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비정규직, 민주노총이 내쳤다?
    <한겨레>보도에 대해 노동계 비판 이어져....학교비정규직 볼모로 잇속 챙기는 정파 문제
        2013년 05월 02일 05: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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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한겨레>에서 “길잃은 민주노총…산별노조 ‘삐걱’ 지도부 공백 장기화”라는 제목으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산별 연맹 가입 문제로 민주노총이 이들을 마치 쫓아낸 것처럼 묘사해 노동계의 반발이 거셌다.

    SNS 등에서는 해당 보도를 접한 노동계 인사들이 해당 기사에서 언급된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통합진보당과 전국회의라는 NL계열의 정파 문제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산별연맹을 만들거나 가입에 있어 원칙과 근거가 명확함에도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가 마치 민주노총이 내친 것으로 묘사한 것은 왜곡과 마타도어라는 것.

    학비노조, 학교비정규직 사업 중 막내 노조

    사실관계는 이렇다. 해당 보도에는 학비노조가 마치 독자적으로 2만7천명에 달하는 학교 비정규직을 조직해낸 것처럼 묘사되어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학교비정규직과 관련해서는 상급단체가 없는 전국여성노조에서 2002년부터 사업을 벌여왔었고, 공공운수노조연맹에서도 2004년도부터 학교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벌여왔다.

    특히 2009년 2월 비정규직 신분으로 노조 가입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전국회계직연합회'(전회련)라는 대중조직을 만들어 이를 통해 조직사업을 시작했으며 3천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이후 2010년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뒤 대규모 조직화가 이루어져 현재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전회련) 본부에는 2만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다.

    ‘학비노조’는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뒤인 2010년 하반기 부터 NL정파 색이 강한 전남지역에서 이른바 ‘올인’을 해 조직화 사업을 시작하게 됐고, 2011년 광주, 경기도 지역 또한 현 통합진보당과 민주노총 내 전국회의의 지원 그리고 같은 교육노조인 전교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지금의 성과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 학교비정규직 사업을 오래했던 관계자의 평가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와 관련해서는 학비노조가 가장 막내격인 셈이다. 또한 진보교육감 당선과 소위 ‘경기동부’ 등 특정 정파의 막강한 지원, 전교조의 도움으로 이룬 조직화 사업을 마치 독자적으로 이루어낸 것처럼 묘사한 것은 사실관계와 다르다는 것이 공공운수노조연맹의 한 관계자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학비노조 관계자는 “99% 조합원의 힘으로 이룬 조직 성과를 마치 외부 지원만으로 이뤄냈다고 묘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장 간부들이 연차, 월차 내며 조직한 성과”라고 반박했다.

    학비

    작년 11월 학비노조,전회련본부,여성노조 등 학교비정규직 3개 조직의 공동 총파업 결의대회 자료사진

    무조건 17번째 산별 연맹 고집 왜?…특정 정파 연맹 세우겠다는 것

    <한겨레>보도는 마치 민주노총이 기존 16개 산하 연맹 가운데 법으로 그 자격을 규정하고 있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제외한 14개 연맹 중 한 곳에 가입하지 않으면 쫓아낼 것처럼 보도했지만 여기에는 정파 이기주의 문제가 숨어있다.

    민주노총의 한 핵심 관계자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기존 산별 연맹에 가입하면 될 터인데 정확한 답변은 없이 ‘못 들어가겠다, 별도의 연맹으로 인정해달라’고 한다”며 이에 대한 원인이 “정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학비노조’(지도부와 집행부)는 민주노총 정파 중 하나인 ‘전국회의’성향이다. ‘전국회의’는 민주노총 내에서 범NL 정파로서 가장 큰 조직이며, 지난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를 의도적으로 무산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국회의의 활동가들은 대다수가 통합진보당 당원으로 전국회의는 곧 통합진보당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학비노조’의 한 관계자는 공공운수노조 산하 전회련본부로 가입하지 않는 이유를 “서울대병원노조도 보건의료노조에서 나와 공공연맹으로 갔다. 이미 산별 원칙은 깨졌다. 그런데 우리보고 공공연맹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냐”며 반발했다.

