안은 절차에 대한 부분만을 수정하는 내용인 것이다.

    현재 법원이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고 있는 “경영상의 사유”를 그대로 둔 채 절차만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 한계를 가진다. 다만 법원은 해고회피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리해고를 할 경우 사유만 정당하다면 해고가 정당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해당조항을 임의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2항 개정안은 이를 강제규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민변과 민주노총은 노사간의 충분한 협의를 위해 현행 50일간의 사전협의기간을 90일로 늘리고 부득이 정리해고시 노동부장관 신고 조항을 신고가 아닌 ‘승인’으로, 또 실제로 사용자가 정리해고 요건에 대한 개별 요건을 이행했는지를 조사, 감독하도록 해 탈법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제시했다. 현행법 3, 4, 5항에 해당된다.

    민주통합당은 3,4항 그대로 두었다. 현행 사전협의기간 50일,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는 것 모두 그대로이다. 현행법 5항 사용자가 1~3항까지 규정에 다른 요건을 갖추어 해고한 경우 정당한 해고로 보는 것을 1~3항의 요건을 ‘갖추지 아니하고’ 해고할 경우 정당한 해고로 보지 않는 것으로 절차 과정에 대해 강조하는 문구로 바꾸었다.

    또한 6항을 신설해 노사간 1~3항의 따른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 요건 및 협의 절차 등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올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삽입했다.

    해고의 정당한 이유와 회피 노력 없이 전직 계획만 공들여

    민주통합당은 근기법 제24조 2호를 신설해 ‘해고의 협의’를 신설했다. 민변이 제안한 해고의 협의와 관련해 근로자대표에게 정리해고의 제안 이유, 해고할 근로자의 수와 종류, 해당 사업장에 고용되어 있는 총수, 해고자 선정의 기준과 방법, 해고 시기를 포함한 합의된 절차를 고려한 해고시행 방법, 법정 외 정리해고수당의 계산방법 등에 관한 정보를 문서로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그대로 반영되어있다.

    다만 민변이 제시한 제24조의 2호 3항인 사용자가 전항을 위반할 경우에는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가 없는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민주당 개정안에는 빠져있다. 협의 위반에 대한 조치가 빠진 것이다.

    민변이 제24조 3호로 제안한 승인신청서 등 제출 의무는 동 조항 ‘전직지원계획의 승인’으로 되어있다.

    민변이 제안한 24조 5항에 따르면 노동부장관의 승인 신청 시 제출 자료를 해고승인신청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증명하는 자료, 계속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 근로자대표에게 제출해야 할 정보, 우선재고용계획 등을 제출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해고를 위한 경영상의 요건과 회피 노력이 얼마나 충족됐는지에 대한 여부를 보다 강화하는 것이다.

    반면에 민주당은 ‘전직지원계획’에 중점을 두었다. 민주당의 안은 노동부장관에게 신고시 사업장 내외부의 해고회피 계획, 전직을 위한 직업훈련의 계획, 전직 직업훈련기간 동안 임금의 지원, 우선재고용계획 등에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되어있다. 정말로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가 불가피한 것인지, 해고 회피를 노력했는지가 전제되어있지 않고 전직 지원계획을 이유로 해고를 정당화하는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한 민주당의 안은 24조 2의 2항을 통해 전직지원계획의 승인을 받지 않고 한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로 본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기존의 24조 4항의 노동부장관 ‘신고’ 조항은 그대로 두고 이 부문만 ‘승인’으로 두는 것은 입안에 있어 정교하게 만들지 않았거나 해고 회피에 대한 노력보다는 해고를 이유로 전직지원에만 중점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

    우선재고용 기간에 대해서는 혼란

    제25조 우선 재고용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제1항의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할 경우 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한다는 조항은 그대로 두었다. 하지만 신설된 4항에서 “해고자는 해고된 이후 4개월 이내에 재고용을 사용자에게 신청해야 하며 신청이 없는 경우 재고용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여 1항의 3년 규정과 충돌한다. 또한 4항의 이어지는 부분에서 “사용자는 신청일로부터 1년 이내에 그 자격에 적합한 공석의 직종과 업무 전부에 대하여 해고자에게 재고용의 통지를 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혼란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실무상의 실수인지 다른 의미를 내포한 것인지가 모호하다.

    민변은 ‘승인신청서’에 해고 이유와 함께 재고용 우선권의 존재, 시행요건을 기재해야 하고, 해고 당시 같은 업무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업무에 우선 재고용 할 수 있는 등 해고자가 재고용될 수 있는 조건을 보다 넓힐 수 있도록 제안하였다.

    재고용 우선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의 벌칙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민변은 이를 위반하는 경우 사용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으로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근속 2년 이상 해고자의 경우에만 해고 전 평균임금 2개월 이상의 범위에 근속년수를 비례하는 범위에서 고용노동부장관령으로 정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제시했다.

    하지만 고용의무나 고용의제를 명확하게 하지 않고 구체적인 손해배상 산출방식이나 금액을 제시한 것은 법적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시행령이 정하는 범위’의 문구가 있다면 법률로써 명시할 이유가 없다.

    개정 법률안의 부실, 실수인가?

    민주당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정리해고의 문제점을 해소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쌍용차, 한진중공업 사태의 교훈은 ‘경영상의 이유’라는 모호한 조항은 해고 회피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정리해고를 강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악용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에 민주당이 발의한 근기법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호한 경영상의 정리해고 요건을 전혀 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리해고의 순차적 과정을 볼 때 제24조 1항의 전면 개정이 먼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는 나머지 해고 회피의 노력이나, 우선 재고용 문제는 근본적 한계를 가지는 것이다.

    사소한 문제일 수 있겟지만 노동부장관의 신고와 승인이 엄연히 다른 데도 항마다 이 쓰임이 달라 최종적으로 노동부장관의 승인 요건으로 강화하려는 것인지, 일부 전직계획에 대해서만 승인 하겠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시행령이 정하는 범위를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인 손해해상 산출 방식을 제시한 것도 의아스럽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우선 재고용 의무를 위반하는 사용자에 대한 벌칙이 없는 것은 더욱 의아스럽다.

    이에 노무법인 <기린>의 이기중 대표 노무사는 “정리해고의 절차에 대해 규정할 뿐, 사유에 대해 규정하지 않은 점은 한계이다. 현재 정리해고 사유를 법원이 지나치게 폭 넓게 해석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규제가 절실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노무사는 “개정안 자체가 정교하지 않은 문제도 있다. 3년 이내 우선 재고용과 관련해서는 4개월 재고용 신청 조항이나 1년 이내 재고용 답변 조항 등이 섞여 있어서 실무 차원의 실수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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