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허하거나 우려되거나...
    한미정상회담, 비판적 평가
        2013년 05월 08일 04: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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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시각으로 8일 새벽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이 채택되고 대북정책에 대한 양국정상의 발언이 이어졌다.

    대북 정책에 대한 전향적 선언은 없어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주민의 행복을 희생하며 핵무기 개발에만 매달려서는 생존할 수 없다. 핵무기와 경제병행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화한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지원할 용의가 있다.”, “경제를 비롯한 실질 협력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대화의 여지를 열어두는 발언도 덧붙혔다.

    마찬가지로 오바마 대통령도 “박 대통령이 분명히 한 것처럼 이제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해 국제적 의무를 준수할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부담은 평양에 있다.”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또한 “(미얀마처럼) 무역과 투자를 더 추구하고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세계와의 외교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확고하게 단합하고 있고, 북한은 새로운 국제 제재에 직면해 어느 때보다 고립돼있다.”는 발언을 했다.

    한미

    한미 정상의 모습(사진은 청와대)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 채택

    한미 정상이 채택한 한미동맹 60주년 선언의 주요 내용에는 ▲60년간 한미동맹의 발전경과 평가 ▲아‧태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으로서 한미동맹, 미국의 확고한 방위공약 재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충실한 이행 등 경제협력 강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및 비핵화,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 통일 노력 ▲북한의 평화로운 비핵화,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 참여 유도, 북한 도발로부터 양국 국민 보호 등 대북 정책, 군사정책 ▲동북아 및 글로벌 협력의 지속 ▲양국 국민들 간 긴밀한 관계 강조 등이 담겨 있다.

    이를 주요 항목으로 나눠보면 한미동맹의 위상과 목표에서는 “한미 동맹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린치핀)으로 기능하고 21세기 새로운 안보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동맹을 계속 강화시키고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규정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은 북한의 평화로운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6자회담 참가국들 및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이 국제적 의무와 약속을 이행하도록 노력해 나가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고립에서 탈피하고,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군사적 측면은 “북한의 도발로부터 양국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노력과 함께, 정보·감시·정찰 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 운용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슈가 되고 있는 작전권 반환과 관련해서는 오바마 태통령이 “양국은 오는 210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는 발언했다.

    경제적 측면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양국간 교역과 투자 증대 등 한·미 FTA의 긍정적 성과를 평가하고, 에너지 부문을 포함, 양국간 협력 및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할 잠재력이 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한·미 양국은 한·미 FTA가 양국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이를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위기 해결의 구체적이고 전향적 해법 부재, 북한의 호응 기대 힘들어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선언에서는 북한의 도발을 나무라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면 대화에 응할 것이라거나 비핵화를 비롯한 국제적 의무를 준수할 의미있는 조치를 평양이 먼저 취하라고 촉구할 뿐, 북한을 대화의 장에 이끌어낼 ‘전향적 제안’이나 ‘선언’은 거의 없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는 재삼 확인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거나 행동을 취하지는 않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 비핵화라는 목표를 견지하면서도, 그것조차 아예 부정하는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장에 끌어내기 위해서는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한 전향적 제안이나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포괄적 해법을 모색하자는 선언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런 전향적 해법 혹은 선언이 발표되기를 기대했으나 결과는 그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었다. 이는 9.19공동성명은 물론, 오바마 1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평화협정 논의에 대한 전향적 발언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미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훈련이 마무리 국면으로 가면서 북한의 위협적 발언이 자제되는 양상과 독수리훈련이 끝난 최근에는 동해안에 배치되었던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이 철수되는 등의 모습도 관찰되었다.

    이는 북한이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일말의 기대 혹은 한미의 대응 추이를 보고 자신의 향후 행보도 조절하겠다는 모습으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북으로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별다른 전향적 제안이 없었기에, 북한에게 넘겨진 공을 다시 한미에 넘기는 강경 행보를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미 서해에서 전개되고 있는 한미연합 해상 및 대잠수함 훈련에 대해 북한 군부가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11일 경 핵항모인 니미츠 호가 입항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전개하면 키리졸브 훈련이 한창이던 3월 중순의 험악한 상황이 재개되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잠정 폐쇄 상황인 개성공단 사태도 장기화되고, 자칫 남북 경제협력의 불씨 자체가 꺼져버리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고 이런 국면에서 한미정상 회담이 어떤 의미있는 신호를 북한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한미동맹 60주년 공동선언, 공허하거나 우려되거나

    포괄적으로 평가한다면 북핵 능력 강화나 한반도 위기의 증폭, 이런 문제가 초래되는 근본적 원인으로서 한반도 차원의 정전체제, 동아시아 차원의 냉전체제 종식으로 나아가자는 목표에 대한 선언은 커녕 포괄적 전략동맹, 글로벌 파트너십으로의 전환 등만 강조한 것이 한미정상회담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미사일 위협과 공동 대응 노력 등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이 MD의 적극적 추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그럴 경우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가 과연 가능할 지도 의문이 든다.

    이는 동아시아 MD의 축소 가능성을 지렛대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던 켈리 국무장관의 행보에 비해 훨씬 후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서울 프로세스’라는 이름의 동아시아 안보협력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 편향적이면서 중국과는 불편했던 관계가 초래한 부작용을 평가하면서 미-중 양강 시대에 일정한 균형을 갖춘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거꾸로 가는 것은 아닌지, 이것이 핵무장을 유지한 채 중국에 기대어 경제‧외교적 문제를 일정하게 해결하려는 북한 당국의 전략과 결합할 경우에 대한 외교‧안보‧경제적 불이익에 대한 심사숙고가 있는지 근본적 회의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이름하에 자칫 중동 등에서의 분쟁에 대한 한국의 군사적 개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자칫 힘을 앞세운 패권주의에 들러리를 서거나 전위부대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는 다소 과도할지 모르겠지만, 평화롭고 공영하는 동아시아와 국제 질서를 만들어내자는 인식과 선언이라고 보기도 힘든 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객관적 성적표이다.

    또한 ISD 등 한미 FTA 독소조항의 개선 등을 촉구하는 국내의 목소리도 높은데, 긍정적 평가와 충실한 이행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국익과 우리 사회 다수의 이익과 상충한다고 할 수 있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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