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의 야구만 정답인가
    2013년 05월 09일 02: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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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자본주의가 낳은 또 다른 산물이라고 합니다. 최근 그런 흐름들을 야구 관련 뉴스나 게시판에서 쏟아지는 팬들의 반응으로부터 잘 읽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어느 감독이 호구였다가 공명이 되고, 우승을 이끈 감독은 우주의 기운이 몰렸다고 조롱받는 것이 요즘의 야구 문화입니다.

감독이 욕먹는 대가로 연봉을 많이 받는다고 하지만, 사실 도가 지나칠 때도 있습니다. 야구에 대해서는 오로지 키보드 앞에 앉아 두들기는 것 이외에는 알지도 못하는 자들이 야구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능멸하는 참담한 장면이 목도되는 실정입니다.

이 역시 내 의견에 동조하면 동지, 그렇지 않으면 적으로 몰립니다. 무능한 감독을 비난하는 것은 동지의 당당한 투사로서의 순교자 정신입니다. 조금이라도 그를 옹호한다면 사정을 알지도 못하는 채 지껄이는 구단의 앞잡이이자 역적이라고 떠드는 것이 요 근래 팬들의 정신입니다.

최근 불거진 SK 와이번스 관련 이만수 감독에 대한 비난은 그래서 도를 넘어선 부분들이 많습니다.

한 게시물을 예로 보시죠. “김성근 감독님의 뒷통수를 친 이만수는(이름조차 쓰기 더럽다.) 정상호는 물론 교회를 다니지 않는 선수들을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정상호의 경우 결혼식 때 주례로 김성근 감독님께 부탁드렸다는 이유만으로 제가 아는 모 선수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만수 감독에게 버림받았다고 하더군요. 실력으로 증명된 선수들, SK에서 우승 공신으로 회자되던 선수들을 모두 2군에 몰아세우며 은퇴를 종용하고 있습니다. 이게 다 유다 이만수의 행태이자 현 단장 및 전임사장과….”

과거 기자가 정보에 다가설 수 있는 핵심이었다면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팬들도 독점적인 정보에 다가설 수 있는 시대에 서 있습니다.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릴 수 있고 작심하고 음해할 수도 있습니다.

한 번은 한 명문대 여학생으로 밝혀진 네티즌은 “오프라인 상의 민주화만큼 온라인상의 정의구현도 반드시 필요하다. 야구도 그렇다“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에는 주변을 조금 아연실색하게 만들더군요. 우리가 본 것도 아닌 정확한 정보도 아니면서 가공되었을지도 모르는 소문에만 집중하게 된 사례가 이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분명 야구는 적과 동지를 가려 투철하게 살도록 만드는 근간이며, 증오를 부르는 도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도 옳을 수 있다는, 혹은 왜? 라는 질문은 거세된 채, 오로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태도가 지금 팬들의 보편적인 태도가 되었습니다.

각종 게시판은 이제 선동의 도구가 된지 오래입니다. 구단과 맞서서 자유를 쟁취하는, 그러나 실제로는 억압받은 적도 없는 자들이 헛선전을 한 지 오래인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특정 감독 음해는 물론 살해 계획을 공모하는 카페를 만들려는 움직임까지 목격되면서 이제 야구를 넘어서 오프라인 범죄로 번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야구는 야구일 뿐, 그것은 자유를 위한 투쟁의 장도 아니요, 자본에 맞서 싸우는 진리 탐구의 장도 아니라고들 합니다. 물론 각자마다 받아들이는 부분들은 다를 수 있습니다.

팬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팬덤은 스스로 권력으로 행세하려 합니다. 기자가 기래기가 되고, 자신의 머릿속에서 생겨난 정보들을 팩트로 퍼블리싱합니다. 팬의 의견 – 다수라고 불리기를 원하는 – 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들의 곧 적입니다.

그 와중에 순수 야구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은 야구장에서 추방되고 있습니다. 책임지지 않는 권력은 곧 독재입니다. 지금 팬들은 독재를 행하고 있습니다.

적과 동지로 나누는 야구문화는 배격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야구가 보편성을 잃고, 그들만의 잔치로 가는 첩경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오답이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의 절대적임을 내세워 말도 안 되는 루머를 양산하는 것도 분명 문제는 맞지 않겠나 싶습니다.

필자소개
'야구 좋아'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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