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IT강국, 과연 그런가?
    [책소개]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김국현/ 궁리)
        2013년 05월 04일 12: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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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강국.’ 많이 듣는 소리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면 조금 계면쩍은 것이 또 이 단어다. 그런데 참 많이도 쓰인다. 스마트단말기를 어느 나라보다도 가장 많이 만들어 잘 팔고, 또 게임 등 문화 히트 상품도 그럭저럭 잘 나와 디지털 한류로도 괜찮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강국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IT 강국에 살고 있었다면, 사실 나의 많은 글들은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스스로 IT 강국이라 이야기하지만 노동 생산성은 늘 최하위권이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다룬 수많은 부조리는 IT가 가져올 변화 가능성을 미리 억누르고 있다.

    IT가 단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아닌, 우리 사회를 미래와 연결하는 통로임을 생각한다면, 나는 IT 강국이라는 자화자찬을 들을 때마다 부끄러워진다. 우리 사회는 IT로 인해 얼마나 변했나? 또는 그 변화의 방향이 긍정적인가? …… 창조력을 잃고 점점 더 굳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 IT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이곳에 미래의 바람이 들도록 하는 것일 테다.” – 저자의 말 중에서

    국내에서 컴퓨터와 관련된 산업을 ‘IT(아이티)’라고 부르기 시작한 지도 이제 20년 가까이 되어간다.

    인터넷 혁명 후 디지털 기술이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를 숨 가쁘게 달려오는 동안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너무나 많이 바뀌었다. 우리의 일터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관계를 바꿔버리는 등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IT는 이제, 우리가 어슴푸레 꿈꿔왔던 미래가 아니라 우리에게 당면한, 우리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며 진일보한 웹의 혁명을 통해 앞으로도 시시각각 계속될 것이고, 그 속도는 점차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특히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전 국토에 초고속 정보 통신망을 가장 먼저 확충하고 반도체, 휴대전화, 게임, 가전기기 등에서 글로벌 리더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세상의 모든 것이 웹으로 재편되는 상상력과 창조력이 필요한 디지털 트렌드에서는 늘 선진국을 뒤쫓는 데 급급한 후발 주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개인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너무 짧은 시간 동안 인터넷과 스마트폰, 유비쿼터스, 통신망, 소셜미디어 등 인류가 향유하던 문명 중 상당 부분이 디지털로 재편되는 상황을 겪다 보니,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알기도 벅찬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왜 우리는 컴퓨터와 웹과 스마트폰 등 IT의 수많은 창조물을 향유하면서도, IT란 존재 자체를 어렵고 낯설게 느끼는 것일까?

    왜 한국 IT는 시장을 선도하지만 최고는 될 수 없었던 것일까?

    ‘창조경제’를 모토로 내건 새 정부가 IT정책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웹 2.0과 소셜네트워크 이후의 디지털 시대로 대변되는 바로 지금, 우리가 진정 깨닫고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it

    IT는 다시 인간의 문제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는 바로 그러한 현상과 문제들의 원인과 해법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 김국현은 무엇보다 먼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IT의 경제적/사회문화적 참모습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허울 좋은 ‘IT 강국’이라는 자화자찬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IT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의 문제들에 눈을 떠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는 저자가 전 세계의 디지털 조류를 가장 예민하게 느끼고 분석하며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의 디지털 담론을 이끌어오면서 성찰하고 되뇌었던, IT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궁리, 대안을 담아 집대성했기에 남다르다.

    오늘의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숨을 고르며 디지털 혁명으로 변화된 세계의 패러다임을 정리하고, 고질적 문제를 낳고 있는 한국 IT 업계의 고용 환경,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부의 몰이해와 부적절한 규제, 최근과 앞으로의 변화상과 그를 위한 대안, 나아가 최전선에서 느껴온 그의 개인적 회고까지 오롯이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은, 아직 국내에 이렇다 할 IT 평론집이 없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시대를 관통하는 명료한 분석과 예리한 통찰, 정부와 기업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 디지털 환경을 사람의 시선으로 살피는 감성이 묻어나는 저자의 이야기는 또다시 거대한 변혁 앞에 선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에 IT업계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 내일을 꿈꾸는 모든 개인들에게 수많은 화두를 제시하며 IT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선명한 통찰력을 선사할 것이다.

    “IT라 하면 전산이라든가 전자공학, 컴퓨터공학과 같이 기술이 그 전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아니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 기술이 벌여놓은 결과까지 나와 무관한 기술적인 이야기라고 덮어둘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법을 가장 빠른 속도로 그것도 심하게 바꾸어놓을 기술이 바로 IT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을 흉내 내어 다시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상식과 질서를 무너뜨려버리는 괴력이 IT에는 있습니다. 이 긍정적인 힘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대신 부정적인 부작용에 과민 반응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그간 많이 목격되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웹의 혁명은 무엇일까요? 이 변화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마음의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그 점을 함께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 저자 인터뷰 중에서

    기술의 진정한 힘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의 교양!

    물론 ‘잇’하기는 하지만 ‘아이티’라고 읽는 IT는 아시다시피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의 약어다. 하지만 그 범위가 너무 넓어 컴퓨터나 인터넷과 관련된 기술과 산업을 모두 표현하는 총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라는 용어도 종종 쓰이기는 하지만, 통신은 이미 IT의 응용 분야 중 하나에 불과한 만큼 IT가 더 널리 쓰이고 있고,

    ICT는 굳이 통신 산업을 강조하고 싶은 경우에 활용되는 정도다. 그러나 IT를 풀어 쓴 ‘정보기술’이란, IT의 본질을 이루는 구성 요소를 표기한 것에 불과하다. IT가 할 수 있는 일, 그 잠재력과 사회적 경제적 의미는 다른 모든 단어들이 그렇듯 단어의 어원에는 들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IT란 무엇일까? 우리는 IT의 존재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여기서부터 시작된 저자의 문제제기는, IT의 단편적인 정의와 역사 이면에 존재하는 ‘it’한 것들의 실체와 디지털 시대의 근본적인 철학에까지 맞닿아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본문에서는, IT란 존재가 무슨 의미인지, 왜 이 IT를 놓고 참여자와 조정자 등 배후의 세력들이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IT 환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걸어왔고 또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펼쳐 보인다.

    저자는 이제 더 이상 IT는 단일 산업 분야의 이야기가 아님을 강조한다. IT는 공산품을 만들고 그것을 팔면 그만인 제조업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모든 면을 그 근간부터 흔들기 시작한 저변의 문제, 즉 플랫폼의 이야기가 되었다.

    미래란 찾아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스스로 구현해서 실행해버릴 수 있음을, 적어도 이런 일이 가능한 자유로운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IT는 증명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인간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자유롭게 살아 숨 쉬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두가 당사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IT의 어제와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을 준비할 수많은 화두를 담은 이 책은 그러한 행보에 혜안을 지닌 안내자이자 반가운 동행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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