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답형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
    ['책놀이 책' 칼럼] ‘재미’와 ‘감동’은 마음을 여는 열쇠
        2013년 05월 04일 01: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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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오승주의 <책놀이책> 칼럼을 시작한다. 이 칼럼의 특징은 에피소드와 해설이 나뉘어져 있고, 문제상황을 먼저 제시(Q)하고 해결책을 이어서 제시하는(A) Q&A 방식으로 서술한다. 그리고 동화 스토리텔링 재현 부분은 색깔이나 강조로 표현하고 설명 부분은 보통으로 표현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생각하고 대화할 때 아이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필자의 생각이다. 칼럼 게재에 동의해주신 <책놀이 책>을 출간한 ‘이야기나무 출판사’와  일러스트 작가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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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피소드1. 좀 더 살을 붙여서 말해주면 좋을 텐데

    그림1

    은율이는 소파에 책을 잔뜩 쌓아 놓고 읽는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다. 어떤 대답이 나올까 기대하면서 질문을 던지면 “재미있었어.”, “좋았어.”, “별로야.”가 전부다.

    단답형으로 말하는 은율이를 보면 마음이 답답하다. 책을 좋아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칭찬받을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제대로 된 독서를 하고 있는지 자꾸만 확인하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인가 보다.

    “ 은율아, 책 재미있어?”

    “ 응, 재미있어.”

    “ 얼마 전에 읽었던 『엄마 사용법』에 대해서 엄마한테 말해 줄 수 있어?”

    “ 음, 『엄마 사용법』은 현수가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는 내용인데 더 이상은 생각 안 나.”

    좀 더 말해 보라고 책에 있는 내용이 그게 전부는 아니지 않냐며 나도 모르게 채근하듯 말했다. 그러자 은율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 버렸다. 여자아이라 그런지 자꾸 캐물으면 예민하게 반응한다.

    “ 물어보지 마, 다 안다니까!”

    단답형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 자체로 바라보는 게 사람에게는 가장 힘든 일인 것 같다. 지난 일에 대해서 그 자체로 보기보다는 왠지 아쉽고 후회가 되고,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둥 일 끝난 지 이미 오래인데 망상에 잠겨 있다.

    하지만 주의할 것은 망상에 잠겨 있는 바로 그 순간에도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 인생이란 이런 식이다. 순간 순간을 살아내느라 버겁다. 사람도 그렇다. 바로 그것이 시간과 사람에 대한 집중력이다.

    은율이 엄마가 강의 시간에 주로 하는 말은 “우리 아이가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을 풍부하게 말했으면 좋겠어요. 살을 조금만 더 붙여주면 좋을텐데 단답식으로 말해서 잘 읽었는지 의심이 가요.”이다. 이런 고민은 은율 엄마뿐만 아니라 많은 부모님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런 반응의 공통점은 ‘부모의 해석’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이제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아이를 들여다 보자. 단답형으로 대답한다는 것은 대답하기 싫을 때 억지로 대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고, 재미가 없다는 말이다. 만약 재미의 요소를 찾아주기만 한다면 하고 싶은 말을 단답식이 아닌 방식으로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재미의 요소를 어떻게 찾아줘야 할까?

    # 솔루션1. 칭찬받는 재미

    그림2

    “ 은율아, 우리 칭찬 놀이할까?”

    “ 그게 뭔데?”

    “ 서로 좋게 생각하는 점을 칭찬하고 여기에 적어 보는 거야.”

    “ 그거 학교에서도 자주 하는 건데. 칭찬 릴레이 게임 같은 거야?”

    은율이가 학교에서 칭찬 릴레이라는 것을 했던 모양이다. 우리는 방에 나란히 누워서 서로 칭찬하기 시작했다. 무작정 책의 내용을 말하라고 할 때는 단답형으로 대답하던 아이가 칭찬 놀이를 할 때는 수다쟁이가 된 것 같았다.

    “ 엄마는 바느질을 잘하고, 아빠는 가죽으로 만들기를 잘하고, 나는 오카리나를 잘 불고, 동생은 귀여워.”

    “ 엄마는 은율이가 마음이 따뜻한 아이라고 생각해. 얼굴도 아주 예쁘지. 책을 좋아하고, 이제 보니 칭찬도 아주 잘하는구나!”

    시키지 않아도 가족들 칭찬까지 쭉 늘어놓는 은율이가 기특했다. 주고받은 칭찬을 종이에 하나하나 적어서 은율이에게 보여 주었다. 은율이가 종이를 받아서 찬찬히 읽더니 연필을 들고 무언가를 써서 쓱 내밀었다.

    “많이 칭찬해 줘서 고마워.”

    다음 날 아침 일찍 잠을 깬 은율이가 내게 쪼르르 달려왔다. 아침부터 이렇게 신이 난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 엄마, 내가 너무 예뻐 보여. 사람들이 나보고 예쁘다고 할 때 거울을 보면 못생겨 보였는데 오늘 아침에 거울을 보니까 내가 너무 예뻐 보이는 거야.” “많이 칭찬해 줘서 고마워.”

    ‘재미’와 ‘감동’은 마음을 여는 열쇠

    접근방식을 바꾸면 아이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바뀐 접근방식이 아이의 맘에 든다면 아이는 진지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이걸 한 번 하고 나면 ‘지금까지 아이에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혔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곤 한다.

    단단형으로 대답하는 은율이는 부모라는 ‘추적자’를 피해 달아나는 역할만 했는데, ‘칭찬’과 ‘놀이’를 들고 나오자 마음을 열고 함께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칭찬받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 없고, 노는 거 싫어하는 아이 없다. 이것이 아이와의 커뮤니케이션 핵심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제로 접근한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놀이’는 기본적으로 민주적이다. 아이가 주도할 때 재미있어 한다. 지금까지는 부모님이 주도했기 때문에 아이가 거부반응을 보인 것이다. ‘칭찬’ 역시 부모가 해주고 싶은 칭찬은 오히려 독이 된다. 아이가 듣고 싶은 칭찬을 해야 통할 수 있다. 이렇게 말로 정리하면 어렵지 않지만, 실생활에서 이 두 가지를 제대로 하기란 참 힘이 들다.

    칭찬 놀이를 하면서 바뀐 것은 은율이만이 아니었다. 엄마 역시 마음의 변화가 조금씩 나타났다. 평소에 은율이가 책을 읽고 나서 느낌을 짧게 이야기하는 것 이 못마땅했는데, 짧게 표현하는 것은 표현력이 부족하고 성의가 없기 때문이 라는 생각을 버리게 되었다.

    가끔은 핵심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신통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이런 생각의 변화에 확신을 준 일이 벌어졌다. 은율이의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 모임을 했을 때 선생님께서 은율이의 글을 공개적으로 칭찬해 준 것이었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글이 뭔가 빠진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바로 아이가 쓴 글맛이다.”라고 말이다.

    부모님들에게 이와 같은 방식으로 ‘칭찬 훈련’을 시키자 가장 많이 받은 ‘칭찬’은 이 말이다. 아직도 이 말만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따뜻해진다.

    “아이를 다시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자소개
    오승주
    제 꿈은 어린이도서관장이 되는 것입니다. 땅도 파고 집도 짓고, 아이들과 산책도 하고 놀이도 하고 채소도 키우면서 책을 읽혀주고 싶어요.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아이가 자라는 동안 함께 하고 아이와 함께 아파하며 아이가 세상의 일원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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