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철탑 농성 200일 앞두고
    평택철탑에서 보내는 편지
        2013년 05월 02일 09: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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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승, 천의봉 동지!

    송전 철탑에 오른 지 벌써 200일이 다 되었군요.

    가을, 그리고 혹독한 겨울을 보냈습니다. 작년 11월 20일부터는 저희들도 이 곳 평택 공장 앞 철탑에 올랐고 오늘로 163일째입니다. 이제 꽃피는 봄을 바라봅니다. 그러나 계절은 봄이지만 제 가슴은 그리 편하지는 못합니다.

    사람이 죽어도 꿈쩍하지 않고 여기저기서 죽겠다고 해도 세상인심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은 딱 이 시기에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자본가들은 새 정부를 만들어서 공격하는데 노동자들은 지도부를 선출하지 못하고 있으니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더라도 최병승, 천의봉 동지! 철탑 농성 200일을 축하드립니다. 건투를 빕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 여러분! 그리고 전국의 동지들!

    지난 4월 26일 간만에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 동지들이 양재동에 모여 한 판 투쟁을 벌였다고 들었습니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심장부를 몇 겹의 경찰이 둘러쌌지만 우리 노동자들의 기세를 막지는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상경투쟁을 하고 있는 해고자 동지들도 많은 힘을 얻었을 겁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 투쟁도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 동지들 덕분에 성사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비정규직 철폐 투쟁과 정리해고 분쇄 투쟁을 대표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과 쌍용차의 공동투쟁이 더욱 많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에서 박현제 지회장 동지가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는 이후 현장을 조직해서 더 큰 양재동 투쟁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말 그대로 더 큰 양재동 투쟁을 만들어야 정씨 재벌이 꿈쩍할 겁니다. 현대차 재벌은 30조가 넘는 돈을 금고에 쌓아놓고 있다고 합니다. 울산, 아산, 전주 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피를 빨고 노조를 탄압하면서 쌓아올린 부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정당성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동지들을 묶어세우고,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국민들께 호소하고 공감대와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근거도 여기에 있지 않겠습니까? 착취와 차별의 실체! 재벌 금고는 넘쳐나는데, 노동자들은 빈곤해지는 현실 말입니다. 10분의 1만, 아니 100분의 1만 풀어도 현대차 사내하청의 정규직화가 가능하니까요.

    너무 분명합니다. 분명히 이 길입니다. 그들의 탐욕 30조원을 모조리 날려버릴 투쟁을 만들면 부랴부랴 정몽구 일가는 100분의 1을 풀 것입니다. 양재동 권력에 맞서려면 우리 노동자의 힘을 키우는 거 뿐이겠죠.

    2010년 1공장 점거파업이 벌써 3년이 지났군요. 그리고 동지들은 다시 1년이 넘는 또 다른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철탑에 오르고, 현장파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 동지들이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조를 빼앗긴 쌍용차와 비교됩니다.

    어용 기업노조 체제 하에서 노동자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숨도 쉬지 못하고 자본가들에게 잡혀 주면 주는 대로 받는 쌍용차의 현장은 그야말로 지옥입니다. 노동자 투쟁의 힘이 바로 현장에서 나온다는 것을 현대차 비정규직과 쌍용차의 현실을 비교하면 그대로 증명됩니다.

    울산 철탑 농성(사진=이상엽)

    울산 철탑 농성(사진=이상엽)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 여러분!

    동지들의 투쟁은 너무도 소중한 것임을 한시도 잊지 않아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교섭이 잘 안 되고, 정규직인 현대차지부의 결합이 어렵고, 전국적으로 민주노조가 휘청대지만 우리는 이 조건을 이겨내야 합니다.

    많은 하청 노동자가 현대차를 바라봅니다. 아니 하청인생을 둔 가족들이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을 응원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해온 억울함 때문이라도 이 투쟁을 이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싸우다 보면 우리의 주변 조건은 바뀌지 않겠습니까! 특근합의에 따른 현장투쟁도 그렇고, 민주노총이 휘청대면 그에 맡는 대안도 반드시 있을 겁니다.

    한상균, 복기성 저희들도 오늘로 163일을 넘기고 있습니다. 4월 30일 송전탑 문화제에서 몸이 망가져 먼저 내려간 쌍용차지부 문기주 정비지회장 동지를 눈물로 재회했습니다. 동지들을 눈물로 만나는 지긋지긋한 현실을 함께 싸우면서 헤쳐 나갑시다.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의 곁에는 4년의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쌍용차 동지들이 있습니다. 기운내시기 바랍니다.

    전국의 동지들에게 호소합니다.

    평택 송전탑에 있는 저희들은 5월 4일 울산으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최병승, 천의봉 동지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러나 평택 송전탑을 굳게 지키는 것이 최병승, 천의봉 동지를 지상에서 만나는 길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전국의 동지들!

    한상균, 복기성 저희들의 마음을 울산으로, 서울 양재동으로 함께 싣고 달려갈 동지들이 되어 주십시오! 5월 4일 최병승, 천의봉 동지가 하늘로 오른 지 200일이 되는 날, 오후 2시 울산 철탑 앞에서 열리는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 전환! 철탑농성 200일 민주노총 결의대회>와 <연리문화제-함께 살기>로, 같은 날 오후 4시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에서 열리는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노동자-시민 한마당>으로 모여 주십시오. 동지들의 투쟁에 평택 쌍용차 공장 앞 송전탑에서도 힘껏 힘을 보태겠습니다.

    5월 1일 123주년 노동절에 쌍용차 비정규직 해고자 복기성

    필자소개
    쌍용차 평택 철탑 농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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