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 감사하는 사람들(북감사) 등장
    [말글비평]지난 10년 안보불안감이 가장 높은 때는 MB정권 때
        2012년 06월 05일 01: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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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유령이 지금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종북주의라는 유령이. 조중동과 새누리, 이명박과 박근혜, 온갖 데일리 찌라시들과 민간인 사찰단과 4대강ㆍ강정마을 파괴자들과 수십 명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삼성ㆍ쌍용차들과 방송 장악자들과 최시중ㆍ이상득 패거리들이 이 유령을 몰아내기 위해 신성동맹을 맺었다.

    이름하여, ‘북감사’(북한에 감사하는 사람들)! 이들의 이념을 일러 ‘북감주의’라 함이 어떠한가. 북한에 감사, 북한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나.

    본디 ‘00주의’란 게 ‘00을 기원과 목적으로 삼는 이념’이란 뜻인 만큼, 북한 반대만을 기원으로 삼고 북한 반대만을 목적으로 내세우면 만사 오케이다. 세상에 이리 간편한 이념이 다 있다니. 반대만으로도 도움을 주시니 북한만큼 고마운 데가 어딨나. 그래 그냥 편하게 ‘북감사’라 부른다.

    이 새로운 이념은 실천하기도 참 쉽다. 그냥 ‘종북이닷!’, 외치기만 하면 된다. 왜 그런가,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건 상대방이 할 일이다. 낙인찍힌 자가 우물거리는 새 어디 딴 데서 또 ‘종북이닷!’ 외치면 된다.

    노사모 따위는 저리 가라다. 똘똘 뭉쳐 말끝마다 ‘종북’을 외쳐댄다. 하여 나는 이제부터 그대들을 ‘북빠’라 부르겠다. 뭐 ‘노빠’니 ‘유빠’니 하는 것과 비슷한 거다.

    “북한은 말 안 듣는 나쁜 어린이”

    이들 북빠들의 발언이 힘을 얻으려면 북한이 뭔가 위협적이라야 한다. 힘도 없는 것들 편든다고 뭐라 해봤자, 웃기는 거니까.

    그러면 이들이 평소에도 북한을 겁냈을까? 천만에 말씀이다.

    “북한은 말 안 듣는 나쁜 어린이”

    어린이날, 어린이들을 모아놓고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에게 북한은 ‘어린이’일 뿐이다. 힘도 없는 것이 말도 안 듣고 ‘땡깡’만 부린다는 거다. 이게 겁내는 건가, 깔보는 거지.

    박근혜는 “국회라는 곳이 국가의 안위를 다루는 곳”이라며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있고 국민들이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로 당선돼서가 아니다.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국가관을 가져서 안 된다는 거다.

    정말 우리 국민들은 북한을 겁내고 있을까? 잠시 지난 10여년의 여론조사를 짚어보자.

    부시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북한이 이에 강력히 반발한 2002년 여론조사.
    “‘악의 축’ 발언 무기구매 압박용” 70%
    “북-미 체육 경기할 때 북한 응원” 80%(문화일보, SBS 공동조사)

    2005년 조사 결과는 이렇다.
    5년 이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78.7%가 전쟁가능성이 없다고 응답한 반면, 전쟁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은 17.5%에 불과(KSOI 조사)

    이처럼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간 국민들은 북한에 대해 그리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현 정부 들어서면서 갑자기 불안으로 바뀐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반대한다는 국민이 51.5%, 최근 안보상황이 불안하다는 국민이 무려 84.7%(2010년 KBS 조사)

    동아시아연구원(EAI)이 발표한 2000년대 이후 안보불안감의 변화 추이를 보면 이렇다.

     

    지난 10년간 안보 불안감 여론추이

    종합하면, 북한을 위험스러운 존재로 만든 자들이 바로 그 북한을 이용하여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이다. 여기다 ‘종북’을 얹어 대선까지 밀어붙일 심사다.

    민주당의 어처구니없는 헛발질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이른바 ‘프레임론’을 설파한 조지 레이코프의 유명한 말이다. 여기서 코끼리는 미국 공화당의 상징이다. 얘긴즉슨, 공화당이 설정한 프레임은 대응하지 말고, 아예 생각조차 말라는 거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박근혜가 방북했을 때 김일성 생가와 주체사상탑을 다녀왔다면서 ‘종북’이라 불렀다. 이거야말로 상대가 깔아놓은 프레임에 고스란히 걸려든 꼴이다.

    프레임이란 건, 사실보다 더 사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가령, ‘통일의 꽃’(?)이라는 임수경이 하태경을 일러 ‘변절자’라 한 게 어느새 탈북자에게 한 말로 둔갑하고, ‘총살’ 농담(?)은 쑥 들어갔다. 빠져나오려 할수록 더더욱 빠져드는 수렁 같은 거다.

    여기서 잠시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제 막 천안함 사건이 터지고 치른 선거인데도 야당이 승리했다. 그때 민주당이 내세운 구호가 ‘평화냐, 전쟁이냐’였다.

    ‘전쟁이냐, 평화냐’가 아니고 ‘평화냐, 전쟁이냐’다.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것을 앞세우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북한 소행으로 널리 알려진 상황을 제대로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이처럼 프레임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거꾸로 상대방을 옴짝달싹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지금 나라 전체가 광풍에 휩쓸려 있다. 모두가 휩쓸려 있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삼으려는 무리들에 맞서려면, 그들이 무엇에 얹혀가려는지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그들에게 가장 크게 도움을 주는 것, 그것을 있는 그대로 알리기만 하면 된다.

    지금 저들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은, 바로 북한이다. 북한을 부추기고선 그를 이용하는 것이다. 마치 부시가 사담 후세인을 전쟁 명분으로 이용했듯이.

    부시에게 후세인이 고마운 것만큼이나 저들에게 북한이 그렇다. 하여 저들은 ‘북감사’, 곧 ‘북빠’인 것이다.

    필자소개
    민주노동당 활동을 하였고 지금은 정의당의 당원이다. 수도권에서 오랫동안 논술 전문강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부산에 정착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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