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안과 밖을 지배하는 자본
[미드로 보는 세상] ‘프리즌 브레이크’와 ‘굿 와이프’의 교도소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2013년 05월 02일 03:11 오후

Print Friendly

미국은 범죄의 나라다. 뭐 특별히 미국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팩트가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 OECD 통계를 보아도 미국의 수형자 수는 압도적이다. 아래 한겨레21의 기사를 보자.

이렇게 구금 생활을 하는 이들이 모두 223만9800여 명인데, 미국 성인 107명 중 1명꼴이란다. 2011년 말을 기준으로 한 미국의 인구는 약 3억1272만 명, 인구 10만 명당 무려 716명이 수형자란다. 지구촌 인구의 5% 남짓이 사는 미국에, 전세계 수형자의 25%가 몰려 있는 게다. – 2013.3.10. 한겨레21 특집기사

놀랍지 않은가? 이에 비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가이기도 하며 총기도 규제하는 국가니까 강력범죄율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여하튼 미국은 범죄가 워낙 많이 일어나는 나라다보니 미드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소재를 꼽자면 당연 ‘범죄’라 할 수 있다. 화이트칼라 범죄, 성범죄, 마약범죄 등을 다양하게 다루는 드라마가 정말 많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레 배경이나 소재가 또 ‘교도소’인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미드 열풍을 불러오는데 가장 크게 공헌했던 드라마인 ‘프리즌 브레이크’ 역시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오즈’ 같은 드라마도 교도소 내의 권력관계나 상황들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굿 와이프’나 ‘보스턴 리갈’과 같은 법률관련 드라마에도 교도소는 단골소재로 이용된다.

갑자기 교도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얼마 전 눈에 띄는 기사 두 개를 보았기 때문이다.

4월 22일 영국 B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992년에 중남미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교도소인 브라질 ‘카란디루’ 교도소에서 벌어진 재소자 학살사건(폭동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약 100명 이상의 재소자가 학살되었다)의 주범이었던 경찰관 23명에게 각각 징역 156년이 선고되었다고 한다.(문화일보 4.22)

이 기사에 눈이 간 이유는 바로 이 ‘카란디루’ 교도소가 미드 ‘프리즌브레이크’의 시즌3에 나오는 파나마에 위치한 걸로 묘사된 치외법권의 무자비한 교도소 ‘소나교도소’의 모티브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프리즌브레이크

교도소 탈출과정을 그린 ‘프리즌 브레이크’는 비록 시즌이 거듭되면서 긴박감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한국에서 미드 열풍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시즌1에서는 주립교도소를 탈출하는 과정이 그려지고 시즌3에서는 치외법권의 교도소에서 겪는 온갖 고생과 탈출과정을 그리고 있다.

실제 ‘프리즌 브레이크’ 에서 그려지는 교도소 풍경은 다소 당혹스러운데 교도소 내에 폭력조직이 형성되고 그들은 사실상 필요한 물품이나 원하는 행동들을 모두 하며 살아간다. 마치 하나의 독립된 국가처럼 운영되고 있는데 살인과 폭력이 난무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모티브가 된 브라질의 ‘카란디루’ 교도소는 지금까지도 세계 최악의 교도소 1위로 꼽히는데 정확하게 드라마에서 그려지는대로 아니 그 이상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80년대부터 불어닥친 신자유주의의 ‘작은 정부’ 경향으로 인해 정작 교정업무 예산 부족사태가 일어나자 주립교도소는 수용인원의 3배에 가까운 수형자들을 무리하게 유치하고 여기서 폭력과 살인 등이 난무하게 된다.

조사에 따르면 46년간 약 1,500명의 수형자들이 감옥에서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1992년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 수많은 민간인들과 폭동과 무관한 수형자들 다수가 학살당하는 사태가 일어났는데 위에 소개한 기사는 학살에 가담했던 경찰들에 재판이 마무리 된 것이다.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은 최근에 마무리 되었지만 정작 악명높은 ‘카란디루’ 교도소는 2001년에 죄수 100명이 집단적으로 교도소를 탈옥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다가 2002년에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작은 정부’ 운운하며 국가가 교정업무에 손을 놓는 순간 벌어지는 비극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교도소 학살

1992년 카란디루 교도소 폭동진압 후 사진

교도소를 떠올린 또 다른 이유는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기사를 보았기 때문이다.

