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상점을 생각한다
[에정칼럼] 탈핵과 재생에너지...직접 경험을 통해 느껴야
    2013년 05월 09일 09: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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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녹색위원회에서 4월초 두 주에 걸쳐 적정기술 세미나와 실습 행사를 가졌다. 충남 천안과 서울 수유시장 문화공간을 활용하여 바이오디젤 추출하기, 천연페인트 만들기, 태양열온풍기와 태양광발전기 설치 등을 당원들과 직접 해보았다.

처음 하는 것이라 준비물 구비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바이오디젤과 천연페인트, 로켓 우드가스 스토브는 경험 많은 강사님들이 재료를 모두 준비해 오셔서 수월했지만 태양열온풍기와 태양광발전기는 부피도 큰 데다 임기응변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태양열온풍기는 주름관, 단열페인트, 투명필름이 기본으로 필요했고, 틀을 짤 목재도 있어야 했다. 다행히 실습과 설치를 진행한 문화공간에 목공작업실이 딸려있어 이래 저래 융통을 할 수 있었다.

태양광발전기는 220와트짜리 모듈 하나를 마이크로인버터를 통해 가정용 콘센트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모듈은 후원을 받은 물량이 있어 직류를 교류로 바꾸어주는 인버터와 발전량 계측기만 사면 될 것이라 간단히 생각했다.

웹사이트에서 적당한 물건들을 봐두었지만 설치 안전성과 관련해서 더 확인했으면 하는 것들이 있어서 매장에 가서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구나 전자기기 관련 부품이면 무엇이든 있는 게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한 서울 청계천 상가다. 청계천에서 구한 부품을 모으면 탱크 한 대도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청계천 상가를 찾아갔을 때, 인버터나 계측기 취급이라고 적혀 있는 가게는 많았지만 온 거리를 돌도록 우리가 원하는 장치는 구할 수 없었다. 심지어 태양광 발전 설비나 부품을 취급하는 곳조차 청계천엔 없는 듯했다. 인터넷으로 구입하기엔 이미 시간이 촉박했고, 할 수 없이 다음 날 인버터 전문 취급사가 있는 성남까지 가서야 물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자전거발전기의 모습

자전거발전기의 모습

다행히 태양광발전기 설치도 무사히 마쳤고, 적정기술 실습은 좋은 평을 받았다. 그렇지만 재생에너지 장치 또는 적정기술 기자재들에 범상한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의 발견도 중요했다.

태양광발전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것 같지만, 서울 시민 누군가가 자기 집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싶다면 많은 관문을 넘어야 할 것이다. 책방을 가 보아도 가정용으로 표준이 되어있는 3kW 설비용량 이하의 태양광 발전에 관한 책은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더 큰 용량에 관한 기술과 마케팅에 관한 것들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인터넷에서 적정기술 카페를 열심히 찾아 보거나 관련 업체에 연락하여 물어보는 수밖에 없는데, 이런 곳에서도 시원스런 답변을 얻기는 쉽지 않다.

이런 사정이고 보니 탈핵을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이런 이야기들만 해 온 것으로는 너무 부족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대안기술과 에너지 전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단체와 활동가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청계천에서 발견할 수 없듯이 아직 시민들에게는 낯선 것이다. 탈핵도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직접 해보는 것보다 효과적인 게 있을 리 없지 않겠는가.

1990년대 중후반에 ‘과학상점(science shop)’ 운동이 벌어졌던 적이 있다. 정말 상점은 아니고, 과학기술에 시민이 직접 참여해서 생활에 필요한 과학기술 공유와 연구 활동을 지역사회에서 함께 하자는 과학기술 민주화운동이었다.

유럽에서 제법 융성했던 것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좀체 확대되지 못하고 침체했는데, 이공계열에 연구프로젝트 기금과 기업화의 압박이 심해진 탓도 있지만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아이템이 부족했던 점도 이유였던 것 같다.

적정기술과 재생에너지 운동에는 지금이야말로 진짜 상점이 필요한 게 아닐까? 간이집회용 자전거발전기를 뚝딱 만들어 쓰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중고자전거를 개조할 수 있는 부품도 함께 파는 상점 말이다.

상점 한 켠에서 직접 만들어 갈 수 있게 하거나 출장 강의와 제작도 해주면 좋을 것이다. 어떤 재질의 태양열 조리기와 화목 난로가 노숙 농성장에 최적인지 같이 연구도 할 수 있겠다. 가정용 마이크로 태양광발전기 전문 취급이라고 써붙여놓으면 폼도 날 것이다. 가격도 적정하고 기술도 적정한, 탈핵을 앞당기는 재미난 상점이다. ‘민중의 집’마다 적정기술 공방을 하나씩 두는 것도 괜찮겠다. 딴 사람들이 나서기 전에 내가 먼저 해보면 좋겠다 싶다.

태양열온풍기_태양광발전기_기념촬영

태양열온풍기_태양광발전기_기념촬영

필자소개
진보신당 녹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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