    그는 독자 산별 연맹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의 교섭 상대는 교육과학기술부이다. 공공운수연맹은 교섭 상대가 여러 부처로 나누어져 있어 교과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산별 연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보도가 마치 공공운수연맹에 가입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공운수노조연맹에 가입할 수 있다는 선택지를 우리는 선택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학비는 학교 단위로 뭉쳐서 교섭대상을 하나로 단일화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우리는 학비노조를 비롯한 전교조, 대학노조, 교수노조 등 교육노조협의회를 만들어 교육연맹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공연맹의 한 관계자는 “반드시 공공연맹에 들어오라는 게 아니다. 기존 산별연맹 중 공공연맹이 학비노조에 가장 적합하겠지만 반드시 공공연맹일 필요는 없다. 다만 별도 산별 연맹을 만들겠다는 것은 기존 민주노총의 정신과 질서를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학비노조가 기존 산별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건 정파 문제가 핵심이다. 2002년 부터 시작된 학교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의 성과를 통합진보당이 모두 챙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조합비 운용 문제도 거론했다. 민주노총의 산별 시스템은 기업별 단위 노조가 산별연맹에 가입하고, 그 산별연맹은 민주노총에 가입된 형태이다. 따라서 조합원이 납부한 조합비 중 일부는 산별연맹에 납부되고, 그 중에서도 또 일부는 총연맹인 민주노총에 납부한다.

    현재 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에 가입된 조합원은 납부한 조합비 중 3천원 가량을 공공연맹과, 민주노총에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학비노조’는 현재 민주노총의 배려로 전국교육노조협의회를 통해 민주노총 조합원 자격을 얻고 있는데, 산별연맹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총연맹 조합비 1400원만 납부하고 있다.

    결국 특정 정파에서 조직한 2만7천여명의 조합원을 두고 독자 산별연맹을 만들겠다는 것은 단일한 정파로 정파 활동을 벌이겠다는 의미이다. 독자 산별일 경우 조합비 운용도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학비노조를 통해 ‘마음 놓고’ 정파 활동에 나서겠다는 것.

    1산업 1노조 원칙…학비노조만 예외일 수 없어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는 지난해 말 학비노조에게 오는 6월까지 기존 산별 연맹 중 한 곳을 선택해 가입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1년간의 유예기간에서 6개월의 시간을 더 내준 것.

    산별 연맹 가입 여부는 중집에서 결정하는데 작년 말 중집에서는 학비노조의 독자 산별연맹이 산별 정신과 맞지 않고, 기존(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 노조가 있는 상황에서 복수의 노조가 설립되는 등의 문제로 산별 연맹 신청을 거부했다.

    따라서 ‘학비노조’가 6월말까지 기존 산별연맹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별도로 산별 연맹을 세우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학비노조가 언급한 서울대병원 노조의 경우도 1산업 1노조 원칙에 어긋나지 않다. 만약 서울대병원 노조가 탈퇴 후 별도의 보건의료 관련 산별을 설립했다면 두 개의 산별연맹이 있는 셈으로 문제시 될 수 있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연맹으로 이동한 것.

    민주노총은 소산별이 아니라 대산별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가령 제약회사의 경우 화학산업이지만 금속노조와 긴밀한 연대 활동이 필요하다면 금속산별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은 자기 사업장의 특성에 따라 금속이나 화학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한겨레>가 금속과 보건을 제외한 나머지 산별이 ‘무늬만 산별’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소산별과 대산별을 구별하지 못한 것 뿐이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의 한 관계자 또한 “공공운수노조연맹은 대산별 원칙에 따라 비슷한 공공부문의 노동자들이 뭉쳐있는 것”이라며 마치 학교 비정규직은 학교 비정규직만 모여 개별 산별연맹을 만들겠다는 것은 대산별 원칙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개별 단위 노조의 독자 산별 설립을 엄격히 제한하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산별연맹의 견제를 받지 않는 경우 민주노조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간 일부 단위 노조가 정리해고시 비정규직의 양보를 강요하거나, 신입 직원의 임금을 깎는 것에 동의하는 등의 문제로 산별연맹은 이를 엄격히 규제해왔다. 특정 정파의 잇속만 챙기는 문제 또한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어 현장에서는 ‘정파 좀 다 없애라’고 비판하는 지경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의 많은 이들은 이번 <한겨레> 보도를 두고 “비정규직 내치는 민주노총”이 아니라 “학교비정규직 조합원 볼모로 제 잇속 챙기려는 노동운동의 정파”고 옳은 제목이라고 비꼬고 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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