‘참사’라 불리던 박근혜 정부의 첫 인사에서 그나마(?) 큰 논란 없이(사실 이것도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상대적이라는 것일뿐) 장관이 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최근 “50년대 미국에선 위협의 경향성이 높다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었다”와 같이 뜨악한 이야기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문득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떠올린 것은 그의 이력을 보면서 미드의 한 에피소드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언론기사에 따르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국내 최초의 ‘민영교도소’의 이사로 재직했던 것으로 나온다. ‘민영교도소’라는 말이 어색한 독자들이 있을 수 있다. 말 그대로 민간이 운영하는 교도소인 것이다.

국내에는 현재 기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한 개의 민영교도소가 있는데 사실 교정업무를 민영화하는 것에 대한 오랜 논란 끝에 이명박 정부때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민영교도소는 국가가 공적으로 담당해야 할 교정의 업무를 민영화한다는 측면에서 여러 가지 쟁점이 있는 영역이다.

민영교도소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의 안내 내용

온갖 방식의 첨단 민영화가 넘쳐나는 미국답게 일찍이 교정업무의 민영화를 추진해왔다. 단순히 민영교도소만이 아니라 민간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불법체류자 보호소, 소년원, 구치소 등 다양하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민영교도소의 문제와 대책 등이 광범위하게 논의되어온 측면도 있으며 드라마나 영화의 다양한 배경이나 소재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에피소드가 실제 미드에 나온다. ‘경력단절 전문직 여성’의 흥미진진한 직장복귀 과정과 서스펜스를 버무린 법률드라마 ‘굿 와이프’의 한 에피소드다.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인 주인공은 변론과정에서 한 판사가 흑인청소년들에게 가혹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의심을 가지고 그 판사의 뒤를 캐게 된다.

판사의 인종차별적 편견이 판결을 왜곡하고 있다는 의심인데 실제 조사과정에서 의외로 그 판사는 전혀 인종차별적이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흑인들의 권리신장에 나서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미심쩍은 부분을 지울 수 없어 하는데 결국 밝혀진 진실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 판사가 청소년들에게 가혹한 판결을 내리면서 특정 민영교도소(민영 소년원)로 아이들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뒤에서 청소년 한 명이 수감 될 때마다 리베이트를 받고 있었던 것은 당연하다. 민영교도소와 법률가들이 만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인데 사실 이 미드 ‘굿 와이프’의 에피소드는 최근 년에 미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2009년 기사(관련기사 링크)에 따르면 미국에서 두 명의 판사가 유난히 청소년들에게 가혹한 판결을 내리고 있어 청소년인권단체들로부터 항의가 잦았는데 알고보니 5년간 약 5천명의 청소년들을 PA Child Care와 Western PA Child Care라는 회사가 운영하는 민영교도소(소년원)으로 보냈고 그 대가로 민영교도소 측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민영교도소와의 경제적 유착관계가 판결을 좌지우지 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사건들은 미국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데 주지사나 시장이 교도소 민간위탁을 두고 뇌물을 수수해서 구속되거나 물러나는 사건들도 있다.

굿와이트

앞서 소개한 미드 ‘굿 와이프’의 에피소드는 이러한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것이다. 단순히 미국 법률드라마의 에피소드였지만 실제 민영교도소의 천국인 미국에서 일어난 실화와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한 나라의 치안과 교정, 그리고 법무행정의 수장겪인 법무부장관이 민영교도소의 이사로 재직했던 것이 묘한 우려를 야기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은가.

실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국내 최초의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의 재단인 ‘아가페 재단 소식지’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본인의 소신을 밝혔다. “재소자들을 기독교 정신으로 교화해야만 확실한 갱생이 가능하다” 매카시즘을 연상케 하는 그의 최근 발언들보다 나는 왠지 이런 발언들이 더 무섭다.

필자소개
청년유니온에서 정책기획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제민주화2030연대와 비례대표제 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술, 담배, 그리고 미드와 영화를 좋아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가장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대부분의 사업계획이나 아이디어를 미드나 만화에서 발굴한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