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영 제약사가 필요한 이유
    [책소개] 『식후 30분에 읽으세요』(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이매진)
        2013년 05월 04일 12: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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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고되다. 너무 피곤하다. 그나마 피로회복제가 있어서 버틸 수 있다.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 아프다고 쉴 수는 없다. 가끔 병원도 가고 약도 먹으니까 괜찮을 것이다. 날마다 먹는 약값이 올랐다. 이렇게 비싼 것을 보니 새로운 약이 효과가 좋은 모양이다. 아이가 감기에 걸렸다. 약을 먹였더니 기침도 멈추고 콧물도 덜 흐른다. 빨리 낫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약을 먹는다.

    《식후 30분에 읽으세요 ─ 약사도 잘 모르는 약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그동안 의약품 안전성과 접근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온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고쳐야 하는 사회는 고치지 못하고 먹지 않아도 되는 약을 먹어서 자신의 몸을 고쳐야 하는 사람들, 약이 있어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진짜 약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국적 제약 회사의 문제점을 다루거나 약을 잘 알고 먹어야 한다는 책은 꽤 있다. 그러나 우리가 왜 약을 먹고 있는지, 약을 잘 먹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제약 회사의 비밀과 정부의 의료 정책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픈 사람은 누구나 약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이 왜 실현되기 어려운지, 약과 사회는 서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밝힌 책은 없었다.

    식후 30분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가 들려주는 ‘진짜 약 이야기’에는 무슨 비밀이 담겨 있는 것일까?

    689원짜리보다 효과 좋은 10원짜리 ― 제2의 글리벡보다 국영 제약사가 필요한 이유

    1부 ‘삶과 약’은 사람들이 아플 때뿐만 아니라 늙어도 살쪄도 작아도 피곤해도 약을 찾게 하는 사회를 고쳐야 한다고 얘기한다.

    자연스러운 노화를 병이라고 여기게 만들어 약에 의존하게 하는 안티에이징 산업의 문제점과 그 밑바닥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노인 차별과 여성 차별의 현실을 지적하고, 변화된 사회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해답을 발기부전 치료제에서 찾는 남성들의 현실도 꼬집는다.

    또한 심각한 부작용이 염려되는 비만 치료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약으로 키를 크게 하고 살을 빼려고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비판하고, 피임약을 여성의 자기결정권 강화와 의약품 접근권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일터에서 병에 걸려 건강도 일자리도 잃은 노동자와 산업 재해를 인정받지 못해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지적하고, ‘약이 필요 없는 사회’를 위해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2부 ‘약 먹어도 병, 안 먹어도 병’은 위험한 약물인 ADHD 치료제를 공부 잘하게 하는 약으로 둔갑시킨 배경에 자리잡은 사람들의 그릇된 욕망을 비판하며, 약의 안정성 문제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모든 약은 독’이라는 전제 아래 부작용 때문에 허가가 취소된 ‘장수’ 의약품 문제, 약처럼 생겨서 사람들을 ‘속이는’ 건강기능식품과 건강식품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평생 약과 함께해야 하는 만성 질환자들의 불신을 다독이고, 아이에게 안전하게 약 먹이는 법을 소개하며, 약을 무조건 기피하지 말고 적절히 사용하는 게 왜 중요한지 설명한다. 또한 감기는 사회적 질병이며, 고쳐야 하는 것은 개인의 몸과 마음보다 사회라는 점을 강조한다.

    3부 ‘제약 산업의 불편한 진실’에서는 99퍼센트를 무시하는 제약 회사를 비판하고, 국영 제약사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제약 회사는 의약품 특허를 내세워 생명과 관련된 신약을 독점 공급하며 횡포를 부리고, 가난한 나라에서 임상 시험을 한 뒤 부자 나라에서 약을 팔고, 효과 좋은 10원짜리보다 그저 그런 비싼 약을 파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그런 제약 회사에 맞서야 하는 정부는 의료 민영화와 FTA를 국가 경쟁력이라고 우기고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약을 쓸 수 있으려면 의약품 접근권을 강화해야 하고, 그 대안의 하나로 국영 제약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부 ‘똑똑한 약 소비자 되는 법’에서는 안전하게 약 먹는 법, 약 잘 버리는 법, 건강을 지키는 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1일 3회, 식후 30분’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통해 배우는 진짜 약 먹는 법, 편의점 판매 의약품 안전하게 이용하는 법, 노인 환자의 올바른 약 이용법, 안전하게 약 먹는 10가지 방법 등이 자세히 소개된다.

    그리고 약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의약품 쓰레기 수거에 관한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또한 약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쉬운 약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적극적인 의약품 부작용 신고가 건강을 지키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부록에서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의약품과 그 성분에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아무나 약 먹지 않아도 되는 사회, 누구나 약 먹을 수 있는 사회

    OECD 국가 중 산업 재해 사망자 수 1위에 자살률 1위이고, 연중 노동 시간이 2500시간을 넘으며, 서울시 중ㆍ고등학생의 43.4퍼센트가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유럽에서는 금지 약물인 할시온(불면증 치료제)이 장기 처방되고 있으며, 타이레놀과 아스피린보다 보톡스가 더 많이 팔리는 나라…….

    우리는 이런 사회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해, 그리고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약을 찾는다. 그러나 믿고 있던 의사와 약사들은 대부분 약이 몸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알아도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식후 30분에 읽으세요》는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를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는 의사와 약을 조제하고 권하는 약사에게도 아주 중요한 책이다.

    의사와 약사, 환자는 서로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일상적으로 접하는 의약품 광고의 이면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지, 정부가 부르짖는 국가 경쟁력이 왜 거짓말인지, 그리고 건강을 위해 꼭 먹어야 하는 약을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지 《식후 30분에 읽으세요》에서 찾아보자. 아무나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고, 약이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나 약을 쓸 수 있는 사회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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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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